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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세계 과학계에 민폐 끼친 中 ‘디자이너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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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세계 과학계에 민폐 끼친 中 ‘디자이너 베이비’

2018.11.29 03:00
 

“이런 식의 전진은 더 큰 후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한 생명과학 기업 임원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월요일, 전 세계 생명과학계를 경악시킨 중국의 연구 결과를 두고 한 말이었다. 허젠쿠이(賀建奎) 중국난팡과기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수정한 인간 쌍둥이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에이즈 감염과 관련한 면역 단백질을 제거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정이 이상했다. 학계의 정식 보고 절차인 ‘동료 평가(peer review)’ 등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었다. 허 교수가 이번 주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말을 ‘흘렸고’ 그걸 기자가 기사화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학계의 교차 검증을 우선시하는 과학계 내부의 분위기상 이런 주장은 금세 수그러들고 자연스레 걸러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상이 생명과학계에서 그동안 암묵적 금기로 여기던 뇌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바로 ‘디자이너 베이비’(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수정해 탄생시킨 맞춤형 아기)의 탄생이다.

 

인류는 이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수정하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점점 정교하게 갈고 닦고 있다. 그 정점이 2012년 등장 이후 생명과학계를 혁신하고 있는 강력한 유전자 교정 도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다. 특정 유전자를 정확히 찾아내는 바이러스의 능력과 DNA를 끊는 효소의 기능을 결합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정확하게 원하는 유전자 부위를 찾아 잘라낼 수 있다. 보다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작물이나 가축을 개발할 때나 난치병 치료, 질병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요술 빗자루를 손에 넣은 동화 속 어린이처럼 이 도구의 강력한 힘을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인간 배아(수정란)에 사용하는 것이다. 생명과학자가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이미 2015년 4월 중국 연구팀이 크리스퍼를 이용해 인간 배아를 실험실에서 교정하는 데 처음 성공해 학술지에 발표하자 과학자들은 격렬한 윤리 논쟁 끝에 그해 12월 초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크리스퍼 응용이 적절하다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 생식세포를 교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유전병 치료 등 특정 목적의 기초 연구에 한해서만 인간 배아 교정을 허용한다.

 

과학자의 결의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연구자의 막무가내식 돌출행동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 학자들은 윤리 문제는 둘째 치고 허 교수의 연구는 의료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전혀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생명과학계에 불어닥칠 연구 제약의 역풍도 우려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요술 빗자루를 가진 동화 속 어린이는 구해줄 스승이라도 있었지만, 현실에서 엇나간 연구 결과를 수습해 줄 존재는 따로 없다. 과학자들 스스로 넘어선 안 될 선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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