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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가림막 높을수록 바이러스 차단 효과 크지만…어디까지나 '방역 보조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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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가림막 높을수록 바이러스 차단 효과 크지만…어디까지나 '방역 보조수단'

2020.11.23 11:00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쓰일 예정인 가림막은 가로 60cm, 높이 45cm의 크기다. 교육부 제공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쓰일 예정인 가림막은 가로 60cm, 높이 45cm의 크기다. 교육부 제공

내달 3일 치러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외에도 하나의 벽을 더 만나야 한다. 방역대책의 하나로 책상 앞에 설치되는 가로 60cm, 세로 45cm의 플라스틱 가림막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가림막에 적응하기 위해 미리부터 모의 연습까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스크까지 쓰고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서 가림막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겠냐며 불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방역당국은 가림막의 바이러스 확산 차단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달 3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수능시험장의 플라스틱 가림막에 대해서 지난 9월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했고 어느 정도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추석 특별방역기간 종합대책 중 하나로 식당 등에 설치하는 가림막 설치기준을 높이 70cm로 제시했다. 이 식당 가림막 기준은 앞서 진행된 수능시험장 가림막 실험에서 얻은 결과에 근거해 마련됐다. 

 

4개 연구기관은 방역당국의 요청을 받아 플라스틱 가림막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입자생성기와 레이저를 이용한 시각화 실험, 유동 분석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사람이 가림막과 40cm 떨어진 상황에서 입과 코의 높이를 45cm로 가정하고 가림막 너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침방울이 전달되는지 살펴봤다. 

 

실험 결과 가림막은 높이가 높을수록 효과가 컸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진행한 실험에서는 지름 0.5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의 침방울 차단율은 가림막 높이가 60cm에선 95.5%, 70cm일 때는 98.8%로 나타났다. 다만 높이가 80cm일 때는 98.9%, 90cm는 99%를 기록해 높이가 달라져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가림막 높이를 70cm까지 해도 차단효과가 충분하다는 결과다. 다른 연구기관인 에너지연과 건기연이 진행한 실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수능 칸막이(가림막) 높이를 45cm로 정했다. 이는 차단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된 70cm보다 25cm나 낮다. 수능을 치르면서 시험지를 바라보며 숨 쉬는 위치가 낮은 수험생의 특성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수능용 칸막이로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윤규 건기연 실내공기품질연구단장은 “공간의 형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수능용 칸막이의 차단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말하기 어렵다”며 “가림막이 없을 때 미세한 침방울이 전달될 확률이 40%에 이르는 만큼 없는 것보다 나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능이 아무도 말하지 않는 환경인 것을 고려하면 침방울 대신 숨쉬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에 떠다닐 수 있어 가림막 위나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칼레드 탈라트 미국 뉴멕시코대 원자력공학부 연구원팀은 책상 앞에 놓인 가림막이 에어로졸 전달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공기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가림막이 공기 흐름이 책상 위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로졸 전파는 막지 못하지만 대신 에어로졸이 타고 흐를 공기 흐름 자체를 막는 효과는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입자 크기가 작아지면 아무래도 차단율이 떨어진다”며 “입자 크기가 0.3㎛ 이하로 내려가면 차단율이 60%대로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가림막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CNN은 지난달 15일 과학자들을 인용해 가림막이 직접 분사되는 침방울은 막는데는 효과가 있지만 차단 효과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림막 효과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만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와퍼 엘 사드르 미국 컬럼비아대 역학과 교수는 “가림막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조사한 연구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는 가림막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권고를 내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는 지난달 대학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만든 플라스틱 가림막 설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대학 측은 “가림막이 공학적으로 보조적 역할을 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에어로졸과 같은 모든 매개체를 막지는 못하며 코로나19로부터 모든 사람을 완전히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가림막에 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의 냉난방기와 공기청정기 방역지침, 국토교통부의 다중이용시설 지침 개발을 진행하며 가림막 차단 효과를 분석할 여력이 현재로선 없다"면서도 “가림막에 대한 실험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연구자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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