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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⑵친환경 냉방 소재 혁명 이끄는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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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⑵친환경 냉방 소재 혁명 이끄는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술

2020.11.25 15:49
화학연 올레핀분리팀 금속유기골격체(MOF) 성능 개선해 흡착식 냉방 걸림돌 해결
흡착식 냉난방기에 필요한 흡착제인 금속 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 소속 한국화학연구원 올레핀분리팀. 남윤중 제공
흡착식 냉난방기에 필요한 흡착제인 금속 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 소속 한국화학연구원 올레핀분리팀. 남윤중 제공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에어컨 사용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약 16억대의 에어컨이 가동됐고 2050년에는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져 약 56억대가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유럽의 주요 국가가 저탄소와 친환경 경제를 추구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구하는 가운데 에어컨 사용량의 증가는 새로운 냉방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에어컨 냉매로 주로 쓰이는 프레온 가스와 불소계 냉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전동기로 냉매를 압축하고 뜨거워진 바람을 실외기로 강제 배출하는 에어컨은 전력 소모가 크고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열이 대도시의 평균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열섬 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친환경적이고 전력 소모가 적은 차세대 냉방시스템 중 하나로 자연 냉매인 물과 흡착제, 산업체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해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해결하는 ‘흡착식 냉난방기’가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인 냉각 시스템은 액체 상태인 냉매가 기체로 바뀌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한다. 기체인 냉매를 압축해 액체로 되돌릴 때 많은 전기에너지가 소모되고 열이 발생한다. 반면 흡착식 냉·난방기는 물 분자를 빨아들여 냉방을 촉진하고 열이 가해지면 물 분자를 내뱉는 흡착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에어컨의 10분의 1 정도 전기로 작동한다. 

 

○ 친환경 냉방시스템 소재로 주목받는 금속 유기 골격체(MOF)

 

흡착식 냉난방기의 원리는 오래전부터 고안됐다. 하지만 마땅한 흡착제가 없어 구현하지 못해왔다. 이상적인 흡착제는 증발한 물 분자를 충분히 빨아들이고 80도 이하의 열을 가했을 때 다시 물 분자를 배출해야 한다.

 

 

흡착제로 쓰이는 물질은 분자 내부에 구멍이 뚫려있는 다공성 물질이다. 다공성 물질은 이온 교환을 통해 물 분자를 정해진 위치에 흡수했다가 다시 내뱉는 성질이 있다. 대표적인 다공성 물질인 제올라이트는 화산 폭발로 흘러나온 용암과 해수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광물이다. 규소(Si)와 알루미늄(Al), 산소(O) 원자로 이뤄진 골격에 알칼리나 알칼리 토금이 결합된 3차원 구조를 가진다. 무게 대비 흡착할 수 있는 물 분자 수(흡착 용량)가 상대적으로 적고 150도가 넘는 고온에서만 물 분자를 뱉는 단점이 있다. 실리카는 80도에서 물 분자를 뱉어내지만 흡착 용량이 적었다.

 

제올라이트(왼쪽)와 MOF(가운데)의 구조. 제올라이트에 비해 MOF의 구멍이 훨씬 많다. 오른쪽은 2012년도 발간된 ′어드밴스드 머티어리얼스′로 표지에 올레핀분리팀이 개발한 MOF를 실었다 . 이우황, 어드밴스드머티어리얼스 제공
제올라이트(왼쪽)와 MOF(가운데)의 구조. 제올라이트에 비해 MOF의 구멍이 훨씬 많다. 오른쪽은 2012년도 발간된 '어드밴스드 머티어리얼스'로 표지에 올레핀분리팀이 개발한 MOF를 실었다 . 이우황, 어드밴스드머티어리얼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의 지원을 받는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 소속인  '한국화학연구원 올레핀분리팀'은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금속 유기 골격체(MOF)에 주목했다. MOF는 무기물인 금속산화물을 뼈대가 되는 길쭉한 유기물인 리간드로 이어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다공성 물질이다. MOF는 합성에 쓰이는 금속산화물과 리간드의 종류에 따라 구멍의 수, 모양, 구조가 달라 이론적으론 수많은 종류를 만들 수 있다. 이우황 올레핀분리팀 팀장은 “MOF의 종류는 2017년 기준 약 8만 종류가 발견됐고, 이 중 흡착제로 쓸 수 있는 물질은 대략 1만 개 정도”라며 “종류가 260여 개 정도인 제올라이트에 비해 훨씬 많다”고 말했다.

 

MOF는 구멍의 수가 많아 비표면적이 높고 이 때문에 많은 물 분자를 흡착할 수 있다. 비표면적은 입자의 단위 질량당 표면적으로 크기가 같은 상자도 안에 칸막이가 많으면 표면적이 늘어나 비표면적이 커진다. 이 팀장은 “제올라이트는 1g당 비표면적이 평균 800m2가 채 안 되지만, 올레핀분리팀이 만든 MOF는 대부분 1g당 비표면적이 1800~4300m2에 이른다”며 “쉽게 말하면 MOF 1g 안에 축구장 크기의 면적이 숨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2000년대부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협력해 다양한 MOF를 개발하고 응용 분야를 개척했다. 2008년 MOF를 활용한 수분 흡착제를 개발해 원천특허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올레핀분리팀이 만든 MOF 중 8개 이상이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서 특허를 받았다. 관련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어리얼스(2012년)와 네이처 머티어리얼스(2015년), 네이처 에너지(2018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2020년)에 실렸다. 

 

한국화학연구원 CCP 융합연구단 올레핀분리팀이 개발한 금속 유기 골격체(MOF). 남윤중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올레핀분리팀이 개발한 금속 유기 골격체(MOF). 남윤중 제공
○ 서로 다른 물질 경계면 성질 이용해 차세대 흡착제 마지막 퍼즐 맞춘다

 

물 분자를 흡착할 공간이 많지만, MOF를 흡착식 냉난방기에 사용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하나는 저온에서 물 분자를 뱉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품 형태로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MOF는 특성상 분말이나 미세결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형태로 만들려면 접착 물질로 입자를 붙여야 한다. 그런데 접착 물질이 MOF의 구멍을 막아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올레핀연구팀은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이 조건을 추가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는 성질이 다른 물질들을 결합해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메커니즘을 뜻한다. 새로운 성질이 주로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인터페이스)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연구팀이 금속산화물과 리간드를 결합해 다공성 물질을 만든 것도 일종의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결과다. 기존에 있는 물질로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어 미래 소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팀장은 “두 물질을 결합하면 원래 성질을 웃도는 성질이 나타날 수도 있고 정반대 성질을 가질 수도 있다”며 “이런 의외성과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점이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다른 다공성 물질을 MOF 입자 사이에 결합해 전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물 분자를 쉽게 흡착했다가 뱉어내는 성질을 갖게 했다. 이어 MOF의 구멍 표면에 있는 분자를 다른 분자로 바꾸거나 덧붙여 물 분자가 잘 달라붙게 조절했다. 이런 원리로 물 분자 흡착 용량을 높였고 물 분자가 붙는 강도를 조절해 60~90도의 온도에서 물 분자를 뱉어내는 성질을 갖게 했다. 

 

연구팀은 MOF를 활용한 가정용 냉난방 시스템의 상용화에 앞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사한 기술로 MOF를 활용한 제습기도 연구하고 있다. 공기 중 수분을 전기로 압축해 액체로 만드는 제습기는 기체 상태의 물이 액체가 될 때 나오는 열을 바깥으로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MOF를 활용한 흡착식 냉난방 시스템의 원리를 응용하면 전기 없이 낮은 열을 이용하고 뜨겁지 않은 바람을 배출한다. 그 앞에 간단한 온도 떨어뜨리는 장치를 대면 상온 이하의 공기만 나올 수 있다. 이 팀장은 “습도가 적으면 덜 덥다고 느끼기 때문에 현재 제습기에서 20도 정도의 공기만 배출해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국내 벤처기업과 내년쯤 흡착식 제습기와 냉난방기 시제품을 출시하고 2년 안에 시장에 내놓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팀장은 “나일론이나 그래핀도 원래 있던 물질을 활용해 새로운 소재로 만들었다”며 “조합하는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은 MOF와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로 원천 소재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직접 개발한 금속 유기 골격체(MOF)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우황 한국화학연구원 CCP 융합연구단 올레핀분리팀 팀장. 남윤중 제공
직접 개발한 금속 유기 골격체(MOF)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우황 한국화학연구원 올레핀분리팀 팀장. 남윤중 제공


※ 최근 소재 연구에서는 첨단기능을 가져 ‘부가가치’를 내는 소재를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그 표면에서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납니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미래소재연구단과 함께 앞으로 한국의 소재 산업을 이끌 미래 소재의 깜짝 놀랄 세계를 연재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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