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과학자의 언어,대중의 언어]② 과학에서도 우리말 사용을 북돋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통합검색

[과학자의 언어,대중의 언어]② 과학에서도 우리말 사용을 북돋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2020.12.17 16:00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동아사이언스와 국어문화원연합회는 대중이 사용하는 말글과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의 간극을 줄이고 한글과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외국말을 활용해 대중이 좀더 이해하기 쉽고 전문가도 거부감 없이 활용하는 전문용어 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의 하나로 '쉬운 의과학용어 찾아쓰기' 기획을 3차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19일과 21일, 같은 달 30일 보도한 '과학용어는 먼나라 말' 시리즈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롭게 쏟아지는 의과학 용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할 대중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지난 10월 12일과 13일, 같은 달 16일 보도한 두 번째 시리즈인 '고쳐 쓰자 과학용어'에서는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과 정부출연연구기관 홍보협회 등과 공동으로 과학계와 과학 커뮤니케이션계 내부에서 용어 순화의 필요성을 설문조사를 통해 끌어냈습니다.  이달 8일과 10일, 12일 보도된 세 번째 시리즈인 '전문용어의 벽 어떻게 허무나'에선 해외 각국에서 일고 있는 용어 장벽을 깨는 과학계의 노력을 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획과 과학계 숙제로 남아있는 용어 순화의 문제를 이번 기획의 자문을 맡고 있는 권재일 한글학회장(서울대 교수)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최무영 서울대 교수,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의 기고를 네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외국어로 된 과학 용어를 원어 그대로 쓰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말로 바꾸는 가능성을 논의하는 기회가 마련되어서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에 대해 상당한 분량의 기사를 기획하신 동아사이언스 (이 기회에 사이언스를 원래대로 과학이라 표기하면 어떨까 합니다만) 기자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기사에 대한 총평을 써달라고 요청하셔서 그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고, 몇 가지 개인 의견을 덧붙여 보려 합니다. 


먼저 과학 용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 용어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면 합니다. ‘될 수 있으면’이란 물론 적절한 토박이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로마자 외국어나 한자어가 좋고 토박이말 용어는 변변치 못하다는 생각이 있는 듯한데, 이는 토박이말을 표기하는 한글의 우수성을 무시하고 스스로 비하하는 자학적 입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는 토박이말 자체는 좋지만 낯설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입장도 있겠지요. 예컨대 ‘입자’나 ‘백혈구’, ‘심장’, ‘폐’ 등이 익숙한 반면 ‘알갱이’나 ‘흰피톨’, ‘염통’, ‘허파’ 따위의 토박이말은 도리어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토박이말이 모두 사라져 가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뜻글자(표의문자)인 한자를 우리는 뜻으로 읽지 (훈독) 않고 소리로 읽으므로 (음독) 우리말의 표기에 잘 맞지 않는 문제점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원칙적으로 원어의 발음을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준을 미국으로 삼아서 그런지 모든 외국어도 무조건 영어를 따르는 경향이 심합니다. 예전에 일본식 표기를 따라서 원어의 발음과 매우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일본어가 영어로 바뀐 듯합니다. 예컨대 물리학자 Huygens를 영어로 읽어서 ‘호이겐스’로 쓰지 않고 원어를 따라서 ‘하위헌스’라고 쓴다면 virus도 ‘바이러스’보다는 ’비루스‘로 쓰는 편이 일관성이 있습니다. 굳이 한쪽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소기호로 Na로 표기하는 나트륨이나 K로 표기하는 칼륨을 영어를 따라서 각각 소디움과 포타슘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요즈음 국제회의나 학술지에서 주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과학이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주로 발전해온 전통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아울러 우리말로 전문용어를 만들 수 없어서 외국어 용어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도 전문용어를 새로 만들 때 일상어를 따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일상에서 쓰는 band나 excitation 같은 용어도 일단 전문용어로 쓰게 되면 뜻이 많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말로 ’띠‘, ’들뜸‘이라 써도 전문용어로서 뜻이 달라진다고 받아들이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plasma를 발음 그대로 쓰는 경우에 ‘플라즈마’와 ‘플라스마’ 중에 어느 쪽으로 표기해야 할지도 논란이 되더군요. 그런데 이 용어는 물리학에서는 전리기체, 생물학에서는 혈장을 가리키므로 플라즈마 또는 플라스마 그대로 쓰면 어느 쪽을 뜻하는지 모호합니다. 반면에 이를 전리기체 또는 혈장으로 쓰면 뜻이 명확해집니다. 


끝으로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외국어 표기법도 한글의 우수성을 온전히 활용하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특히 받침을 소리 대표값 ‘ㅅ’으로 통일하거나 심지어 받침을 억제해서 한글의 장점을 없애고 일본어처럼 쓰는 방식이 널리 쓰이는데, 과연 간단함이 정확성보다 중요한지 의문이 듭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더라도 다양한 받침을 써서 원어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이 교류를 통해서 언어도 더욱 다양하고 풍요로워집니다. 외래어도 필요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서 우리말로 체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널리 쓰이는 말이 살아남아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 상황은 외국어 사용에 지나치게 쏠려 있으므로 과학 용어에서도 우리말 사용을 북돋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필자소개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979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이야기》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과학, 세상을 보는 눈》 등 다수의 대중서를 썼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4 + 9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