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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미래의 나는 지금과 내일의 내가 쌓여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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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미래의 나는 지금과 내일의 내가 쌓여 만들어진다

2020.12.26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머나먼 미래의 원하는 내 모습을 실현시키고 싶다면 단순히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말연시에는 내년에 대한 소망과 기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꿈 등이 뒤섞여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계획, 목표 등을 분주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이런 저런 기대를 걸기 이전에 곧 과거가 될 지금의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실제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캐나다 윌프리드로리에대의 유타 치시마 연구팀은 사람들이 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어떨 것 같다는 등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려고 애쓰는 현상에 주목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때 쯤이면 완벽한 커리어에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전세계를 여행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사람들에게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편지를 써 보라고 하는 이야기들도 이상적인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는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상적인 미래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소망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되려 목표를 달성한 자신의 모습 같은 것을 너무 구체적으로 상상해버리면 이미 그 과정에서 어떤 ‘만족감’을 얻어버려서 실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덜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었다.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목표가 구체적이어도 그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거나, 또는 목표 달성으로 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목표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먼 미래의 원하는 내 모습을 실현시키고 싶다면 단순히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 당장 지금 또는 가까운 시일 내의 조금이나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리는 등 미래의 나는 곧 지금과 내일의 내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연결성’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몇 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편지를 받게 될 미래의 본인의 입장에서 과거의 자신, 즉 지금의 나에게 다시 답장을 보내보도록 했다. 예컨대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잘 지내고 있니? 지금쯤 너는 무엇무엇이 되어 있겠지”라고 썼다면 그 다음으로 5년 후 자신의 입장이 되어 5년 전 자신에게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 5년 전에 네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지” 같이 편지와 함께 답장을 써보도록 했다. 


그러자 미래의 자신에 대해 생각했을 뿐 아니라 미래의 본인 입장에서 지금의 자신을 떠올려 본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만 떠올린 사람들에 비해 과거와 미래의 연결성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와 현재를 연결해본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한 달 후에도 미래를 위해 더 구체적인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지금 이 시점에 미래의 나와 또 지금의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미래의 나에게는 꿈이나 목표, 성취보다도 “살아있지? 사람들은 만나고 있고? 팬데믹은 잘 지나갔으려나?” 같은 안전, 생존과 관련된 안부를 물을 것 같다. 그리고 미래의 나로서는 지금의 나에게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 견디느라 수고했다고 팬데믹은 너의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용케 버텨냈다고, 살아있다면 충분히 잘 한 거라고 이야기 할 거 같다. 그 때의 너가 힘내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정말 고맙다고 할 거 같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라고 하는 영국 드라마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자신을 부끄럽고 못난 존재라고 여긴다. 이에 상담사는 열 살의 너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서 지금의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그 아이에게도 너는 부끄럽고 못난 존재라고 얘기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주인공은 그렇게 못 하겠다고 답한다. 


지금의 내가 내 눈에는 초라해 보이고 2020년 한 해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거의 내가 힘든 시간들을 버팀으로써 만들어낸 미래의 나는 분명 그 버텨준 시간을 고맙워 할 것임을 기억하자. 지금의 내가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나의 시간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또한 지금의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당장 내일을 견디게 도와주고 나아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올 한 해를 어찌저찌 버텨낸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채 뿌듯한 마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란다. 

 

※참고자료 

Chishima & Wilson, A. E. (2020). Conversation with a future self: A letter-exchange exercise enhances student self-continuity, career planning and academic thinking. Self & Identity. Advance online publication.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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