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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여줘, 성적 취향을 알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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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여줘, 성적 취향을 알려주지”

2012.08.06 00:00
“내 눈을 바라봐. 그럼 내 매력에 빠져들거야.” 한 때 대선 후보로 출마해 황당한 매력(?)을 발휘했던 허경영 씨가 내뱉은 말이 아니다. 사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일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우리 속담 뿐만 아니라 동공은 영혼을 바라볼 수 있는 입구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런데 최근 실제로 동공의 크기를 통해 상대방이 나에 대해 얼마나 호감을 갖고 있는지,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코넬대 발달심리학자인 리치 새빈-윌리엄스 교수는 동공 팽창 정도가 성적 취향의 정확한 지표라는 연구결과를 ‘플로스 원(PLoS ONE)’ 3일자에 발표했다. 사람들이 호감을 가는 이성을 봤을 때 동공이 무의식적으로 확장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새빈-윌리엄스 교수는 “동공확장은 맥박이나 호흡처럼 자율신경계의 반응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봤을 때 저절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은 이성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여자’라는 뜻을 가진 독성이 강한 약초인 벨라도나로 안약을 만들어 동공을 의도적으로 수축시키기도 했다. 이런 속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야한 영화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응답자들의 신체에 어떤 성적 변화가 오는지 질문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문제는 많은 문화권에서 성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꺼린다는 것. 즉 자신의 성적 흥분 상태를 억제하려고 하거나, 실험 환경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거짓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어진 원초적 반응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본성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각적 반응을 볼 수 있는 동공을 측정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포함해 165명의 남성과 160명의 여성 지원자를 모아, 남성이 등장하는 야한 영상과 여성이 등장하는 에로틱한 영상, 풍경을 담은 동영상 등 1분짜리 동영상 3개를 각각 시청토록 했다. 연구팀은 시선추적 카메라를 써서 동영상 시청 내내 동공 크기의 변화를 기록했고, 지원자들에게는 동영상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히 기록토록 했다. 그 결과 동공의 변화는 생식기관만의 흥분 연구에서 본 것과 같은 패턴을 보였다. 이성애자 남성은 여성의 동영상을 봤을 때, 동성애자의 경우는 남성의 동영상을 봤을 때, 양성애자는 남녀 동영상 모두에 반응했다. 여성은 좀 복잡한 패턴을 보였다. 동성애자 여성의 경우는 다른 여성의 동영상을 봤을 때 동공이 조금 더 확장됐는데, 이는 이성애자 남성에게서 볼 수 있는 패턴과 유사했다. 반면 이성애자 여성은 남성의 동영상을 보고 흥분됐다고 기록했지만, 동공 변화를 측정한 것을 보면 모든 성의 동영상에 대해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주관적 인식이 반드시 신체의 각성상태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새빈-윌리엄스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성에 대한 문화권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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