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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로 공포증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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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로 공포증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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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에 가상의 디지털 물체와 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增强現實, Augmented Reality) 기술은 이제 생소하지 않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길거리를 비추면 가까운 곳의 맛집 정보를 화면에 함께 보여주거나, 가상의 헬리콥터를 조종해서 자신의 방 안을 날아다니는 게임 등이 대표적인 증강현실 서비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는 신선함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재미 추구나 정보 제공 위주였던 증강현실 서비스가 최근 조금 더 진지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하우메 I 대학(Universitat Jaume I) 연구팀은 증강현실 기술을 ‘벌레 공포증(insect phobia)’ 치료에 활용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공포증을 치료할 때는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이 치료법은 환자를 공포의 대상에 서서히 노출시킴으로써 점차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출 정도를 잘 조절하지 못 하면 치료받는 사람이 중도에 포기하고 더 심한 공포증에 빠지는 부작용도 많았다. 공포의 대상이 거미나 바퀴벌레 같은 생물체일 경우 마음대로 컨트롤하기 힘들어 발생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상현실(假想現實, Virtual Reality)’ 속에서 공포의 대상을 보여주는 방법도 등장했지만 현실감이 떨어져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 마음대로 조종 가능한 가상의 생명체를 등장시키면서 현실감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바퀴벌레 공포증에 시달리는 6명의 여성 환자들에게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씌우고 눈 앞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시킨 가상의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도록 했다. 전통적인 가상현실 치료법과 다른 점은 HMD에 장착된 카메라로 현실의 환경을 그대로 촬영하면서 화면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환자 앞에 존재하는 책상 위에서 바퀴벌레들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환자가 책상에 손을 올려놓으면 바퀴벌레가 그 위를 지나가고, 심지어 가상의 파리채로 바퀴벌레를 때려잡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몰입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대성공. 처음에 바퀴벌레 1마리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60마리까지 대거 등장시킴으로써 환자들이 익숙해지게 만든 후에 실제 바퀴벌레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통에 손을 집어넣도록 하자 6명 모두가 무리 없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연구팀은 거미 공포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해 역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연구팀의 이번 실험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특별한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눈에 띄는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범용 HMD에 웹카메라를 장착하면 하드웨어는 준비 끝. 여기에 3D 모델링을 거친 바퀴벌레와 이를 컨트롤하는 운용 프로그램만 개발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강현실 기술이 의료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스페인 연구팀이 실험한 ‘벌레 공포증’ 치료 방법을 조금만 응용해서 가상의 낭떠러지를 구현하면 매우 안전한 방법으로 ‘고소 공포증’을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또 난이도 높은 외과 수술을 진행할 때 환자의 피부에 정확한 절단 부위를 겹쳐서 표시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기발한 응용력으로 일상에 즐거움을 안겨줬던 증강현실 기술이 우리의 건강을 책임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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