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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미래 과학자 10명중 7명이 최저시급도 못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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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미래 과학자 10명중 7명이 최저시급도 못받는 시대

2020.11.26 16:30
김우현 데일리뉴스팀 기자
김우현 데일리뉴스팀 기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최저 시급은 8590원이다. 하루 9시부터 6시까지 주 5일 일하면 한 달에 137만 4400원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점심시간 1시간은 빼고 계산한 값이다. 남들이 일하는 시간만큼만 일하면 아르바이트로도 이 정도 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연구 외에 조교 활동이나 연구 보조, 기타 행정 업무를 도맡아 하는 대학원생들은 시간 대비 최저 시급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달 12일 ‘청년과학자의 연구 및 학업 관련 애로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학원에 다니는 석박사 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에 해당하는 청년과학자들의 실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내놓는 설문 조사형 보고서다. 올해는 청년과학자 1899명과 연구책임자 33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중 경제 상황에 관한 항목을 보면 청년과학자들은 평균 2000만~3000만 원 정도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64.9%가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한 달을 살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 과학자를 꿈꾸며 대학원에 다니는 20~30대 청년 10명 중 6~7명이 법이 보장한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빚을 얻어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실에서 평균 근로시간과 연구 시간이 주 52시간을 넘는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57.3%였다.

 

KAIST 대학원에 다니는 박사과정생은 “과제 수주로 벌어들이는 과제비와 조교비를 모두 합쳐도 한 달에 받는 임금이 평균 120만 원이 겨우 넘는다"고 말했다.  데이터 사이언스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특수로 과제 수주가 늘어난 전공마저도 과제 한 건당 받는 절대 금액이 적다 보니 연구 압박과 피로도만 높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행여 이를 악물고 수많은 과제에 참여해도 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생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과제비 금액에 상한선을 정해놔서 많은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하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 시급도 안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상황은 국내 대학에 지원되는 연구개발(R&D)  예산이 기본적으로 적은 데서 비롯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5월 발표한 ‘2020년도 정부연구개발투자예산 현황분석’를 보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일본의 R&D 예산 중 일반대학 진흥금 비중은 높다. 반면 국내 R&D 예산을 보면 극단적으로 경제발전 항목에 치우쳐 있다. 대학으로 투자되는 R&D 예산이 적다보니 교수들은 연구비 따기가 밤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고 대학원생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지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얼마전 대학원생의 건강 문제에 대해 다루며 경제적 여건을 포함해 미래에 대한 걱정과 일부 몇몇 교수의 갑질 등으로 대학원생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대학원은 뛰어난 과학자가 되기 위한 길목이다. 하지만 길목이 가시밭길이라면 저 너머에 후광이 있더라도 선뜻 발을 들이기가 두렵다. 대학의 교수들도 대학원 지원자가 점점 줄어든다고 말하면서 대학원생의 처우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매년 노벨상 후보자를 예측하며 노벨상에 목말라하는 한국이 과학자의 길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있는 대학원생에게 우선 투자하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다. 한국도 대학원생이 겪는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대학원생들이 같은 시대를 사는 노동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무조건적인 열정페이를 강요해선 안되듯이 미래 과학도들에게도 같은 룰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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