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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건조함, 설마 나도 쇼그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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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 11:00 프린트하기

상쾌한 가을바람, 하지만 가을바람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온몸 구석구석을 건조하게 하는 ‘쇼그렌 증후군’ 때문이다.

 

쇼그렌 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 피부의 피지샘, 소화샘, 기관지샘, 질샘 등 외분비샘에 만성염증이 일어나 분비물이 줄어드는 병이다. 체내 면역계의 오작동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균을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가 외분비샘 같은 체내 정상 조직을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쇼그렌 증후군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쇼그렌 증후군만 앓는 경우와 류마티스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전신 염증 반응을 보이는 병)등 류마티스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도 환자의 약 50%가 관절통을 호소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쇼그렌 증후군 진단을 받는 사람도 많다.

 

여성 만 명당 8명꼴, 40~50대 여성이 가장 많아


쇼그렌 증후군은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 400만여 명의 쇼그렌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90%가 여성이었고, 주로 40~50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비율은 여성 1만 명 당 8명 정도다. 자폐증 발병률이 만 명당 4명,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률이 만 명당 약 6.19명(국가암정보센터, 2010년, 표준화발생률 10만 명 당 61.9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병명이 낯선 만큼 보기 드문 질환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임상사례 등을 종합해보면 25만~50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이나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 호르몬을 비롯해 자외선, 스트레스, 특정 약물 등 환경적 요인의 복합 작용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중년, 특히 폐경기 여성이 많다는 점에서 호르몬의 변화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눈과 입 안이 마르는 것이다. 눈물샘이 마르면서 눈이 뻑뻑해지기 때문에 ‘눈물이 나지 않는 병’으로도 유명하다. 건조해지는 가을이면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마치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가렵거나 따갑고 충혈되며 눈부심 현상도 나타난다. 안구건조증보다 정도가 심해 건조성 각결막염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입 안은 물 없이는 음식물을 씹고 삼키기 어려우며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양치를 해도 입 냄새가 나고 혀의 표면이 건조해지면서 미각도 떨어진다. 잇몸염증과 충치도 잘 생긴다. 침은 하루에 1.5~2L가 분비되며 소화를 돕고 입안의 나쁜 균을 죽이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데 침샘에서 침이 나오지 않아 균 번식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침샘은 혀 밑, 귀 앞의 뺨, 구강 뒤쪽에 있는데 염증이 생기면서 그 부위가 붓고 아프며 열이 나기도 한다.

 

눈과 입 뿐 아니라 코와 기관지, 온몸이 건조해진다. 코 속과 기관지 점막에 있는 샘은 기관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샘이 마르면서 방어벽이 깨져 마른기침이 잦고 가래나 기관지염 등 호흡기관에 문제가 생긴다. 또 면역세포가 위와 췌장의 분비샘을 공격해 소화액 분비가 줄면서 만성 소화 장애와 간염, 위염 등이 나타난다.

 

피부와 땀샘, 피지선의 분비가 줄면서 피부도 건조해진다. 가을철, 사워를 하고 나온 뒤 당기는 느낌을 넘어서 마치 가뭄이 든 것처럼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다. 땀샘과 피지선에 염증이 생기면서 붉은 발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손끝이나 발끝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는 말초신경질환, 근육통, 당뇨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내분비계 질환, 단백뇨나 신장결석 등 신장질환 등 전신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자가면역질환이 가진 특성으로 면역세포가 외분비샘 뿐 아니라 전신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레이노 증상이다. 추운 곳에 가면 손이 하얗게 변했다가 다시 따뜻한 곳으로 가면 손이 얼룩덜룩 붉어진다. 면역세포가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혈관을 예민하게 만들고 이 때문에 조금만 추워도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 4~6% 정도는 임파선암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쇼그렌 증후군 증상이 전신에 나타난 뒤 5년이 지나면 5배, 10년이 지나면 10배, 15년이면 20배나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일시적으로 입이나 눈이 마르는 증상은 흔하기 때문에 입이 마르거나 눈이 건조하다고 해서 쇼그렌 증후군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입 안과 눈, 피부, 코 속 등이 마르고 소화가 잘 안되며 기침이 잦아지는 등의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고 느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쇼그렌 증후군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완치법이 없다.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막는데 중점을 둔다. 증상은 천천히 나빠지면서 오래 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입 안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자주 물을 마시고 침샘을 자극하기 위해 무설탕껌을 씹는 것도 방법이다. 충치와 잇몸 질환이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은 필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건조한 눈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외출을 꼭 해야 한다면 선글라스는 쓰는 것이 좋다. 또 책을 보거나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야 한다. 피부 건조를 막기 위해 몸에 자주 로션을 바르는 것이 좋다.

 

감기약과 고혈압, 항우울제, 안정제는 입 안을 마르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온몸이 사막의 모래처럼 거칠어지고 마르는 쇼그렌 증후군, 아직 완벽히 치료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신약이 임상시험에 있는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가을을 촉촉하게 맞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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