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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영화] 인간 세계의 지옥을 묘사한 日 영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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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18일 16:30 프린트하기

# 영화 ‘고백’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마츠 다카코, 하시모토 아이, 니시이 유키토, 기무라 요시노
장르: 드라마, 공포
상영시간: 1시간 46분
개봉: 2011년 3월 31일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주)미로비젼 제공
(주)미로비젼 제공

‘고백’이라는 제목을 보고 잠시나마 로맨틱한 영화를 떠올리셨다면 죄송하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나, 박혜경의 ‘고백’ 같이 달콤한 노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충격 고백’이 담긴 영화 다. 그것도 아름다운 비주얼과 강렬하고 비장한 음악으로 무장한 영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을 만나보자.
(*아래에는 ‘고백’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주)미로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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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하고 산만한 사춘기 무렵의 학생들로 가득한 교실. 일본의 모 중학교 1-B반의 종업식, 학생들은 천진난만하게 흰 우유를 마시고 있다. 들어주는 학생 한 명 없이 ‘유제품 활성화운동 모델학교로 선정됐다’는 등 여러 가지 공지사항을 혼잣말처럼 내뱉던 교사는 그런 학생들 앞에서 “A와 B, 두 사람의 우유에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를 주입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교사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존경하는 동료 선생과의 결혼을 앞둔 교사 유코(마츠 다카코 분). 유코가 딸을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예비 신랑은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된다. 사회의 차별과 멸시가 두려워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한 유코는 딸 마나미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학교 양호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마나미가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마나미를 살해한 범인은 유코의 반 학생 A(슈야)와 B(나오키). 하지만 두 사람은 14세 미만으로, 청소년법의 보호를 받아 경찰에 신고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사실상 무죄 처분을 받게 된다.


모든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인 봄. 새로운 학기가 찾아오고, 학교를 그만둔 유코 대신 베르테르가 담임으로 부임한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까맣게 모르고 열정만 앞서는 베르테르와는 달리, 서로만이 비밀을 공유한 1-B반 학생들은 교실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담임교사의 딸이 살해당한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고백을 시작한다.

 


# 일본의 천재 추리소설 작가, 비주얼 거장 감독의 운명적인 만남

 

(주)미로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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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아마 동명의 원작소설을 읽어본 독자 분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 ‘고백’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는 데뷔작으로 자국에서만 300만 부를 팔았고, 출판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국내에서도 16만 부(2016년 기준)의 판매고를 올린 대단한 작가다. 영화에 등장하는 충격적인 이야기와 전개 방식은 대부분 그녀의 글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처럼 범상치 않은 원작을 영화화하겠다고 나선 이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 바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다. 한 여성의 비참한 인생을 화려한 비주얼과 음악으로 담아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비롯해, 정말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미스터리 영화 ‘갈증’까지 비주얼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이 ‘고백’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재현했다.

 


#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인간의 처절한 복수

 

(주)미로비젼 제공
(주)미로비젼 제공

각자 작품을 통해 진짜 지옥을 보여주려는 작가와 감독 덕분에, 우리는 인간 세상에 펼쳐진 지옥을 경험할 수 있을 정도다. 어린 딸을 잃은 유코가 가해 학생들의 우유에 바이러스가 담긴 피를 넣었다(고 고백한다). 그 충격으로 인해 나오키는 신경증과 망상으로 자신의 엄마를 해치게 된다. 반면, 이 일을 통해 오히려 헤어진 엄마를 다시 만날 꿈에 부푼 슈야는 더 큰 사건을 계획하고, 유코는 그런 슈야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나오키를 향한 엄마 시노무라의 보호본능과, 새로운 담임 베르테르의 선의는 무자비하게 유린당한다. 1-B반의 반장 미즈키의 순수한 감정도 마찬가지로 무참히 짓밟힌다. 관객들은 폭주하는 인물이 펼치는 처절한 복수극 끝에 지옥을 마주한다.


영화 초반, 유코는 ‘마음이 약한 자가 더 약한 자를 괴롭힌다. 상처를 입은 자에겐 인내와 죽음밖에 없는가. 아니, 이 세상은 그렇게 좁은 곳이 아니다. 지금 있는 곳이 괴롭다면 다른 곳으로 피난을 떠나라’는 글귀를 인용해 학생들에게 말해준다. 사랑하지만 에이즈가 발병한 남편 사쿠라미야가 쓴 책의 내용이다. 이 글귀처럼 유코는 딸을 잃은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진 괴로운 삶에서 벗어나 법 대신 사적 복수를 행한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모범시민’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미로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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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두 사람이 어떤 악의를 품을 수 있는지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타인의 생명이 희생되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한다. 인간의 생명과 죽음, 그리고 가족.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 빨간 피가 반복적인 이미지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말미, 강당에 시한 폭탄을 설치한 슈야는 연설 중에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생명이든 존엄하며, 아릅답다고. 이 세상에 없어져도 될 생명은 하나도 없다고” 영화를 보면 너무나 역설적인 이 말이 감독과 작가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인 봄을 배경으로, 유코의 입을 빌려 “두 번 다시 죽고 싶단 말을 하지 않도록 중요한 얘기”를 하겠다며 운을 뗐으니까 말이다.

 


# 강렬하고, 독창적인 영화

 

(주)미로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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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단순히 원작의 인물과 이야기만을 담아냈다면, 충격적이긴 했겠지만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원작보다 더 뛰어난 성취를 이뤘다”(씨네21), “지금 일본영화의 정점을 보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김봉석 평론가)는 평처럼 몇몇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영상미를 지닌 것은 물론, 영화를 통해 인간의 마음 속을 깊이 파고든다. 참고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오아시스’, ‘밀양’을 만든 이창동 감독을 존경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주제가 상처 받은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백’에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이용해 작품성을 극대화시킨다. 감독은 슬로 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 구성과 독특한 편집 리듬, 그리고 세계적인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연출력으로 영화에 힘을 실었다. 특히 비주얼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사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휘어잡는다.


그리고 영화의 정점을 찍는 건 딸을 잃은 엄마, 유코를 연기한 배우 마츠 다카코다. 벚꽃 흩날리는 ‘4월 이야기’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마츠 다카코의 새로운 모습과 그가 보여주는 완벽한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낄지도 모른다. 유코가 1-B반 학생들에게 딸의 죽음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처음 30분과,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슈야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마츠 다카코가 보여주는 연기를 꼭 확인하시길 바란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3분 안에 볼 수 있는 영화 소개 코너를 준비했다.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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