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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 기계의 독해법 vs 사람의 독해법,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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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3일 13:00 프린트하기

#1. 기계가 읽은 도시


‘인이퀄리그램(Inequaligram)’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있다. 인이퀄리그램은 불평등을 뜻하는 ‘inequality’와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합쳐 만들었다. 뉴욕시립대학교(City University of New York)의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를 분석해 소셜 미디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의 측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연구팀은 뉴욕에서 공유된 744만2454장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수집했다. 이미지 자체를 분석한 것이라기보다는 인스타그램의 위치 태그를 기반으로 수집해 분석했다. 이들은 뉴욕의 어떤 지역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공유되는 반면, 어떤 지역은 잘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소셜 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이라고 설명한다.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이퀄리그램 제공

그림 왼쪽은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공유한 이미지, 오른쪽은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유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다. 밝을수록 많이 공유됐음을 의미한다. 관광객들은 뉴욕의 중심지역을 중심으로 이미지를 많이 공유했고, 거주하는 사람들은 좀 더 도시 곳곳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이 구분되며 연구팀은 이를 소셜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이라고 해석한다.

 

연구팀은 이를 지수로도 계산했다. 0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평등을 의미하는 지니계수를 차용해서 관광객은 0.669, 거주하는 사람들은 0.494라는 불평등지수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관광객은 짧은 시간에 도시의 핵심을 훑어보기 위해 그동안 많이 부각된 중심 지역 중심으로 다니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 분산돼 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지역에서 이미지를 공유했을 것이다. 이걸 불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사람이 읽은 도시


“서울의 풍경들: 블로거들의 서울 사진과 공간 경험에 대한 영상방법론적 접근”(<언론과 사회> 23권 2호, 64~112쪽)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가 쓴 이 논문은 822장의 블로그 사진을 분석했다.

 

2012년 서울시 주최한 ‘서울 프로젝트 블로그’ 사업을 통해 76개의 블로그에 게시된 15,279장의 사진 중에서 대표성을 갖는 것들을 선정했다. ‘서울 프로젝트 블로그’ 사업은 시민들이 직접 “서울의 모습을 찍고, 글로 적고, 체험하여 서울을 기록”하면서, 시민들이 바라본 서울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822장의 사진 분석을 통해 홍석경 교수는 서울이라는 장소를 바라보는 세 개의 지배적인 시선을 밝혀냈다. 첫째, 우편엽서와 같은 미학을 드러내는 박물관 시선, 둘째, 세부 일상을 세계화의 스펙터클로 만드는 이국정서의 시선, 셋째, 도시공간의 체험이 텅 빈 것임을 드러내는 자기 지칭적 시선이다. 역시 그림을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홍석경(2015)의 논문 89쪽 제공
홍석경(2015)의 논문 89쪽 제공

흑백으로 표기되어 구분이 싶지는 않지만, 각 명도의 차이는 이벤트 경험, 소비체험, 관광체험, 산책체험, 놀이체험을 의미한다. 동심원의 크기는 빈도수를 의미한다. 기계가 읽은 것처럼 어디에서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지와 함께 어떤 행위를 주로 했는지를 분석했다.

 

한강 남쪽 지역이 서울이라는 장소실천의 아카이브에서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며, 역사적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구에서 서울의 공간체험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으며, 광화문과 북촌처럼 서로 다른 유형의 공간체험이 공존하는 장소가 서울시의 공간체험에서 상징적으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등 왜 그러한 사진을 찍었는지와 관련한 맥락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 700만 장과 800장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만약 기계가 읽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3. 패턴을 읽을 것인가, 맥락을 읽을 것인가


제시한 두 사례는 모두 이미지를 읽어 도시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나타나는 소셜미디어 불평등을 얘기하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시선을 규명한다. 뉴욕은 기계가 읽었고, 서울은 사람이 읽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계는 방대한 양에서 패턴을 읽었고, 사람은 기계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양을 읽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맥락을 읽어냈다. 결과가 갖는 중요성은 논외로, 기계가 방대한 양을 읽어 나온 결과는 예측 가능한 패턴이었고, 사람이 적은 양을 읽어 나온 결과는 서울이라는 장소의 맥락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https://twitter.com/magicsilicon 제공
https://twitter.com/magicsilicon 제공

이 이미지는 트위터 계정 ‘@magicsilicon’에 9월 25일 게재된 것으로 여러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모바일 전(Pre-mobile), 셀피 이전(Pre-selfie), 셀피 이후(Post-selfie)라는 간략한 설명이 각 이미지들에게 시대를 대표하는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에 대한 이 설명들은 각 시대의 패턴을 축약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저 이미지들에는 숨은 맥락이 있다. 2005년 이미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II)가 선종한 직후 성베드로광장(St. Peter’s Square)으로 시신이 운반되는 중에 촬영했다.

 

2013년 이미지는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이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같은 성베드로광장에서 축사를 할 때 촬영했다(☞ 관련내용 보기). 모바일 이전이라고 해서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교황 선종이라는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이다.

 

2005년에도 카메라폰은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 유세 현장을 촬영한 오른쪽 이미지에도 숨은 맥락이 있다. 셀피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셀피 문화를 활용한 클린턴의 캠페인 전략이라는 맥락이 누락돼 있다. 클린턴이 “누구라도 셀피를 원하시는 분은 지금 등을 돌리세요(Anyone who wants a selfie turn around right now)”라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등을 돌려 셀피를 찍었고 곧 바로 다시 힐러리 클린턴 쪽으로 돌아섰다. 지지자들은 클린턴의 의사와 상관없이 셀피를 찍기 위해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지하는 클린턴의 말에 따른 것이다(☞ 관련내용 보기). 즉, 셀피 문화의 상징이 아니다.


시대를 축약한 표현과 이미지가 결합한 저 트윗은 패턴을 보여줬지만, 맥락은 전혀 전달하지 못했다. 패턴은 그 속의 맥락까지는 잡아내지 못한다. 물론, 저 트윗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작성한 것이다. 기계가 넘쳐나면서 사람이 기계를 따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해석하면 너무 나간 것일 테다.

 

하지만,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패턴을 읽을 것인가, 맥락을 읽을 것인가? 뭐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의 전달 역할을 하는 저널리즘의 경우는 명확해 보인다. 기계보다 잘 읽을 수 없는 패턴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맥락을 읽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 필자소개
오세욱. 학부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언론정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디어와 관련한 여러 곳의 회사를 다닌 후에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디어로서 소프트웨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kinp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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