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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먼저 내놓고 투표한 모양새된 KAIST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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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먼저 내놓고 투표한 모양새된 KAIST 이사회

2021.02.18 22:36
18일 대전 유성구 KAIST 학술문화관에서 KAIST 17대 총장 선임을 위한 KAIST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사들이 이사회에 앞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18일 대전 유성구 KAIST 학술문화관에서 KAIST 17대 총장 선임을 위한 KAIST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사들이 이사회에 앞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KAIST는 18일 대전 유성 본원에서 이사회를 열어 17대 총장으로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통상적이었다면 최종 후보자 3인의 소견 발표에 이어 이사진 표결을 통해 신임 총장 선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할 이날 이사회는 총장 선출 표결이 이뤄지기도 전 이 명예교수가 차기총장에 낙점됐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단독 보도가 나오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사회 이사들이 최종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 명예교수의 차기 총장선임을 사실상 확정한 보도가 나온 것은 기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다녀왔거나 아니면 사전에 이사회가 이 교수를 총장으로 내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의가 쏟아지자 KAIST 이사회 측은 공식적으로 내정설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사들은 이사회 직전 대부분 내정설을 전해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KAIST 이사회는 이날 재적 이사 1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했다. 이 명예교수 외에도 경종민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예교수와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최종 후보로 참여해 이사회에 10분 이상 KAIST 경영계획과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 명예교수의 차기총장 내정 보도가 나온 뒤에 열린 이사회에서 맥빠진 비전 발표를 해야했다.이사진의 표결 결과도 오전의 내정 보도 결과와 같았다.

 

이날 이사회가 열리기 전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민다는 '오더설'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후보를 미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낸 김우식 KAIST 이사장은 이에 대해 “내정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 투표 전에 이미 이 명예교수의 차기 총장 선임이 기정사실화된 것을 두고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도 와 있고 (다른 정부 부처 국장들도) 다 와 있다”며 총장 선임 절차가 절차대로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보고 있는데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KAIST 이사들끼리 서로의 표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KAIST 정관에 따르면 총장 선임은 최종 후보 중 1명이 출석 이사 과반수 동의를 얻을 때 선임된다. 다만 이사회는 투표 결과가 과반수로 결정됐다는 사실만 전해 들을 뿐 표수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투표 결과가) 몇 대 몇인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이런 대답은 KAIST의 지배구조로 보면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KAIST는 정부가 예산의 25%을 지원하지만 과기정통부 산하 기타공공 기관에 속하고 있어 역대 총장 선임 과정에서도 정부 입김이 들어갔다. 게다가 공공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투표 표결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 구조는 외부의 입김이 개입될 개연성을 지속적으로 남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KAIST를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등 정부 내부에서는 김정호 교수를 오히려 우호적으로 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민 성장'의 과학기술분과위원장과 문재인 정부 1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과기계 관계자는 “초중반에는 김정호 교수가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다 이사회 3~4일 전부터 과기정통부와 대덕단지에 이 교수 확정설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이 교수를 내정한 것은 아니어서 이날 오전 이사회 표결 전 나온 차기총장 선출 보도는 이사회 개최부터 발표, 투표까지 무려 4시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길 없는 보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KAIST 이사들은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내정설을 대부분 전해 들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이사들에 따르면 오전에 내정됐다는 기사가 나왔다는 사실이 이사회 시작 전 이사들에게 전달됐다. 한 이사는 내정설에 대해 “이사들에게 한명 한명 연락을 돌려본 것도 전혀 아니라고 한다”며 “다들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들은 이사회가 시작한 후 논의 중 총장 내정설 등을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사회에 참여한 담당 국장에게 수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사들은 또 이날 표결과 관련한 회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어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KAIST 이사는 이사장 1명과 과학기술계에서 선임한 선임직이사 10명, 신성철 KAIST 총장과 정부 부처 국장 3명 등 당연직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선임직이사에는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원장, 김선욱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 김이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성욱 SK수펙수추구협의회 ICT위원회 위원장, 엄지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및인지과학전공 부교수, 조성표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최지선 로앤사이언스 대표이사, 한문희 충남대 명예교수,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이 맡고 있다. 당연직이사는 신성철 현 KAIST 총장과 과학기술원 정책을 담당하는 강상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정책국장, 한훈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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