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소재의 미래]⑺그래핀과 실리콘반도체의 경계에서 돌파구 찾는다

통합검색

[소재의 미래]⑺그래핀과 실리콘반도체의 경계에서 돌파구 찾는다

2020.12.30 15:06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연구팀
개발된 그래핀 웨이퍼. 동아사이언스
개발된 그래핀 웨이퍼. 홍덕선 제공

그래핀은 탄소가 육각형 형태로 반복적으로 연결된 평평하고 매우 얇은 소재다. 흑연의 한 층에서 떼어낸 2차원 물질이다.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열과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이 뛰어나며 휘어져도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며 미래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2004년 그래핀이 학계에 보고되고 6년 후인 2010년 그래핀을 개발한 영국 연구자들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래핀은 아직까지 반도체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 전자의 에너지 차이인 밴드갭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반도체 소자 위에 그래핀을 여러 층으로 쌓으면 집적 회로를 소형화 할 수 있고 밴드갭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핀과 반도체 소자 계면에서 물리적, 화학적 결함이 발생하는 문제가 또 발생한다.


이달 14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만난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그래핀에서 나타나는 이런 결함을 휴대전화 액정에 보호필름을 붙이다 보면 발생하는 ‘공기방울’에 비유했다. 휴대전화 액정과 보호필름처럼 그래핀과 반도체 소자 사이에 산소 원자와 같은 이물질이 끼면서 결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동아사이언스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홍덕선 제공

그는 이런 문제를 진공 상태를 통해 해결했다. 이 교수는 “휴대전화 액정에 보호필름을 붙일 때 이물질이 안 끼게 하는 좋은 방법은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같은 원리를 그래핀과 반도체 소자 계면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진공 상태에서 초 고순도의 그래핀을 이물질 없이 깔끔하게 붙일 수 있다. 


다만 진공의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압력 등의 특이 조건이 있다. 연구팀은 수백 번의 실험의 통해 이 황금 조건을 알아냈다. 이 교수는 “꾸준한 연구를 통해 제대로 쓸 수 있는 그래핀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100개 중 90개 이상의 아주 일정한 형태의 이물질이 없는 그래핀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의 연구협력도 이뤄졌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과 현재 LG소재기술원에서 개발한 대면적 그래핀 성장기술과 융합해 대면적의 그래핀 웨이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이다. 8인치 기판 상에서 균일한 전기적 특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그래핀 웨이퍼 제작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병훈 교수와 연구원들. 동아사이언스
이병훈 교수와 연구원들.  홍덕선 제공

이 교수는 반도체 공정을 연구하던 연구자다. KAIST에서 물리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전기및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다 미국 IBM으로 넘어가 반도체 집적공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삼성전자와 인텔,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소속 연구자들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의 총괄을 맡는 등 반도체 공정 연구에 매진해왔다. 


2008년부터는 한국으로 돌아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에 부임해 연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나노 기술, 그 중에서도 그래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연구하다 그래핀과 실리콘반도체 접합면에서 특이 현상을 발견했다. 그래핀과 실리콘 반도체를 접합한 후 빛을 쪼여줬더니 매우 특이한 광전류 증폭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교수는 “빛을 쪼여줬더니 광반응성이 특이하게 높고 암전류는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이는 소모 전력이 적음에도 불구 적은 빛에도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
홍덕선 제공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전기는 적게 먹고 감도는 높은 광센서를 개발했다. 광센서는 빛을 흡수해 전기 에너지로 출력하는 장치다. 자율주행차나 광통신, 디지털 카메라 등 활용 산업분야가 다양하다. 개발된 광센서는 현재 상용으로 쓰이는 광센서보다 100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광센서 공정에 비해 제조 또한 간단하다. 이 교수는 “기존 광센서들은 실리콘에 광 반응기를 넣고 고온 공정을 거쳐야 한다”며 “소재도 비싼 걸 사용해야 하는데, 개발한 광센서는 이런 공정이 전부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동작속도가 느린 점이 단점이다. 상용화 수준의 동작속도가 10 나노초 (ns·10억분의 1초) 이내인데 현재 100나노초 수준이다. 현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 교수는 내년 5~6월쯤 상용화 수준의 동작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개발된 두 기술을 이용해 학생들 창업도 이끌었다. GIST 창업기업 시그마포토닉스와 알파그래핀이다. 각각 2017년과 2018년 창업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의 도움으로 창업 후에도 당장의 성과보다는 차분히 기술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사업단내 이론그룹과 융합연구를 통해, 계면반응원리, 계면 장벽 제어원리를 규명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 최근 소재 연구에서는 첨단기능을 가져 ‘부가가치’를 내는 소재를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그 표면에서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납니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미래소재연구단과 함께 앞으로 한국의 소재 산업을 이끌 미래 소재의 깜짝 놀랄 세계를 연재로 소개합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4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