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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꼭 먹어야 하나? 안먹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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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꼭 먹어야 하나? 안먹어도 되나?

2003.02.21 17:17
“아침 식사를 하라니까.” “싫어.” 직장인 김모씨(33·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얼마 전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 좀처럼 싸운 적이 없던 김씨 부부가 목소리를 높이게 된 발단은 다름 아닌 아침 식사. 김씨는 평소 아침을 별로 먹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욕이 없는 데다 허둥지둥 출근 준비를 하느라 경황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복부 팽만감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은 것도 한 이유다. 아내는 남편 김씨와 의견이 다르다. 아침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래서 몸이 아플 때도 새벽에 일어나 꼬박꼬박 아침 식사를 챙겨주는 데 남편이 마다하면 화가 난다는 것. 또 아침을 먹었다가 안 먹었다가 하는 불규칙한 남편의 식사습관도 걱정이 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이모씨(31·주부)는 얼마 전 TV를 보다가 약간은 생소한 건강법을 접하게 됐다. 소식(小食)의 일종으로 아침식사를 거르는 이른바 ‘이식(二食)’으로 고혈압과 당뇨, 위장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속이 자주 더부룩하고 쓰린 등 위장병 증세가 있는 이씨는 그 다음날부터 아침을 굶었다. 이씨는 ‘이식’을 한 지 2주 만에 중단했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씨는 “속이 더 편안해졌다는 느낌도, 반대로 더 나빠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침을 먹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의학계의 단골 논쟁거리 중의 하나. 팽팽한 양측의 의견을 정리해 본다.▽반드시 먹어라=아침 식사는 그날의 활동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지지하는 의학자들은 잠이 들었다고 해도 심장박동이 멈추지 않고 각종 신진대사가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점차 소모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날 일어났을 때 뇌로 공급돼야 할 포도당이 거의 고갈돼 보충해 줘야 한다는 것. 이들은 아침 식사를 거를 경우 전날 밤부터 점심 식사를 할 때까지 16시간 이상 에너지 공급이 되지 않아 모든 신체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점심과 저녁 식사를 과도하게 먹을 수가 있어 각종 위장 장애와 비만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최근 본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를 길거리로 몰고 나서는 만용”이라고 지적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민영일 교수는 “미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교수는 이어 “최근 한 방송에서 방영한 ‘이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만약 몇 명의 임상시험에서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이 개선됐다면 이는 절식(絶食) 등 다른 요소가 첨부됐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통된 의견=아침 식사를 하더라도 지나치게 과하면 좋지 않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리고 일어나서 바로 먹기보다는 스트레칭 등을 통해 30분 정도 몸을 푼 뒤 식사를 하는 게 좋다. 식단으로는 우유와 빵, 죽 등 간단한 음식이 좋으며 과일과 채소를 곁들여서 먹는 것도 괜찮다. 또 한번에 음식을 많이 먹기보다 여러 번에 나눠서 먹는 게 위에 부담을 줄이고 비만을 막을 수 있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한다. 이와 함께 소식 또는 절식을 하면 비만과 노화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데도 대체로 동의하는 편.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활동량이 많고 신진대사가 매우 활발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식사를 가능한 한 거르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몸에 항상 에너지를 저장해 놓아야 성장이 촉진된다는 것. 게다가 청소년들은 허기가 질 때 신경질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 정서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것도 아침 식사를 권장하는 이유도 있다. ▽안 먹어도 된다=사람마다 생체 리듬과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아침을 먹어야 한다, 먹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 선 의학자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배가 고프다면 음식을 먹는 게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루에 필요한 2000칼로리를 채우고 5대 영양소를 두루 섭취할 수만 있다면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만으로도 충분하며 반대로 네끼, 다섯끼로 나눠 먹어도 관계없다는 것. 서울대 의대 내과 이홍규 교수는 “아침 식사를 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며 “하루 세끼를 유연성 있게 조절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도 “하루에 세끼가 좋다, 두끼가 좋다는 논쟁은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육체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아침을 먹어주는 게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통적인 하루 세끼 개념에서 완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유 한잔, 땅콩 한쪽도 모두 식사라는 것.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윤방부 교수는 “식사에 대한 기존 인식자체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밥과 국 모두를 차린 성찬(盛饌)이 끼니라는 인식만 버린다면 하루 세끼뿐 아니라 하루 10끼라도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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