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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물원 생활]초보아빠 두루미가 피 흘리면서도 알 품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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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물원 생활]초보아빠 두루미가 피 흘리면서도 알 품은 사연

2020.07.11 11: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6년 4월 28일 아침, 평화롭던 동물원에 갑자기 무전이 울렸습니다. 두루미 두일이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이날 두일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두루미사로 달려가 보니 두일이의 부리가 10cm 이상 부러져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암컷이 알을 낳으면서 아빠가 된 두일이는 한껏 예민해진 상태였습니다. 두루미는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둥지에서 알을 품습니다. 그러다 옆 칸에 살고 있는 다른 수컷 두루미와 철망을 두고 싸움이 붙었는데, 도중에 철망에 부리가 끼어 부러진 듯 했습니다. 두일이는 많이 아팠을 텐데도 둥지의 알을 품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황새나 두루미 등 부리가 큰 대형 조류들은 부리 혈관이 크고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만약 부상으로 부리 혈관을 통해 피를 과도하게 흘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두일이를 알에서 떼내어 응급 처치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지혈을 했고,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 수액 처치를 하였습니다. 


응급 처치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부리 치료가 시급했습니다. 부리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알 속의 새끼가 제대로 발육하려면 부리로 알을 좌우로 굴리면서 품어야 하는데, 이를 못하면 새끼들 또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두일이가 갑자기 자리를 비운 탓에 암컷 두루미는 두일이 대신 혼자 알을 품으며 이따금 수컷을 찾는 듯한 소리를 냈습니다. 


사육사와 함께 고심한 끝에 서울의 개, 고양이 전문 정형외과 수의사 조규만 선생님과 협진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동물원에는 많은 종의 동물들이 있기 때문에, 동물원 수의사가 모든 진료를 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화로 내용을 들으신 조규만 선생님은 흔쾌히 협진을 수락하셨고, 저녁까지 청주동물원에 도착하겠다고 답하였습니다. 

 

● 동물원 수의사 일지 

 

# 2016년 4월 28일 오후 7시, 두일이의 부리를 붙이다

 

부러진 부리를 붙이기 위해 거즈와 본시멘트를 켜켜이 쌓아 고정해 주었다. 청주동물원 제공
부러진 부리를 붙이기 위해 거즈와 본시멘트를 켜켜이 쌓아 고정해 주었다. 청주동물원 제공

조규만 선생님은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두일이의 부리 상태를 확인하고 처치 방법을 계획했습니다. 본시멘트를 사용해 부러진 부리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본시멘트는 정형외과에서 부러진 뼈를 붙일 때 쓰는 인공뼈 재료로, 굳으면 석고처럼 딱딱해집니다. 동물원 수의사들이 두일이를 마취시키고 모니터를 통해 두일이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했습니다. 조규만 선생님은 부리를 깨끗하게 소독한 뒤, 부러진 부위에 거즈를 대고 그 위에 끈적한 본시멘트를 바르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호흡을 위한 납막(콧구멍)이 막힐까 봐 조심스럽게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십분 정도가 지나자 본시멘트가 딱딱하게 굳으며 부리가 단단하게 고정되었습니다. 

 

2016년 4월 28일 오후 9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다 

 

알을 품고 있는 두루미의 모습. 청주동물원 제공
알을 품고 있는 두루미의 모습. 청주동물원 제공

수술 도중 동물원에서 암컷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암컷은 두일이가 나타나지 않자 12시간 동안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두일이를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료가 끝나고 기관에 넣었던 튜브를 뺀 뒤 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했습니다. 몇 분이 지나자 두일이는 조금씩 정신을 차렸습니다. 놀랄까 봐 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채 암컷이 기다리는 두루미사로 데려갔고, 두일이와 암컷은 어둠 속에서 여러 번을 같이 울었습니다.

 

왠지 그 울음소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두일이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둥지에 앉아 알을 품었고, 암컷은 그제서야 저린 다리를 펴고 물을 마셨습니다. 

 

#2016년 5월 5일 오전 8시, 새끼 태어나다 

 

청주동물원 제공
청주동물원 제공

아침에 출근해 보니 두일이와 암컷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알에서 두 마리의 새끼들이 부화했습니다. 두루미 부부는 새끼들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잡은 미꾸라지를 땅에 내려쳐서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새끼들이 먹는 도중에 꿈틀대는 미꾸라지가 기도에 걸릴 수 있거든요. 부모 두루미의 정성으로 새끼들은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두루미 인공 포육 일기 

 

2015년 봄, 암컷 미숙이와 수컷 사이에 두 마리의 새끼가 부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숙이가 풀을 깎는 제초기 소 리에 흥분한 나머지, 돌보던 새끼를 물 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마리는 숨을 거뒀고, 나머지 한 마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직원들은 두루미를 살리고자 사람이 직접 어린 동물을 키우는 인공 포육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태어난 지 며칠 동안 어미에게 익숙해진 새끼 청미는 처음엔 사람이 주는 먹이에 반응이 없었습니다. 먹이를 바꾸어 봐 도 소용없었습니다.

 

청주동물원 제공
인공포육 중인 두루미. 청주동물원 제공

문득 시각이 뛰어난 조류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붉은색 도구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붉은 숟가락에 미꾸라지를 올려 주었는데, 다행히 먹이에 관심을 갖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간신히 먹이를 먹였더니 이번엔 청미의 다리가 부어올라 잘 일어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 해 뼈 성장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D를 쬘 수 있도록 청미가 머무는 공간에 자외선 등을 달고, 산책도 시켰습니다. 청미는 자신을 돌보는 사육사의 부름에 곧잘 쫓아다녔습니다. 인공 포육으로 사람과 함께하는 걸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사육사들은 새끼 동물들이 동물 무리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공 포육은 부모 동물이 아프거나 새끼 동물이 무리에서 내 쳐지는 등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호(7월 1일 발행) [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두루미, 초보아빠 두일이 피가 나도 알을 품던 사연은?

 

※ 필자소개 

김정호 수의사. 충북대에서 멸종위기종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 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과는 학생실습생으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했다.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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