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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10년]원자력 정책 얼마나 투명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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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10년]원자력 정책 얼마나 투명해졌나

2021.03.12 21:32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 연합뉴스 제공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다. 각국에서는 원자력 정책과 위험성, 입지 등 사실 관계에 대한 대중과의 투명한 소통이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자력은 불가피하며 안전성을 높인 소형모듈원전(SMR) 등 기술적 진보로 위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대중들의 수용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월성 1호기 영구정지와 경제성 평가 논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상황과도 맥이 닿아있는 대목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을 맞아 ‘원자력 에너지, 후쿠시마 이후 10년’이라는 제목의 특별 논평을 11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최근 10년간 원자력 산업의 변화를 조망하며 원자로 연구와 설계, 규제, 입지, 폐기물 등 각종 이슈에 대해 대중에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후 10년간 대중 수용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또 위험을 감내하면 인류와 환경에 정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지라는 물음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논평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공공정책 전문대학원인 ‘하버드 케네디 스쿨’ 소속 3명의 원자력 안전 전문가 아디티 버마·알리 아흐마드·프란체스카 지오반니니 교수다. 

 

● “위축됐던 원자력 산업은 정체하고 있다”

 

논평 저자들은 우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후의 원자력 산업 현황을 조망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원자력 에너지 확산은 걷잡을 수 없었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비용에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 투자가 급격히 줄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탈핵 정서가 늘어나고 원전 건설 비용이 지속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당초 원자력을 활용한 전기에너지가 1970년대 430기가와트(GW)에 달하고 1990년까지 740~1075GW를 차지해 전세계 전력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0년까지는 전세계 전력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로 1999년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은 308.6GW로 예측치에 비해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전세계 원전 건설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대규모 지진해일(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이 사고를 계기로 각국의 경제적·정치적 여건에 따라 상당수 국가가 원전 축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4개월 후 독일 의회는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결정하는가 하면 스위스도 4개의 원전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사고 당시 가동중이던 54개의 원자로 중 12개가 영구 폐쇄됐고 24개가 남아있다. 그러는 사이 일부 다른 국가들은 원전을 재개하거나 원전 건설을 시작하기도 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16개국에서 약 50개의 원자로가 건설중이다. 중국이 16개를 건설중이며 인도와 한국이 뒤를 잇고 있다. 세계원자력산업통계보고서(WNISR)에 따르면 2021년 2월 말 현재 32개국에서 414개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다. 이는 전세계 전력 공급의 10.3%를 차지한다. WNISR은 데이터로 보면 원전 산업은 분명히 정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기후변화 해결책으로 꼽는다. 이같은 주장의 중심에는 새로운 원전 기술이 있다. 예를 들어 원자로당 최대 3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가 거론된다. 한다. 이는 미국 가정 20만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설계 표준화와 비용 감소, 자동화된 안전 시스템 등으로 원전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 “사회적 수용성 여전히 경시되고 있다”

이달 22일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란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란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논평은 원자력 산업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사회적 수용성은 여전히 경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출 뿐 원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누가 제외되는지, 또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 누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약 4분의 3은 대륙별 원주민들이 사는 곳 인근에 존재한다. 우라늄 채굴 후 방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바꿔놓기도 한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경우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제시된 ‘그린 뉴딜’ 정책 논의에서도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만 해도 원자력 산업계는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약 16만5000명의 주민들이 피난민이 됐고 10년이 지났지만 약 4만3000명은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는 경제적 영향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주민들의 삶과 환경에 대한 피해나 정신적 고통을 정량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포용적인 미래를 지향하려면”

 

논평 저자들은 또 원자력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중들의 유의미한 참여가 역사적으로 부족해왔다고 분석했다. 규제와 원자력 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일부 그룹의 협력체계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원자력 산업 주요국들은 원자력 기술의 글로벌 공급선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새롭게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원전을 구축하려는 국가들에 대중 수용성에 기반한 접근을 제안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저자들은 “전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원자력이 광범위한 국가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기술과 위험성이라는 입체적인 관점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수의 정치 엘리트 그룹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며 “원자력이 정말 ‘탄소중립’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려면 설계와 개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던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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