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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효과 봤다는 '혈장치료'...해외선 효과검증 '난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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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효과 봤다는 '혈장치료'...해외선 효과검증 '난맥'

2020.08.21 06:56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에 포함된 항체를 치료제 대신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에 포함된 항체를 치료제 대신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완치한 환자의 피에서 얻은 항체가 담긴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치료 방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4월 혈장치료를 통해 환자 2명을 치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혈장치료가 아직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혈장치료 방식의 긴급사용승인을 보류하면서 아직 확실한 치료 요법으로 쓰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혈장치료 임상 연구가 과학적 절차를 미처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효과를 검증하는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는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클리포드 레인 NIAID 임상 국장 등 고위 보건당국자들이 혈장치료의 효능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FDA 긴급사용승인이 보류됐다고 이달 19일 보도했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된 환자가 만든 항체가 담긴 피 속 혈장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인간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게 된다. 혈장치료는 이 항체 성분을 뽑아내 다른 이에게 투여하면 항체가 바이러스를 공격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쓴다. 항체는 혈액에서 혈구를 담고 있는 누런 빛 액체인 혈장에 담겨 있다. 전체 혈액의 약 55%가 혈장이다.

 

이번에 보류된 FDA의 혈장치료 긴급사용승인 초안은 코로나19 환자 6만 6000명 이상이 참여한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메이요 클리닉은 이달 14일 코로나19 확진자 3만 5000명이 완치자로부터 받은 혈장을 처방한 결과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진단 후 3일 내 혈장을 투여하면 30일 후 사망률이 21.6%로 3일 이후 혈장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인 26.7%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린스 원장과 파우치 소장 등 고위 보건당국자들은 혈장치료 임상 연구가 급격히 팽창한 점을 우려했다. FDA가 혈장치료의 동정적 사용을 허가하면서 코로나19 혈장치료제가 다수 환자들에게 투여됐다. 동정적 사용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아직 승인되지 않은 치료제를 실험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처음 연구는 2000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30배 이상 규모가 커지며 관리가 어려워졌다. 특히 임상 연구의 기본인 무작위 환자 모집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레인 국장은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했다”고 말했다.

 

연구가 임상시험에서 이용하는 연구 방법론을 쓰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에는 혈장치료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위약을 투여한 환자 대조군이 없었다. 혈장치료를 통해 회복된 것인지 약을 쓰지 않고도 약효를 느끼는 ‘위약 효과’의 영향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혈장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진단 후 3일 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혈장이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달 19일 보도했다. 전 FDA 국장인 로버트 칼리프 구글 헬스 임상정책 및 전략 수석은 “FDA의 긴급사용 허가 결정은 효과를 연구하는 노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혈장 치료가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잠재적 치료법이나 환자가 무작위 임상에 참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혈장치료를 받으려 모이면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에게서 공여받은 회복기 혈장이 항체 농도가 다양한 점 또한 연구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연구자들은 각 혈장의 항체 농도를 측정하고 표준화할 방법이 없어 이를 그대로 환자에게 공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일부 연구자들은 여전히 혈장 속에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중화 항체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연구가 진행되는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1차 대유행 때보다 줄어드는 것도 결론을 낼 시기를 늦춘다는 지적이다. 마틴 렌드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영국 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포함한 여러 치료법을 시험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첫 번째 대유행의 물결이 지나갔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것으로 예측되는 연말까지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많은 양의 데이터가 모이기 전에는 회복기 혈장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렌드레이 교수는 “우리는 이 전염병에서 선의의 과학적 가설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지 목격했다”며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은 소규모 초기 실험에서 치료 가능성을 보였지만 결국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렌드레이 교수는 “회복기 혈장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좋은 과학적 원리를 갖추고 있으며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근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결론을 알기에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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