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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獸)페셜리스트] “동물계의 ‘김안과’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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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17일 17:00 프린트하기

[안재상 청담눈초롱안과 동물병원장 인터뷰]

 



개는 사람에 비해 눈이 안보이는 상황에 꽤 적응이 빠른 편이에요.

그래도 안보이다 보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지요.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던 개가 제 치료를 받고 시력을 회복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올지 인제 알겄구나. 이제야 보니 알겄구나. 갑자 사월 초파일 밤. 꿈속에서 보던 얼굴, 분명한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 허여 본가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꿈을 꿈이냐. 이것 생신가. 꿈과 생시 분별을 못 허것네.’

 

앞을 못 보며 살다가 눈을 뜬 심봉사의 마음을 누가 알까. 옛날 이야기에서는 하늘이 내린 기적이지만 현대에서는 의학이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앞이 안보이는 ‘견 봉사’의 눈을 틔워주는 전문가, 안재상 청담눈초롱안과 동물병원장을 찾았다.

 

GIB 제공
GIB 제공

 

 

Q1. “동물안과라니, 눈이 나빠진 강아지에게 라식 수술 해주는 건가요?”
A. 동물 안과는 시력 저하의 원인을 찾아 원인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백내장처럼 수정체가 불투명해져서 눈이 안보이거나, 녹내장처럼 안압이 높아져 신경세포가 눌릴 때 약물이나 수술적인 요법으로 도움을 주는 거지요. 사람의 안과 질환과 똑같답니다.

 

 

‘안과 동물병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의사와 마찬가지로 동물 의사도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노안이 온 개에게 안경을 씌워주나?’라는 실없는 생각도 들었다.

 

동물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안과 질환은 크게 세 가지다. 각막에 상처가 나는 각막궤양,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심하면 아예 보이지 않게 되는 백내장, 안압이 올라 혈관을 막거나 시신경을 눌러 신경 기능에 이상이 오는 녹내장이다. 대부분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걱정이 큰 질환이다.

 

안 원장은 2008년 수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뒤 10년 동안 동물 안과 의사 외길을 팠다. 안과 부분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물 안과로 유명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안과 질환 연구하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동물 안과 전문 병원을 차렸다.

 

“눈은 사람을 비롯해 여러 동물들이 기본적으로 구조가 유사해 발생하는 질환도 비슷합니다. 다만 동물 눈은 크기가 작아 사람에게 쓰는 안과 장비를 쓸 수 없습니다.”

 

어떤 동물도 안과 질환에 대해서는 진료할 수 있다는 안 원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안 원장이 진료해본 동물 중 가장 작은 것은 ‘햄스터’. 그 작은 동물의 눈을 보고 진료했다는 것이 기자 입장에서는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안재상 청담눈초롱안과 동물병원장
안재상 청담눈초롱안과 동물병원장

 

 

Q2. “동물 눈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동물은 아픈 것을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눈이 불편한 건 더욱 알기 어렵지요. 흰 자가 빨개지거나, 눈을 잘 못 뜬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눈곱이 누렇게 끼거나 검은자가 탁해 보여도 그렇지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때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빠르게 치료해야 합니다.

 

 

동물에게 안과 질환은 다른 질환에 비해 진단이 쉬운 편이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기관이기에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질환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금물.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빠른 처방이 치료를 더 쉽게 해준다. 

 

“이제는 기술이 발달해서 예전보다 수술 방법도 많이 발달했습니다. 수정체 탈구(수정체가 본래 위치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는 예전에는 통째로 제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요. 이제는 수정체를 제거 한 다음, 수정체 역할을 새로이 할 인공 렌즈를 실로 걸어 초점을 맞추도록 하지요.”

 

사람은 ‘수술’이라는 말에 대부분 겁을 먹기 마련이다. 안 원장은 그래도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해 예전에 비해 많은 동물들이 시력을 회복한다고 말한다. 시추나 페키니즈처럼 눈이 튀어나온 견종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각막궤양도 치료율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궤양이 심할 경우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면 그대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막 이식이 필요했지만 개의 각막은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거부반응이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가 각막 이식술이 발달해 멀쩡한 각막의 일부를 이식해 완치율이 높다.

 

사실 개는 사람에 비해 시각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개 시력은 0.2~0.3 정도로 실명을 해도 한두 달이면 적어도 자기가 사는 공간(집)에 대해서는 완전히 적응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눈 질환이 심각할 경우 안구를 적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누가 뭐래도 질환이 심해지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안 원장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꼭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며 “녹내장은 발생한지 1~2일 만에 응급처치를 받으면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수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Q3. 개가 시력을 잃은 것 같은데,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대요. 왜 일까요?
A. 시력을 잃는 이유는 꼭 눈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신체 부위, 특히 뇌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의사와 인터뷰를 잡을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만난다. 대부분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동물병원이다. 작은 접수공간과 간식이나 사료, 간단한 반려동물 용품을 파는 곳이 있다. 진료실은 반려동물이 함부로 뛰어나가지 못하도록 칸막이가 있다. 그런데 안 원장의 병원은 여느 동물병원과 분위기가 달랐다. 병원에서 판매하는 반려동물 용품 – 리드줄, 사료, 장난감…, 하다 못해 아주 작은 간식까지! - 이 전혀 없었다.

 

안 원장의 동물 병원은 안과 질환 진료 말고는 아무런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동물병원이라면 다 한다는 예방접종조차 안 한다. ‘안과’라는 전문 분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의학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분명 특정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동물 눈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 병원에 왔는데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다른 검사를 해보면 눈이 아닌 다른 부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뇌에 종양이 생겼다거나 하는 거죠. 그럴 땐 원래 다니던 병원에 알려주거나 해당 증상을 잘 보는 다른 선생님을 소개해드립니다.”

 

동물 안과 전문의로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안과 질환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동물병원이라면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는 예방접종조차 안한다. 마치 이비인후과에서 안약을 처방하지 않고, 정형외과에서 내시경 시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안과 질환만 봤을 때 병원이 무사히 운영되는지가 궁금했다. 기자의 경우 함께하는 반려동물의 눈 때문에 병원에 간 적은 없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 달에 평균 300건. 생각보다 많은 수에 깜짝 놀랐다. 검색을 통해 찾아오는 환자도 있고, 안 원장의 전문성을 인정한 동료 수의사들이 자신의 환자에게 안 원장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안 원장의 목표는 청담눈초롱안과 동물병원이 동물계의 ‘김안과(유명한 사람 안과 병원)’가 되는 것.

 

“품종이 타고나는 유전병 중 눈과 관련된 유전병이 상당히 많습니다. 반려동물의 눈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 편집자주: 이가 아프면 치과, 눈이 아프면 안과, 배가 아프면 내과에 갑니다. 각 증상에 대해 잘 아는 스페셜리스트들을 찾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은 어떤가요?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라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나요? 우리나라 제도에서는 특별히 구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하고 치료해온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서울특별시수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와 함께 특정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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