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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의 온도차 ⑤] 굿바이, 오바마 8년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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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0일 10:00 프린트하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9월 오바마 케어로  - 미 백악관   제공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9월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미 백악관 제공

미국 현지 시간으로 10일 시카고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임기 8년을 마무리하는 이임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20일에는 차기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립니다. 오바마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미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사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바마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단적인 예는 백악관 수석기술비서관(CTO·Chief Technology Officer) 선임입니다. 오바마 정부 이전까지는 백악관에 과학기술비서관은 있었지만 정보기술(IT) 전담 비서관은 없었습니다. 오바마는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수석기술비서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구글 부사장을 지낸 여성 IT 전문가 메간 스미스가 수석기술비서관으로 있습니다.

 

5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은 메간 스미스와 대통령 과학기술비서관인 존 홀드렌 박사의 이름으로 8년간 오바마 정부의 과학기술 업적과 향후 과제를 정리한 1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역대 정부 중 R&D 최대 투자

 

오바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기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스템(STEM)’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스템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것입니다. 이런 기조는 2009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과학재단(NSF) 연설을 통해서 명확해졌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8년간 상당 부분 이 두 가지 목표를 실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학기술 R&D 예산은 183억 달러(약 21조8960억 원)로 늘어나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또 2021년까지 교육 현장에서 스템 분야를 가르칠 교사 10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기 코딩 캠프 등 스템 분야를 활성화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15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오바마 정부는 5개 분야에서 20가지에 이르는 과학기술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합니다. 우선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기에는 최소 10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모아 암을 포함한 모든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찾겠다는 ‘정밀의료 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을 정복하기 위한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힙니다.

 

연방 정부와 지역 사회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등 IT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스마트 정부를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였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했습니다. 나아가 전지구적인 차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클린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900억 달러(약 107조7000억 원)를 투입했습니다.

 

우주 탐사에 대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30년대에는 미국이 화성에 인간을 보낸다는 담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미국 우주기술의 영광을 상징하는 우주왕복선들이 모두 퇴역한 뒤 우주기술의 민영화를 주도하면서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이미 NASA는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주 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도 계속됐습니다.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2330개에 이르는 외계행성을 발견했고, 2015년 ‘뉴호라이즌’은 명왕성 탐사에 처음으로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태양 폭풍 등 우주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제작비용은 절감하면서도 성능은 뛰어난 소형 위성 개발에도 공을 들여왔습니다.  

5일(현지 시간) 발표된 보고서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5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이 발표한
오바마 정부 8년 간의 과학기술 성과 보고서.

 

●트럼프 정부에 당부하는 10가지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마지막에 있습니다. 차기 트럼프 정부가 계속 추진해주길 바라는 10가지 액션 플랜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과학기술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서 현 정부의 이런 요청은 일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여준 트럼프의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과 자세 때문일까요. 이 부분에 유독 눈길이 갑니다. 트럼프는 오마바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여러 과학기술 정책에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개념 자체가 ‘거짓말(hoax)’이라고 비난했고, 우주 개발에도 시큰둥합니다.

 

실제로 미국 과학계는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물리학회(APS) 대외홍보 책임자인 마이클 러벨은 ‘네이처’에 “트럼프는 미 대통령들 중 반(反) 과학적 정서를 가진 첫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에서 당부하는 첫 번째 액션 플랜은 기초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달라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는 미국이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 중에 하나입니다. 보고서는 “단순한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방정부는 과학계나 대중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스템 교육의 꾸준한 추진도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사회적인 편견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대목은 한때 스템 교육이 백인에게 집중된 것으로 조사돼 인종 차별을 조장한다는 분석 결과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IT 기술 등을 통해 정부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도 주문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서 국제적인 협력도 지속해줄 것을 당부합니다.

 

7일 현재 트럼프 측에서는 과학기술비서관을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인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전 주지사가 과학기술비서관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과학기술정책 기조가 세계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과학기술 ‘유산’을 얼마나 이어 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얼바인=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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