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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코로나19 백신, mRNA 의약품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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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코로나19 백신, mRNA 의약품 시대를 열다

2020.12.23 17:06
지난 8일 영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21일에는 미국에서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2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는 장면이다. AP/연합뉴스 제공
지난 8일 영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21일에는 미국에서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2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는 장면이다. AP/연합뉴스 제공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 프리드리히 니체

 

지난 21일은 밤이 가장 긴 절기인 동지(冬至)였다. 동지를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지므로 음양오행설에서는 이를 ‘음(-) 속에 양(+)이 깃든다’고 표현한다. 음을 절망, 양을 희망이라고 하면 가장 깊은 절망 끝에 희망이 비치기 시작한다고 할까.

 

우연이겠지만 21일 미국에서 모더나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라는 긴 터널도 이제 절반을 넘어섰음을 상징하는 사건 아닐까. 물론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영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화이자)이 시작됐으므로 동지와 연관 짓는 건 억지다. 다만 기술적으로 모더나의 백신이 한 수 위라서 필자의 사심이 들어갔다.

 

아무튼 두 백신 모두 의학사의 한 획을 긋는 의약품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한 뒤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개발에 성공한 데다 최초의 ‘RNA 백신’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쓰는 생백신이나 사백신 같은 기존 방식을 제치고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유형의 백신이 가장 먼저 (긴급이기는 하지만) 승인을 받아 현장에 투입됐다는 건 현대 과학의 위대한 성취다. 두 백신을 필두로 백신들이 속속 개발돼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된다면 RNA 백신을 만든 사람들은 수년 내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

 

RNA 백신은 ‘mRNA 의약품’ 가운데 한 유형이다. 두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상용화된 mRNA 의약품이 없었으므로 최초의 mRNA 의약품인 셈이다. mRNA는 messenger RNA(전령RNA)를 뜻한다. 중고교 생물 시간에 배웠겠지만, m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는 과정을 매개하는 생체분자다. 이번 RNA 백신 개발을 계기로 mRNA 의약품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30년 전 아이디어 나와

 

D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mRNA가 개입된다는 사실이 1961년 밝혀졌다. 세포핵 내에서 만들어진 유전 정보의 사본인 mRNA는 세포질로 나와 리보솜(아래 회색 덩어리)으로 이동해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될 정보를 제공한다. 위키피디아 제공
D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mRNA가 개입된다는 사실이 1961년 밝혀졌다. 세포핵 내에서 만들어진 유전 정보의 사본인 mRNA는 세포질로 나와 리보솜(아래 회색 덩어리)으로 이동해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될 정보를 제공한다. 위키피디아 제공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면서 DNA 염기서열이 단백질의 아미노산서열에 대한 유전 정보라는 게 드러났다. 그러나 둘 사이에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가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 뒤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를 박테리아에 감염시킬 때 일시적으로 RNA가 급증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1961년 5월 13일자 학술지 ‘네이처’에 이 비밀을 밝힌 연구결과, 즉 DNA의 유전 정보를 단백질을 만드는 생체공장인 리보솜까지 갖고 오는 분자인 mRNA를 발견했다는 논문 두 편이 나란히 실렸다. 앞의 논문은 시드니 브레너와 프랑수아 자코브 저자이고 이어지는 논문은 제임스 왓슨이 저자다. 그러고 보니 다들 노벨상 수상자다(역시 다들 다른 업적으로 받았다).

 

mRNA는 DNA이중나선의 유전자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한 가닥과 염기서열이 같은(티민(T) 대신 우라실(U)인 것만 다르다) RNA 단일가닥이다. DNA에서 m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사’라고 하는데 사람이 속한 진핵생물의 경우 게놈이 있는 핵 내에서 일어난다. mRNA는 핵막을 통과해 세포질로 빠져나가 리보솜을 만난다. 리보솜은 mRNA 서열에 따라 아미노산을 연결해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과정이 ‘번역’이다. 

 

1988년 미국 위스콘신대 의대에 부임한 존 울프 교수는 mRNA를 직접 몸에 넣는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황당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생긴 병을 앓는 사람의 몸에 정상 유전자의 mRNA를 넣어주면 세포에서 번역이 일어나 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증상이 개선된다는 시나리오다.

 

이 아이디어가 황당해 보이는 건 mRNA가 꽤 불안정한 분자인 데다 설사 온전하더라도 덩치가 커서 세포막을 통과해 리보솜이 있는 세포질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프 교수팀은 ‘시험관 전사’(주형이 되는 DNA와 RNA중합효소, 4가지 뉴클레오타이드만 있으면 된다)를 통해 CAT라는 효소 유전자의 mRNA를 만든 뒤 이를 생쥐의 근육에 주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CAT 단백질이 만들어짐을 확인했고 이 결과를 1990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2년 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과학자들은 mRNA가 정말 치료제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를 역시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항이뇨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의 유전자가 고장 나 비정상적으로 다량의 오줌을 배설하는 요붕증을 앓는 쥐의 시상하부에 정상 바소프레신 유전자의 mRNA를 주사했다(뇌의 시상하부에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만들어져 배뇨를 조절한다). 그 결과 수 시간 내에 요붕증이 개선됐고 효과는 5일 동안 유지됐다. 이처럼 mRNA를 투입해 단백질을 못 만들거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어 생긴 병을 고치는 방법을 ‘단백질 대체 치료(protein-replacement therapy)’라고 부른다.

 

그 뒤 다양한 mRNA를 투입하는 동물실험이 이어졌지만 열기는 곧 식었다. mRNA가 세포 안까지 들어가는 효율이 굉장히 낮은 데다(분자 1만 개당 1개꼴) 심각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효과가 얼마 가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투여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단백질 대체 치료 연구는 20년 동안 침체기에 들어갔다.

 

암 면역요법 임상시험 실패했지만...

 

대신 과학자들이 주목한 분야가 암 면역요법과 백신이다. 암세포 표면에 특이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의 mRNA를 환자의 몸에서 꺼낸 면역세포(수지상세포나 T세포)에 넣어줘 단백질을 만들게 한 뒤 이를 다시 환자의 몸에 넣어주면 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면역반응을 유발해 암을 치료한다는 시나리오다. 

 

여러 동물실험 결과 효과가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듀크대 연구자들은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첫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2001년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에서 얻은 수지상세포에 전립샘암 특이 항원의 mRNA를 투여해 번역이 일어나게 한 뒤 다시 환자 몸에 넣어줘 면역반응을 유발하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 여러 곳에서 mRNA를 이용한 암 면역요법 임상이 진행됐지만 아쉽게도 다들 기존 치료제 대비 뚜렷이 나아진 결과를 얻지 못해 아직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한 상태다.

 

한편 mRNA를 병원체에 대한 백신으로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바이러스를 통째로 쓰는 대신 게놈에서 항원이 되는 부분만 골라 mRNA를 만들어 백신으로 쓰니 얼마나 깔끔한가. 만일 mRNA 독감 백신을 만든다면 지금처럼 바이러스를 증식하느라 어마어마한 양의 달걀을 낭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냥 시험관에서 mRNA만 합성하면 되니까.

 

그러나 역시 문제는 있다. mRNA 분자가 녹아 있는 용액을 백신으로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mRNA가 워낙 불안정해 보관이나 운반 중에 거의 파괴될 것이고 설사 온전히 유지돼 주사하더라도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비율이 미미해 항체가 제대로 형성될지 미지수다. mRNA 운반체로 바이러스를 쓰는 방법이 개발됐지만 안전성 문제 등이 있어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mRNA 약물의 제조 및 작용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시험관에서 DNA이중나선(위 왼쪽)을 주형으로 해 mRNA를 만든 뒤(위 오른쪽) 그 상태 그대로(가운데 왼쪽) 또는 운반체에 넣어(오른쪽) 세포에 투입하면 세포질의 리보솜에서 번역이 일어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단백질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밟으며 효과를 낸다. 중개의학저널 제공
mRNA 약물의 제조 및 작용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시험관에서 DNA이중나선(위 왼쪽)을 주형으로 해 mRNA를 만든 뒤(위 오른쪽) 그 상태 그대로(가운데 왼쪽) 또는 운반체에 넣어(오른쪽) 세포에 투입하면 세포질의 리보솜에서 번역이 일어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단백질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밟으며 효과를 낸다. 중개의학저널 제공

mRNA를 구한 지질나노입자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돌파구가 생겼다. 1998년 RNA간섭 현상이 발견된 이후 RNA간섭 약물 연구가 붐을 이뤘는데, 역시 표적이 되는 세포까지 RNA이중가닥을 보내는 게 문제였다. 연구자들은 RNA이중가닥을 잘 감싸서 표적에 갈 때까지 파괴되지 않게 하고 도착해서는 효율적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약물전달시스템 개발에 매달렸고 마침내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를 만들어 돌파구를 열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최초로 RNA간섭 약물 파시티란(아밀로이드증 치료제)이 출시됐다(RNA간섭 약물과 지질나노입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카페 386 ‘RNA간섭, 20년 만에 의약품으로 결실 맺다!’ 참조).

 

mRNA 백신 연구자들도 얼른 지질나노입자를 적용했고 2012년 mRNA 독감 백신을 만들어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번에 나온 코로나19 mRNA 백신 두 종 역시 지질나노입자가 mRNA를 감싸고 있다. 어쩌면 지질나노입자를 만든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탈지도 모르겠다(이 경우 화학상).

 

필자가 화이자 백신보다 모더나 백신을 기술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모더나의 지질나노입자가 mRNA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에 영하 20도에서는 4개월, 2~8도에서는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에서 다뤄야 한다. 우리나라가 파이자 백신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도 필자가 별로 아쉬워하지 않은 이유다(지난가을 독감 백신 유통 사고로 비춰봤을 때 영하 70도 조건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되므로). 

 

반면 내년 1분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모더나 백신을 구경하지 못한 거라는 발표에는 가슴이 쓰렸다. 물론 도입이 되더라도 1000만 도스가 넘지 않는 이상 순번에 밀려 맞지는 못하겠지만. mRNA 발견 60주년이 되는 내년 5월 13일을 전후해서는 접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조만간 나올 다른 유형의 백신이라도 효과와 부작용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굳이 RNA 백신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2012년 mRNA 독감 백신 동물실험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 mRNA 독감 백신이 나오지 않은 건 기존 백신 제조 시스템이 확고히 구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효과는 50% 수준이지만 별문제 없는 백신을 놔두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유형의 백신을 상용화하는 모험을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한 것 아닐까.

 

코로나19 대유행 ‘덕분에’ 백신 개발 레이스가 펼쳐졌고 돈(연구비)과 사람(임상시험 참가자)을 확보하는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면서 음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RNA 백신이 화려하게 무대 전면에 등장하며 mRNA 의약품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 암 면역요법이나 단백질 대체 요법 분야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는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시험관에서 만든 mRNA를 몸에서 꺼낸 세포에 넣거나(ex vivo) 몸에 바로 넣어(in vivo) 단백질을 만들게 하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또 게놈 편집이나 세포 재프로그래밍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RNA 백신이 성공하면서 mRNA 의약품 시대가 열렸다.  ‘네이처 리뷰스 약물발견’ 제공
시험관에서 만든 mRNA를 몸에서 꺼낸 세포에 넣거나(ex vivo) 몸에 바로 넣어(in vivo) 단백질을 만들게 하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또 게놈 편집이나 세포 재프로그래밍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RNA 백신이 성공하면서 mRNA 의약품 시대가 열렸다. ‘네이처 리뷰스 약물발견’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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