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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문제 빨리 푸는 것보다 논리적 해결력이 더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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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문제 빨리 푸는 것보다 논리적 해결력이 더 필요한 시대"

2021.04.18 12:00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AZA스튜디오 제공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남윤중 제공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방역 지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무역 공세에 대한 대응, 디지털 기술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디지털 뉴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국산 우주 발사체 개발과 달 탐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고 있는 주요 미션이다. 이밖에 통신요금과 네트워크·주파수 정책, 온라인 콘텐츠 진흥을 비롯해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차세대 반도체 개발, 자율주행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인 첨단 과학기술 분야 현안에 대응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과학이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고 우리 사회가 과학계에 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과학기술 인재라는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 교육기관인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 밑바탕에는 과학과 수학에 흥미와 열정을 가진 청소년 ‘꿈나무’들이 있다. 하지만  의대 쏠림과 ‘코딩 교육’ 열풍과 같은 트렌드만을 좇는 입시 구조는 과학기술 인재라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학동아는 4월 '과학의 달'을 앞두고 최기영(6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최 장관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를 받은 공학자다. 2019년 9월 장관으로 부임하기 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국내 전자공학 분야에서 희소한 지능형반도체 연구를 이끌었다. 

 

최 장관은 평소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디지털뉴딜, 인공지능, 우주개발을 가능하게 한 밑바탕에는 수학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최 장관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 반도체 연구의 핵심도 벡터나 행렬 형태로 표현되는 반도체의 내부 신호들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라며 “AI 반도체 연구도 결국 수학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 단순한 코딩보단 컴퓨팅 사고력이 중요”
코로나19 대응 일환으로 5G 융합서빗그 구축 현장을 방문한 최기영 장관. 과기정통부 제공
코로나19 대응 일환으로 5G 융합서빗그 구축 현장을 방문한 최기영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근 들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중고생뿐만 아니라 코딩 교육을 받으려는 성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 장관은 이런 사회적 관심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하면서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것보다 ‘컴퓨팅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최근 AI와 소프트웨어가 각광받고 있지만 미래에는 코딩을 잘하는 것보다 사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말하는 컴퓨팅 사고력이란 코딩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도움이 되려면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의 기본 원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리를 이해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사고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력을 배우는 방법으로 수학은 중요하다”며 “하지만 암기를 통해 배우게 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정보 과목이나 빠르면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배우게 될 ‘인공지능 수학’ 과목을 통해 AI의 기반이 되는 수학을 쉽게 이해하고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생각”이라며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진로를 택하든 AI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큰 힘이 될 테니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료 AI ‘닥터앤서’ 기억에 남아...코로나 시대 디지털 뉴딜 필요”

 

닥터앤서 대장내시경실에 방문한 최기영 장관. 길병원 제공
닥터앤서 대장내시경실에 방문한 최기영 장관. 길병원 제공

최 장관은 올초부터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의료 AI ‘닥터앤서’를 우리 사회에서 수학의 성공적인 적용 사례로 들었다. 


닥터앤서는 과기정통부가 3년간 총 488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인공지능 의료용 소프트웨어다.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26개 의료기관, 22개 ICT 기업에서 총 1962명이 넘는 전문가가 개발에 참여했다.  최 장관은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행렬과 벡터를 다루는 ‘선형대수’라는 수학 분야가 중요하다”며 “통계적으로 예측값을 찾기 때문에 확률과 통계도 중요하고 최적값을 찾기 위해 기울기를 구하는 미분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닥터앤서는 이른바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대표적인 성과로 선정됐다. 정부는 지난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한민국 전환, 한국판 뉴딜’ 정책의 취지에 맞는 ‘이달의 한국판 뉴딜’로 닥터앤서를 선정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로 침체되고 있는 경제에 디지털 혁신 기술을 도입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최 장관은 “전국의 학교에 초고속 무선망을 비롯한 통신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도로와 철도 선로에 각종 센서가 달린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설치해 다양한 교통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등 디지털 기술로 국민의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디지털 뉴딜을 통해 데이터와 5세대(5G) 이동통신, AI, 비대면 사업 등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 푸는데 시간 제한 두지 않았으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학기자세미나에서 최기영 장관이 뉴로모픽 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다.  최기영 장관은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최근에는 뉴로모픽 칩 등 AI 반도체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학기자세미나에서 최기영 장관이 뉴로모픽 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다. 최기영 장관은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최근에는 뉴로모픽 칩 등 AI 반도체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KIST 제공

최 장관은 오랜 동안 AI 반도체를 연구한 연구자 출신이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도 결국 수학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인공신경망을 구현할 때 뉴런에서 신호가 나와 시냅스를 통해 다음 세포로 신호가 전달되는데 마치 행렬로 표현할 수 있다”며 “이는 선형대수에서 배우는 개념들”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눈에 어떤 이미지가 들어오면 그 신호는 행렬과 같은 형태로 전달된다. 그 행렬 신호가 신경망을 일차적으로 거치면 그다음이 또 다른 행렬이 되고, 또 신호가 전달되면서 또 다른 행렬로 변환이 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사람의 눈으로 본 물체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행렬이라는 개념을 쓴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푸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훈련이 돼 나중에 과학자로 연구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많은 사람들이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데만 집중하지만 수학을 대하거나 문제를 풀 때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고 실제 사회에 나와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시간 제한이 없다”며 “근본 원리를 잘 이해하고 많이 고민하는 훈련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최 장관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낙담하지 않고 스스로 계속해서 찾아나가는 자세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6일 최기영 장관 후임으로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새 과기정통부 장관에 내정했다. 

 

최기영 장관 일문일답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AZA스튜디오 제공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남윤중 제공

Q. 인공지능 분야에서 특히 수학이 강조되는 이유는


A. 인간 뇌에서 신경망에서 뉴런을 보면 축삭돌기에서 신호가 나와서 시냅스를 통해 그다음 세포로 신호가 전달된다. 이는 신호가 나가서 여러 세포로 가고 또 다른 곳에서 여러 세포로 신호가 가는 듯한 모습인데, 이는 마치 행렬로 표현이 된다. 혹은 간단하게 벡터로도 표현할 수도 있고 복잡하게는 텐서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는 모두 수학의 선형대수에서 배우는 개념들이다.

 

인공지능에선 이런 수학의 다양한 개념들이 모델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 과정의 예를 사람으로 들면, 사람의 눈에 어떤 이미지가 들어오면 그 신호는 행렬과 같은 형태로 전달된다. 그 행렬 신호가 신경망을 일차적으로 거치면 그다음이 또 다른 행렬이 되고, 또 신호가 전달되면서 또 다른 행렬로 변환이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사람의 눈으로 본 물체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에 행렬이라는 수학이 사용된다. 

 

Q. 장관 재임 전 교수 시절 관련 연구를 하셨다. 실제 연구현장에서 수학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나.


A. 신경망을 처리하는 방법이 아까 얘기를 했는데, 여기서 스파이크 가설이라는 것이 나온다. 그 스파이크가 다음 세포로 어떻게, 어떤 가중치를 갖고 연결되는가 혹은 전달되는가 하는 것이 시냅스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시냅스가 되는 정도에 따라 스파이크가 갖는 가중치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가중치를 이용해 입력 신호(벡터나 행렬)에 가중치를 곱하여 아웃풋 신호인 벡터와 행렬을 구한다. 그럼 이것을 얼마나 정밀하게 계산하느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인풋이 1비트(bit·정보 최소 단위)일 때 입력은 1 아니면 0이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결과는 1과 0이 여러 번 합쳐진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풋이 1비트여도 결과는 16비트, 32비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계산을 할 때는 행렬의 계산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트가 클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다면 적은 비용을 위해 이를 얼마나 작은 비트로 줄이면서도 결과에 대한 신뢰를 보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런 대부분의 연구에 수학적인 지식과 방법론이 활용된다. 


Q. 연구자로서, 지금은 과기부처의 수장으로서 수학과 과학 교육은 왜 중요하다고 보나


A. 교수로 일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대학에 많은 교수들이 공대에 있다. 공대 교수들이 많이 느끼는 것은 공학을 잘하려면 물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물리를 전혀 혹은 아주 일부만 공부한 학생들이 공대로 많이 들어온다. 이게 너무 아쉽다. 이것이 대학 입시와 중고등학교 교육과 연관이 있겠지만,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야 혹은 사람의 모든 일상이 과학이다. 그래서 과학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과학을 잘 이해하려면 그 기반인 수학을 잘 이해해야 한다. 물론 과학만을 위해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 자체는 상당히 논리적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된다. 그래서 논리적 사고력을 배우는 방법으로 수학은 중요하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 하지만 이를 암기를 통해 배우게 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 아쉽다. 수학과 과학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데, 좀 더 수학 과학 교육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된다.

 

Q. 최근 토론하며 함께 수학 문제를 푸는 방식이 수학 마니아들 사이에서 활용되고 있다. 장관님의 수학 공부법이 있다면

 

A. 안타깝게도 내가 공부할 때는 같이 협력하며 공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던 스타일이었다. 그래도 혼자 공부하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교수일 때, 학생들이 면접에서 수학을 어떻게 푸나 본 적이 있다. 면접을 보러온 학생들은 이미 수학이 익숙해서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공식을 활용해 쉽게 문제를 푼다.

 

아마 내가 지금의 수험생이라면 대학가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공식을 외우기보단 고민을 하면서 생각을 하는 훈련을 해야 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훗날 연구를 할 때도 문제를 풀고 고민을 하던 것이 훈련이 돼서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쉽게도 요새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런 기회를 잡기 어려운 것 같다.

 

Q. 우리 사회에 수학을 싫어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A.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나 같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학 문제를 빨리빨리 풀지 못했다. 빨리빨리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선 공식을 암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암기를 잘 못 했기 때문이다. 물론 암기를 못 한다고 해서 수학을 못하진 않았다.

 

수학은 논리만으로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리만으로도 풀 수 있는 수학과 물리를 제일 좋아했다. 그런데 처음에 고민을 적게 하고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구현을 하려다 보면, 오히려 안되는 경우가 있다. 빨리 푸는 시간이 관건이 아니다. 고민을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시간을 길게 주고 문제를 풀 수 있게끔 하려는 시험 출제자들의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시험감독관이나 대학 입시 사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변별력을 위해 시간을 짧게 주면서 누가 더 많이 답을 맞추나 테스트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수학을 잘 못하고 재미없어하는 학생들(외우지 못하는 학생들)은 시간을 많이 갖고 생각해보며 쉬운 문제를 많이 풀고 원리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들이면 금방 수학이 익숙해지고 금방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모습. 과기정통부 제공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을 지켜보고 있는 최기영 장관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관련기사

수학동아 4월호,  [인터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AI부터 디지털 뉴딜까지 수학으로 통하는 미래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M202104N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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