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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항우연 전 원장 감사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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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항우연 전 원장 감사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1.04.02 07:00
 

지난 3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핵심인 1단 엔진 최종 종합연소시험이 진행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누리호의 심장에 해당되는 1단 엔진 종합연소시험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이날 처음으로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했다. 성공적으로 진행된 연소시험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누리호 개발 연구자들을 격려하며 우주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하기 하루 전날 3월 24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에 대한 중징계를 항우연에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조광래 전 원장이 재임 시절 권한을 남용해 특정인 채용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이유다. 항우연 측은 권한을 남용해 특혜를 제공한 근거가 없다며 과기정통부에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지난 2002년부터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개발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30여년을 넘게 국산 우주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 일생을 바쳤고 2017년 11월 항우연 10대 원장에서 퇴임한 뒤 지금도 올해 10월 발사가 예정된 누리호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조광래 전 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한 사실은 24일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묘하게도 불과 하루 사이에 일생 동안 발사체 기술을 연구한 연구자에게 중징계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고 대통령은 발사체 시험 현장을 찾아 연구자들을 격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항우연이 조광래 전 원장에 대한 중징계 재심을 지난달 23일 청구하면서 과기정통부는 두 달 내에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통상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은 2개월이 소요되지만 그보다 더 빨리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중징계 이유가 된 원장 재임 시절 권한을 남용한 채용 특혜는 재심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일이다. 어느 시점에 어떤 결론이 최종적으로 나올지 불투명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이번 감사 최종 결론은 몇가지 이유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먼저 이번 정부 들어 과기정통부는 과학계에서 영향력 있는 2명의 과학자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와 검찰 고발을 지속했다. 신성철 전 KAIST 총장과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대상이었다. 국가 연구비 횡령과 제자 편법 지원 의혹 등으로 과기정통부로부터 고발당했던 신성철 전 총장은 지난해 7월 대구지검으로부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진수 단장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2월 4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과학계 일각에서는 두 과학자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검찰 고발과 감사가 ‘억지’스럽고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검찰 조사와 감사는 지속됐고 결국 두 사람의 명예는 일단 회복됐지만 신성철 전 총장은 퇴임했고 김진수 단장은 그나마 IBS 단장직에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물론 과학계가 침묵했다는 게 조광래 전 원장의 최종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성철 전 총장과 김진수 단장 건에 대한 질문에 “자세한 설명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언급을 피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과학 분야 기관 등 과학계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번 조광래 전 원장에 대한 감사 최종 결론에서도 중징계가 취소되는 결론이 나올 경우 과기정통부나 과학계가 어떤 목소리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간에 상처는 피할 수 없다. 중징계 처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올 10월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일생을 발사체 기술 개발에 전념한 과학자는 자신의 경력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결론이 나온다면 또다시 정부가 영향력 있는 과학자를 몰아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어느 쪽이든 임기가 불과 1년 남은 문재인 정부는 과학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정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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