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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도 산업수학 모르면 개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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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19일 19:00 프린트하기

대선이 코앞입니다. 주요 후보들은 아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번 주 부터는 눈 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수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선거 운동을 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각자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위험이 있습니다.
 
포커스뉴스 제공
포커스뉴스 제공
 
● 대선 주자도 집중해야 할 산업수학
 
그런데 이러한 전략을 세우려면 수학이 꼭 필요합니다. 바로 ‘외판원 문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외판원 문제란 여러 도시를 방문해 물건을 파는 외판원이 시간과 비용을 최소로 하면서도 판매의 효율을 높일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음은 “여러 도시들이 있고,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모두 주어졌을 때, 모든 도시들을 단 한 번만 방문하고 원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가장 짧은 경로는 무엇인가?”와 같습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려면, 외판원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 된다! - GIB 제공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려면, 외판원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 된다! - GIB 제공
수학자들은 이 문제에 1930년대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한 뒤 가장 짧은 경로를 선택하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간단한 문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문할 도시의 수가 많아질수록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도시 수가 24개만 돼도 가능한 경우의 수는 모두 9407경 3336조 개나 됩니다. 초당 1000억 번 계산하는 컴퓨터라도 모든 경로를 찾는 데 30년이 넘게 걸립니다. 따라서 사람이 경우의 수를 나열하고 계산하는 방법으로는 최적의 경로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수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의 정답을 찾고 있고,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근사해’를 찾는 방법으로 유의미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954년 미국에서 49개 도시를 방문해 돌아오는 경로를 찾았고, 2004년 스웨덴에서 2만 4978개의 마을을 효율적으로 도는 경로에 대한 답을 구했습니다. 그러니 대선 후보들도 여기서 힌트를 얻어 선거 유세 계획을 세운다면, 최소의 시간에 가장 많은 지역을 방문할 수 있겠지요.
 
지금까지 살펴본 이 문제는 산업수학의 대표 사례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강조되고 있는 산업수학이란 “수학적 이론과 분석 방법으로 산업현장 속 문제를 해결해 돈을 벌 수 있게(부가가치 창출) 돕는 활동”을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연구에 착수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팀과 한국수력원자력 공동 연구팀은 외판원 문제를 이용해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효율적 원전 관리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외판원 문제는 정해진 전자회로 안에 최대한 많은 전기회로를 넣는 반도체 설계 문제를 해결 하거나,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 매일 뜨고 내리는 항공기의 비행 계획을 세우는 등 산업현장 곳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 학교 안에 갇힌 수학
 
하지만 우리나라 수학교육 현장은 산업수학과 같은 응용수학이 아닌 순수수학에 치중(약 88%)돼 있습니다. 산업계와 수학계 사이의 교류의 기회가 많이 없고, 성공 사례도 개발이 미흡한 수준입니다. 이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회의실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수학, 전문가 간담회' 를 개최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전문가들과 자유토론 하고 있다.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19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간부회의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수학’을 주제로 2017년 R&D 전략과제를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이 준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의 역할’에 대한 간단한 발표를 시작으로, 조경옥 미래부 융합기술과(HPC팀) 팀장이 미래부의 산업수학 지원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최 장관의 사회로 이향숙 대한수학회장,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구성훈 삼성자산운영 대표이사 등 9명의 수학계, 산업계 전문가가 최 장관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순수수학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에 새 힘을 불어 넣고자, 미래부는 앞으로 수학계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교류하고, 함께 산업 난제를 해결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도록 적극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분야, 방법 제한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이 중심적인 영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과제.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분야, 방법 제한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이 중심적인 영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과제.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예를 들어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을 느끼는 환경, 안전, 의료, 교육 분야의 문제를 발굴해 수학자, 공학자, 기업(산업체), 관련 연구원들이 힘을 합쳐 도움을 준다는 취지입니다. 박형주 소장은 “이 시대가 주목하는 우버(모바일차량예약서비스)나 에어비앤비(숙소공유사이트)가 특별히 대단한 기술을 가진 게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문제해결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한 사례”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가치있게 연결하는 것이고, 기술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이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미래부는 “분야, 방법 제한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과제를 신청 받겠다”며 “과제당 연간 최대 3억원(최대 5년 지원)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정부 공무원들이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수학학회나 수학계, 산업계,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수정·보완하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따라가기엔 ‘우리나라의 성공 사례들은 그 유형이 몇 년째 너무 천편일률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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