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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 따면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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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4일 18:00 프린트하기

 

 

대식가 태연에게는 일 년에 정확히 다섯 번의 경축일이 있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그리고 설과 추석. 이유는 단 하나,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모조리! 그것도 잔소리 한번 듣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갈 때는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칭찬까지 듣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아이고, 잘 묵네. 구여운 내 강아지. 송편두 먹구, 부침개두 먹구, 갈비두 먹구, 불고기두 먹구, 오구오구”

 

“네! 할머니 분부대로 따를게요~. 아빠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위대한, 그러니까 위(胃)가 엄청 대(大)한 손녀가 돼서, 청출어람이 무슨 뜻인지 꼭 증명해 보일게요!”

 

그러나 강철도 녹여낼 듯 건강하던 태연의 특 A급 위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급체를 한 것! 체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할머니는 뾰족한 바늘을 불로 소독하고 바람처럼 달려와 태연의 엄지손가락을 잡는다.

 

“하…, 할머니. 왜 이러세요! 제발 그 바늘 내려놓아 주세요!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면 낫는다는 건, 말짱 다 거짓말이라고요. 그치 아빠?”

 

“뭐, 현대의학 입장에서 보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 현대의학에서는 정식 질환명도 없는 병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한국사람 치고 체했다는 말이나 증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

 

“암만! 내 아들 똑 소리 나게 말 한번 잘 허는구먼. 글고 체하믄 손가락을 따야 헌다는 것두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얘기여.”

 

“악, 안돼요!”

 

“그럼, 되는지 안 되는지 차근차근 짚어볼까? ‘체증’, 그러니까 체한 증상은 음식을 급히 많이 먹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이유로, 위의 운동력이 떨어지고 위액 분비가 잘 안 돼서 생기는 증상이란다. 그러고 보면 만날 허겁지겁 먹는 네가 여태 체한 적 없이 살았다는 것도 기적이야. 암튼, 체하면 명치 부위가 탁 막히면서 손발이 싸늘해지고, 속이 답답하면서 트림과 매슥거림이 계속되지. 복통이나 두통, 어지럼증과 구역질 같은 증상도 동반되고 말이야.”

 

“네, 딱 그 증상이에요.”

 

한의학 입장에서 보면, 이럴 때 손가락 끝을 따는 건 아주 현명한 응급처치란다. 위가 갑자기 마비돼 기혈이 막혔을 때 엄지손가락 손톱 밑 바깥쪽에 있는 혈자리를 침이나 바늘로 찔러서 검은 피를 내면, 막혔던 기가 뻥 뚫려 멈춰 있던 위가 다시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지.”

 

“그래도 바늘은 무서운데….”

 

“그래. 현대의학에서는 단지 심리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단다. 오히려 소독이 잘 안 된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다가는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손가락을 따는 대신 병원에 가라는 거야.”

 

“병원도 싫어요!”

 

“어떤 게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정확한 건 있단다. 체했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한두 끼쯤 굶기’라는 거지. 굶으면서 따듯한 보리차만 조금씩 마시다가 좀 나아지면 소화가 잘 되는 죽으로 속을 달래는 게 최고야.”

 

“그,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산해진미가 가득한 이 명절에, 절 보고 요염하게 손짓하는 저 갈비들을 외면하고 굶으라고요?!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한 번에 확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체했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들은 있단다. 일단 매실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체증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고, 무에는 소화에 도움이 되는 디아스타아제와 페루오키시타제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옛날부터 천연소화제로 불리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도움이 될 거야. 또 양배추도 위의 점막을 강화하고 기능을 회복시킨다고 알려져 있지.”

 

“그러니까 아빠 얘기는, 병원에 가거나, 맛없는 매실이나 무, 양배추를 듬뿍 먹거나, 아니면 쫄쫄 굶어라…, 이 말씀이신 거네요?”

 

“그렇지.”

 

태연, 달달한 냄새를 가득 풍기는 갈비와 할머니가 가져온 바늘을 번갈아 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하, 할머니. 그러니까 손가락만 따면 진짜 쑥 내려가요? 그러니까 고기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암만, 암만!”

 

태연, 결심한 듯 바들바들 떨며 할머니에게 손가락을 맡긴다. 잠시 후, 십 리 밖에서 길 가던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로 우렁찬 “악!”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진다.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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