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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왜 어떤 사람들은 오이를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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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18일 11:00 프린트하기

뉴스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등장인물이 말을 할 때 자막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잘못된 표현을 할 때는 고쳐져서 나오는데 흔한 예가 ‘틀리다’로 “대저토마토는 다른 토마토와 맛이 틀려요”라고 말할 때 자막은 “대저토마토는 다른 토마토와 맛이 달라요”라는 식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생각이 배어있는 것 같다. 선호도의 문제를 선악의 문제로 보다보니 남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못 견뎌 한다. 특히 조직의 위에 있는 사람이 이런 성향이 강하면 아래 있는 사람들이 피곤해진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혼란이 이런 독선에서 비롯된다는 각성이 일면서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여유를 갖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TV 뉴스에 나온 얘기가 꽤 흥미로웠다. 페이스북에 ‘오싫모’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는데 일주일도 안 돼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오싫모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자다. 필자도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 오이를 싫어한다며 골라내는 걸 본 적이 한두 번 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아무튼 뉴스에 소개된 사연을 들으니 필자에게는 싱그러운 오이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냄새인가보다.


사실 필자 역시 냄새 때문에 꺼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굴로, 씹는 순간 굴 특유의 향기가 올라오면 그 강렬함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예전에는 작은 걸 골라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억지로 먹었지만 남 눈치 볼 일이 없어진 지금은 그냥 안 먹는다. 보통 횟집에서 회 나오기 전에 사람 수 대로 굴이 나오는데 필자가 양보하면 “이 좋은 걸 왜...”라며 앞사람이 넙죽 집어가곤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꺼리는 음식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그냥 맛이 없어 안 먹는 수준에서 오싫모의 어떤 사람들처럼 억지로 먹었다가 토하기도 하는 수준까지 폭은 다양하겠지만. 그렇다면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최근 페이스북에 개설된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화제다. 이처럼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pixabay 제공
최근 페이스북에 개설된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화제다. 이처럼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pixabay 제공

냄새와 맛 다르게 느껴


지난해 출간된 책 ‘다중감각적 풍미 지각(Multisensory Flavor Perception)’의 10장 ‘다중감각적 풍미 지각의 개인차’는 이런 현상의 생물적 배경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즉 음식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는 경험이나 심리 측면만 고려해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고 우리의 유전자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 각자는 맛과 향을 감지하는 유전자가 조금씩 다르고 따라서 음식의 맛과 향을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결국 선호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먼저 음식에 맛(taste)이 아니라 풍미(또는 향미로 번역하는 flavor)라는 단어를 쓴 건 우리가 음식의 맛이라는 생각하는 건 미각뿐 아니라 후각의 정보가 통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풍미는 넓은 의미의 맛이다.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감각으로 냄새분자나 맛분자가 직접 수용체 단백질에 달라붙어야 신호가 뇌로 전달된다. 냄새수용체는 무려 400가지나 되고 맛수용체도 수십 가지인데 특히 쓴맛수용체가 30여 가지에 이른다.


따라서 풍미의 개인차는 냄새수용체나 맛수용체 유전자의 차이 또는 해당 정보를 뇌에서 처리하는 경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실제 유전자의 서열을 비교한 결과 개인에 따라 차이가 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전자 염기서열의 차이인 단일염기다형성(SNP)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만일 아미노산으로 번역되는 부분(엑손)에 SNP가 있어 아미노산이 바뀌면 수용체 단백질의 구조가 바뀌어 리간드(달라붙는 냄새분자나 맛분자)의 결합력이나 심지어 종류까지 바뀔 수 있다. 엑손 주변에 있는 SNP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세포 포면의 수용체 밀도, 즉 민감도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오싫모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이의 향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냄새부터 거부감이 드니 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오이 같은 담백한 음식에서 냄새라고 해봐야 특유의 싱그러운 향으로(실제 오이향을 테마로 한 향수도 있다!) 노나디에놀과 노나디엔알이 주성분이다. 아마도 오이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분자들에 결합하는 냄새수용체 유전자의 SNP 때문에 예민하거나 불쾌하게 느끼는 것일지 모른다.


아쉽게도 노나디에놀과 노나디엔알이 결합하는 냄새수용체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사실 냄새수용체 400가지 가운데 리간드가 밝혀진 건 10%인 40여 가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런 관계를 살펴보면 오싫모의 생물적 기반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유전자의 SNP가 냄새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예로 냄새수용체 OR7D4가 있다. OR7D4는 수퇘지의 페로몬인 안드로스테논을 감지하는데 수용체 단백질의 88번째 아미노산이 아르기닌(R)이냐 트립토판(W)이냐에 따라 민감도에 큰 차이가 난다. 즉 부모 양쪽으로부터 아르기닌을 받은 RR형은 이 냄새를 역겹게 느끼는 반면 양쪽에서 트립토판을 받은 WW형은 냄새를 못 느끼거나 오히려 향기롭다고 느낀다. 참고로 수퇘지의 페로몬 냄새를 웅취(雄臭, boar taint)라고 부른다.


안드로스테논은 수퇘지의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고기를 구울 때 냄새가 올라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RR형은 수퇘지 고기를 먹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게 수컷 대부분을 거세해 사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동물권 보호차원에서 내년부터 수퇘지의 거세를 하지 않게 권고한다고 하니 RR형인 사람들은 머지않아 유럽산 돼지고기에서 웅취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채소를 꺼리는 이유


한편 오이 특유의 쓴맛에 민감해 오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오이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어떤 오이의 경우 꼭지 가까운 부분에서 꽤  쓴맛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오이를 포함한 박과식물의 쓴맛은 커커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분자에서 온다. 커커비타신은 식물의 방어물질로(너무 써서 벌레들도 피한다) 인류는 육종을 통해 커커비타신을 덜 만드는 쪽으로 품종을 개량했다. 따라서 커커비타신에 민감한 유형의 쓴맛수용체를 지닌 사람은 오이를 싫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예가 쓴맛수용체 TAS2R38이다. 일찍이 1930년대 화학자 아서 폭스와 유전학자 알버트 블레이크슬리는 PTC(phenylthiocarbanide)라는 쓴 물질에 대한 민감도에 개인차가 크고 이런 특징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5년 마침내 PTC가 결합하는 쓴맛수용체가 TAS2R38이고 민감도에 관여하는 SNP 세 곳도 찾았다. 즉 PAV(프롤린-알라닌-발린)형은 PTC에 민감하고 AVI(알라닌-발린-이소류신)형은 쓴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다. 따라서 부모 양쪽에서 PAI형을 받은 경우(PAI/PAI) 쓴맛에 아주 민감하다.

 

쓴맛수용체 TAS2R38의 유형에 쓴맛 민감도가 다르고 이는 술에 대한 선호도로 드러난다. 즉 스위트와인이나 많은 칵테일처럼 달콤한 술은 민감한 유형(PA/*, 양쪽 다 또는 한쪽이 PA라는 뜻)이나 둔감한 유형(AV/AV)와 별 차이가 없다(왼쪽). 그러나 드라이와인이나 보드카처럼 감미료가 거의 들어있지 않은 술은 선호도에 큰 차이를 보인다(오른쪽). - 다중감각적 풍미 지각 제공
쓴맛수용체 TAS2R38의 유형에 쓴맛 민감도가 다르고 이는 술에 대한 선호도로 드러난다. 즉 스위트와인이나 많은 칵테일처럼 달콤한 술은 민감한 유형(PA/*, 양쪽 다 또는 한쪽이 PA라는 뜻)이나 둔감한 유형(AV/AV)와 별 차이가 없다(왼쪽). 그러나 드라이와인이나 보드카처럼 감미료가 거의 들어있지 않은 술은 선호도에 큰 차이를 보인다(오른쪽). - 다중감각적 풍미 지각 제공

천연물 가운데 TAS2R38에 결합하는 분자는 고이트린(goitrin)으로 배추나 무 같은 십자화과 식물에 존재한다. 따라서 PAI형은 십자화과 채소가 쓰게 느껴져 잘 안 먹게 된다. 보통 꽃등심은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도 삼겹살은 쌈을 싸 먹는 경우가 많은데 삽겹살도 그냥 먹는다면 당신은 PAI/PAI일 가능성이 있다.


‘다중감각적 풍미 지각의 개인차’를 읽어보면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도에는 후각이나 미각 한 가지 보다는 두 감각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게 더 일반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수용체가 제대로 규명이 안 돼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음식 선호도에 두 감각이 작용하는 예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바로 향신료 고수(cilantro)에 대한 선호도로 냄새수용체와 맛수용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냄새수용체인 OR4N5와 OR6A2의 SNP 유형에 따라 상쾌한 향기라는 사람에서 비누 냄새가 난다는 사람까지 반응이 극단적이다. 또 TAS2R1이라는 쓴맛수용체도 관여해 역시 SNP 유형에 따라 고수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쓴맛의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세 수용체 모두 고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유형으로 조합된 경우 고수가 들어간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극복을 하거나 꼼수를 부리거나


이처럼 음식에 대한 선호도에 생물적 기반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은 타고난 선호도를 극복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어떤 음식이 맛의 불쾌함을 능가하는 다른 유쾌함을 준다면 반복경험(학습)을 통해 불쾌한 맛을 극복할 뿐 아니라 그 맛이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대표적인 예가 커피와 술(에탄올)이다.


다양한 이차대사물(주로 방어용 무기)이 들어있는 커피는 맛이 꽤 쓰고 이를 감지하는데 쓴맛수용체 TAS2R3, TAS2R4, TAS2R5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커피의 쓴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유전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달고 사는 건 그 쓴맛을 견뎠을 때 보상으로 얻는 카페인의 각성효과 때문이다(물론 이를 의식하지는 못한다). 물론 향기도 어느 정도 기여를 한다.


그런데 쓴맛에 민감한 유형인 경우는 커피향이나 각성 효과가 쓴맛의 거부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다. 그 결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설탕이나 지방(우유나 크리머)을 넣어 쓴맛을 가리는 방법을 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많은데 나이가 듦에 따라 쓴맛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현상(필자처럼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드립커피나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경우)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술에 대한 선호도 역시 꽤 복잡한 작용의 결과로 쓴맛수용체와 단맛수용체에 온도수용체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에탄올은 쓴맛수용체 TAS2R38, TAS2R16에 달라붙고 단맛수용체 TAS1R3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열수용체인 TRPV1에도 영향을 준다(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 때 식도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이유다).


따라서 쓴맛수용체와 열수용체가 민감한 유형은 에탄올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단맛수용체가 민감한 사람은 덜 불쾌하게 느낀다. 물론 술 역시 이 부분을 극복하면 쾌감(술에 취했을 때 기분 좋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반복학습을 통해 불쾌함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에탄올의 불쾌함에 민감한 유형인 사람은 이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낮거나 칵테일처럼 다른 맛으로 쓴맛을 가린 술을 선호한다.


책에서 10장 ‘다중감각적 풍미 지각의 개인차’를 쓴 미국 모넬연구소의 코델리아 러닝과 존 헤이스는 글 말미에 음식의 선호도에서 선천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음식이 웬만하면 먹고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싫모의 경우처럼 어떤 음식을 강하게 거부한다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그 배경에는 생물적 기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각세계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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