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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읽어볼 만한 과학책들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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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읽어볼 만한 과학책들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오리진'

2020.10.02 12:00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는 나노로봇이라는 새 학문 분얄르 개척하는 최전선 학자 중 한 명인 저자가 연구 분야 발전사를 자신의 연구 여정과 포개어 소개하는 책이다.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학자가 역시 아직 성장 중인 분야에 대해 풀어낸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왼쪽). 과학 저널리스트가 역사와 과학, 인류학 지식을 아로새기며 새로운 관점으로 엮어낸 ′오리진′은 새로운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인류가 현재 지구에 큰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태생부터 진화, 문명, 역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면에서 지구의 대기와 지질, 지형의 영향 아래 이뤘다는 성찰이 돋보인다. 동아시아, 흐름출판 제공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는 나노로봇이라는 새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최전선 학자 중 한 명인 저자가 연구 분야 발전사를 자신의 연구 여정과 포개어 소개하는 책이다.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학자가 역시 아직 성장 중인 분야에 대해 풀어낸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왼쪽). 과학 저널리스트가 역사와 과학, 인류학 지식을 아로새기며 새로운 관점으로 엮어낸 '오리진'은 새로운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인류가 현재 지구에 큰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태생부터 진화, 문명, 역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면에서 지구의 대기와 지질, 지형의 영향 아래 이뤘다는 성찰이 돋보인다. 동아시아, 흐름출판 제공

올해 추석 연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집콕’ 시간이 늘어난 사람이 많다. 연휴를 평소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과학책을 읽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 나온 주목 할 만한 과학책 두 권을 꼽아봤다.

 

●연구 최전선 학자의 육성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김민준·정이숙 지음, 동아시아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과학책은 한 분야 전공자가 자신의 분야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형식의 책이다. 분야의 재미있는 연구 성과나 주요한 흐름, 개념을 소개한다. 균형감 있게 광범위한 내용을 소개해 매우 교육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운 느낌도 든다. 집필하는 사람도 그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지만, 자신이 쓴 책에는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분야를 만든 대가의 주요 성과와 최근 업적만으로 책이 가득차기 때문에 자신의 성과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분야 전문가가 썼다고 하지만, 관찰자의 시선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부분 성공으로 확인된 업적만 나열돼 실패와 좌절이 일상인 실제 과학과 공학 연구 과정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이룬 업적을 중심으로 분야 흐름을 읽다 보면 연구자의 삶도 제법 화려하고 순탄할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실제 연구자의 삶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고되고 반복적인 노력과 실패의 경험이 이런 책에 드러나지 않아서 드는 착각일 뿐이다.

 

다른 종류의 과학책이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한 분야를 열거나 이끌고 있는 현역 전문가가 자신의 연구 역정을 쓴 책이다. 이런 책은 분야를 개괄하는 균형은 부족할 수 있지만 대신 생동감이 넘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분야를 이끄는 리더만이 드러낼 수 있는 독창성의 후광이 있다. 소개하는 자신의 연구가 모두 새로운 시도다. 기존에 없던 지식을 처음 열어젖힌 사람의 언어에는 대체할 수 없는 힘이 있다. 다음으로, 자신의 연구 이력이 솔직하게 드러나는데, 내용의 대부분이 실패와 무모한 도전, 때로는 방법이 없어 운과 우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던 절박함으로 채워져 있다. 연구자도 고민하고 자신없어하는 숱한 국면 끝에 한 번의 성공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구 내용의 경중과 상관없이, 극적인 성공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여정은 대단히 흥미롭다.

 

김민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석좌교수가 쓴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는 이런 요건을 만족시키는 드문 국내서 중 하나다. 그가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나노로봇 분야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한 분야다. 특히 박테리아나, 박테리아를 이루는 일부 기관의 생체물질을 일종의 소재 삼아 만드는 나노로봇은 미래의 약물전달체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 때문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분야를 일찍부터 개척한 전세계 소수의 학자 중 한명인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 여정을 함께 한 스승, 제자, 동료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낸다. 

 

아직 완성에 이른 대가가 아니라 한창 연구 중인 현역 학자가, 역시 완성이 아니라 오히려 초창기에 가까운 상태로 이제 발전하고 있는 새 학문 분야를 풀어낸 덕분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형성되고 성숙하는 과정을 최전선 학자의 육성으로 느낄 수 있다. 논문이나 노벨상 수상자 목록에서만 이름을 듣던 인접 분야 대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감을 주고 때로 직접 교류하며 분야를 발전시키는 모습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과학과 공학 연구 과정을 담백하게 느껴보고 싶거나, 다양한 학문이 융합한 새 분야가 등장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압축해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히 관심을 갖고 읽어볼 만하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구슬을 연결해 만든 모듈형 나노로봇.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구슬을 연결해 만든 모듈형 나노로봇.

●지구의 그늘 아래 일군 역사, <오리진> 루이스 다트넬 지음, 흐름출판

 

과학 저널리스트가 현생인류가 탄생해 이동하고, 문명과 역사를 이루는 과정을 지구의 장구한 변화와 함께 살핀 독특한 책이다. 역사책은 흔히 권력을 지닌 집단 사이의 역학관계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역사의 큰 방향을 결정한 중대한 물줄기는 오롯이 인류의 의지와 의도, 결정에 따른 결과로 묘사된다. 실제로는 기후나 지형, 해류 등 거시적인 지구 환경이 역사의 주요 국면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에 대해 강조하는 의견은 인류의 주체적인 의지와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인간을 환경에 종속된 존재로 폄하한다는 비판에 부딪히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류는 태생부터 거시적인 환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 동아프리카에서 인류가 태어날 때에는 동아프리카에서 천천히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대륙이 큰 역할을 했다. 판의 이동에 따라 동아프리카 땅이 천천히 찢기고, 그에 따라 건조해진 지역이 초원으로 변하면서 두 발로 걷는 인류가 태어났다는 가설이 현재 가장 유력하다.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현생인류는 수만 년 주기로 변화하는 지구 자전축의 변화와 그에 따른 기후 및 식생 변화에 따라 처음 태어난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을 찾았다. 빙하기에 낮아진 해수면 덕분에 육지가 된 홍해를 건너 유라시아 대륙에 진출했고, 각 지역에 퍼져 나갔다. 

 

문명과 역사 시대 이후에도 비슷하다. 판의 이동으로 형성된 극적인 고지대는 퇴적물을 내려 보내 아래에 비옥한 저지대를 형성했다. 이곳은 나중에 인류가 문명을 이룩한 주요한 거점이 됐고 도시와 국가를 탄생시킨 기반이 됐다. 북해 연안의 저지대 평원은 개간 과정에서 풍차와 제방 건설을 필요로 했고, 그 과정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시장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네덜란드 등 북유럽의 금융산업을 태동시켰다.

 

‘오리진’은 이렇게 인류가 태어나 진화하고 현재의 문명을 일구는 데 영향을 미친 지구 기후와 대기, 지질 환경이 미친 영향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 인류가 스스로 결정하고 이뤘다 생각한 많은 일이 실제로는 지구가 이미 정해 놓은 큰 틀 안에서 이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인류도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실가스를 내뿜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프랑스 전체 면적에 육박하는 육지를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포장해 도시화했다. 하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결정하는 것은 지구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선 순간, 인류는 막강한 지구의 역습을 손 쓸 방도 없이 바라만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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