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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인공지능 로봇 ‘전자인간’으로 인정...“스스로 진화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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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9일 10:51 프린트하기

웹툰 나노리스트의 한 장면. - 네이버 제공
웹툰 나노리스트의 한 장면. - 네이버 제공

 

“산이를 고쳐줘.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하겠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나노리스트’에는 인간과 외모와 지능, 감성이 거의 흡사한 로봇(안드로이드)이 인간의 동반자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안드로이드 ‘산이’를 가족처럼 여기고, 고장이 나자 어떻게든 고쳐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기도 한다.

 

이 만화에서는 언제든 돈만 주면 안드로이드를 구매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소유물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사회 곳곳에서 인간처럼 일한다. 식당 종업원도,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도, 심지어 학교 선생님도 안드로이드다. 대기업의 임원으로 일을 하며 많은 인간의 상사로 근무하는 안드로이드가 있는가 하면, 그저 고등학생의 사설 경호원으로 일하는 안드로이드도 있다. 어떤 사람은 안드로이드를 가족처럼 대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고성능 기계장치로 치부해 차갑게 대한다.

 

사람과 같은 권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소유물과는 달리 자아를 가진 존재. 마치 중세시대 이전의 노예 제도를 생각하면 비슷할까. 작품 속에서 안드로이드의 지위나 권한은 어디까지나 그 안드로이드를 구입한 인간이 누구냐에 따라 바뀐다. 마치 조선시대 왕궁의 직속 노비는 양반 못지않은 권리를 갖고, 개인적으로 노비를 또 다시 부릴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해가 된다.

 

 

GIB 제공
GIB 제공

 

●로봇의 권리와 의무, 법으로 정한다

 

많은 만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이상으로 똑똑하고, 인간과 비교도 되지 않는 신체능력도 가졌다. 이런 로봇이 인간에게 반항하는 암흑사회(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이 여럿 존재한다.

 

반대로 일부 작품에선 로봇을 인간의 친구로 묘사한다. 1950년대 연재됐던 일본만화 ‘아톰’에도 비슷한 설정이 나온다. 이 만화에서 로봇은 인간과 완전히 같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로봇을 인간의 노예 같은 계급으로 본 나노리스트와 비교하면 로봇의 권리를 한층 더 높게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로봇의 권리’를 실제로 명확하게,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가 영화나 만화를 넘어서 드디어 현실사회에서도 등장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을 감안할 때, AI를 가진 로봇을 ‘전자 인간’이란 계급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한과 의무,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12일(현지시간)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했다. 이 결의안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의회에서 찬성 17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통과됐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AI 로봇의 지위, 개발, 활용에 대한 기술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매디 델보(Mady Delvaux) EU 의회 조사위원은 “EU는 AI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규정해 로봇은 인간에 도움을 주는 존재일 뿐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이를 위한 탄탄한 법적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로봇에 완전한 자율권을 주고 인간의 친구처럼 규정한 만화영화 ‘아톰’의 세계관보다는, 제한적인 권리를 주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도록 한 웹툰 ‘나노리스트’의 세계관과 더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1950년대 등장해 최근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1950년대 등장해 최근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아톰'의 모습. - Osamu Tezuka 제공

이 결의안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이뤄졌던 많은 논의가 함의적으로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의회는 이번 결의안의 핵심 내용으로 로봇이 인간에 반항하는 등의 비상상황에 대비해 언제든 로봇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킬 스위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적었다. EU 측은 “킬 스위치가 로봇을 만들어 EU에 수출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실제로 AI를 갖춘 로봇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1세기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2년에 발표한 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유명한 ‘로봇 3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을 헤쳐선 안 되며,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하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EU의회도 이 원칙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 3원칙 자체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이 원칙을 지키는 한 로봇이 가진 권리를 인정하고 ‘전자 인간’이라는 계층을 정했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EU는 이번 결의안에서 이런 규범과 규칙을 논의할 전문기구 신설도 제안했다. EU는 다음달 이 결의안에 대한 본회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EU에 결의안에 대해선 로봇전문가들도 일단 수긍하는 분위기다. 현재 기술이 우려할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앞으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결국 로봇을 제어할 규약과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논의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로봇이 경제활동을 할 경우까지 감안한 제도로 보인다”며 “이 제도로 인해 로봇이 노동을 통해 경제가치를 창출할 경우, 합법적으로 세금을 걷고, 이를 공익에 쓸 수 있는 제도를 새롭게 고민하는 것도 가능해 졌다”고 설명했다.

 

●간과해선 안 되는 조건 “스스로 진화하지 말 것”

 

영화 오토마타의 한 장면. 로봇이 스스로 자신을 수리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 인피니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오토마타의 한 장면. 로봇이 스스로 자신을 수리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 인피니티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공지능과 기계공학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인간 이상의 지능과 신체능력을 가진 로봇도 언젠가는 등장할 것이다. 로봇을 창조한 인간의 입장에선 반항을 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이 때문에 항상 가장 먼저 대두되는 조건은 ‘인간을 해치지 말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든 로봇 3원칙도 기본은 ‘인간을 보호하자’는 데 있다. 웹툰 나노리스트에선 ‘(군사용 안드로이드 이외에는) 어떤 안드로이드도 사람을 해칠 수 없는 존재’. 즉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해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EU의 이번 결의안도 핵심을 살펴 보면 ‘인간에 복종하는 존재로 만들고, 만약 오작동 등을 일으킬 경우 언제든 정지 시킬 수 있도록 만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로봇이라는 하나의 종(種)의 진화를 막는 일이다. 로봇이 종으로 구분되기 시작한다면, 로봇스스로 진화하는 것을 막을 필요도 있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은 진화를 거듭하며 종족의 지능과 신체능력을 환경에 맞게 바꾸어 나간다. 그러나 로봇은 기계장치로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을 걸려 세대를 거듭하지 않아도 언제든 더 뛰어난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대비책으로 최근 거론되는 이론이 2014년 개봉한 영화 ‘오토마타’에 등장한 ‘2대 프로토콜’이다. 이는 △로봇은 생명체를 해치거나 죽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로봇은 자신이나 다른 로봇을 고치거나 개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인간보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로봇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로봇은 사람 대신 일을 하는 존재다. 사람이 하기 싫은 힘들고 귀찮은 일을 대신 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봇의 발전을 두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한다.

 

로봇의 보편화 하려면 이런 경제적 걸림돌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은 “로봇을 보유해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는 사람에게 그만큼 많은 세금을 받는 ‘로봇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세금을 공익을 위해 지출하면 로봇이 많아질 수록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로봇이 우리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귀찮고 복잡한 일을 할 필요가 사라지는 유토피아일까.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에게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일까. 그 둘의 차이는 과연 있는 것일까.

 

일본 오사카대 로봇공학자인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가 만든 휴머노이드인 ‘제미노이드F1’. 로봇 공학이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인간과 외견면에서 차이가 없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 ATR Hiroshi Ishiguro Laboratories 제공
일본 오사카대 로봇공학자인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가 만든 휴머노이드인 ‘제미노이드F1’. 로봇 공학이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인간과 외견면에서 차이가 없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 ATR Hiroshi Ishiguro Laboratorie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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