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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원숭이 잡종 배아 첫 탄생…장기 이식 연구 기대와 생명윤리 우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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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원숭이 잡종 배아 첫 탄생…장기 이식 연구 기대와 생명윤리 우려(종합)

2021.04.16 11:11
원숭이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해 최초로 만들어진 인간-원숭이 잡종 배아를 형광 염색을 통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쿤밍과기대 제공
원숭이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해 최초로 만들어진 인간-원숭이 잡종 배아를 형광 염색을 통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쿤밍과기대 제공

인간의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 주입해 키운 ‘인간-원숭이 잡종 배아’가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2017년 같은 방법으로 인간-돼지 잡종 배아를 만든 연구팀의 후속 연구결과로 인간에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만들어낸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를 이용하면서 인간 세포와 다른 동물 세포를 결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란도 재점화했다.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다음 달 열리는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에서 관련 윤리 규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후안 벨몬테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와 지웨이즈 중국 쿤밍과기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동물 수정란에 사람 세포를 주입시켜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한 조직을 연구해왔다. 다른 종이 결합한 새로운 종인 '키메라'를 만드는 것이다. 장기 크기와 생리학적 측면에서 인간과 유사한 돼지를 주목했다. 벨몬테 교수팀은 2017년 처음으로 인간과 돼지 잡종 배아를 만들고 셀에 발표했으나 두 종 세포간 결합률이 많이 떨어졌다. 이후 지 교수팀이 원숭이 배아를 실험실에서 기르는 기술을 2019년 발표하며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잡종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만들어진 지 6일이 지난 원숭이 배아 132개를 대상으로 배아 하나당 25개의 인간 줄기세포를 각각 주입했다. 그 결과 실험에 쓰인 132개 배아 모두에서 인간 세포가 자라기 시작했고 9일 후에는 인간 세포 비율이 55%를 넘었다. 10일 후에는 배아 중 103개가 성장을 지속했으나 생존율은 점차 떨어져 19일 후에는 3개의 배아만 살아남았다. 기존에 진행한 돼지 잡종 배아 연구에서는 인간 세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배아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인간 세포와 원숭이 세포는 여러 통신 경로를 열고 신호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몬테 교수는 “인간과 돼지 배아 세포가 중국어와 프랑스어 사이 공통점을 찾으려는 수준이었다면 영장류와 인간 세포는 밀접한 세포처럼 작동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과 훨씬 가까운 영장류를 사용하면서 생물학자들 사이 이어져 온 윤리적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를 의식한 듯 연구팀은 원숭이 잡종 배아로 인간 장기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배아를 20일 내로 실험하는 등 윤리적 지침도 모두 따랐다고 밝혔다. 원숭이 잡종 배아는 인간과 다른 종간 세포가 함께 발달하는 원리를 찾는 도구로 활용해 돼지 키메라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벨몬테 교수는 “향후 키메라를 이용해 초기 인간 발달을 연구하고 이식 가능한 세포나 조직, 장기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리적 논란에서 아직 자유로울 수 없는 연구라고 지적한다. 자알폰소 마르테니즈 아리아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 교수는 네이처에 “장기 및 조직 연구 분야에서 돼지나 소 같은 윤리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동물이 있다”고 말했다. 안나 스마도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영국 BBC에 “연구에서는 키메라 배아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배아가 인간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며 “이는 중요한 윤리적 문제 및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윤리 전문가인 현인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생명윤리학과 교수는 네이처에 “팀이 규정과 윤리적 문제를 염두에 두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것 같다”면서도 “일부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모호한 실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다음 달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개정된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ISSCR 위원회를 이끄는 현 교수는 “인간이 아닌 영장류와 인간 키메라에 관한 논란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ISSCR은 현행 지침에서 인간-동물 키메라가 짝짓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인간 세포가 동물 배아 발달과정에서 신경계에 통합될 수 있는 경우 추가 윤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권장하고 있다.

 

동물 배아에 인간 세포를 넣는 실험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본은 2019년 인간 세포를 넣은 동물 배아 실험 제한을 해제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는 2015년 인간 세포를 동물 배아에 주입하는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을 발표했다가 2016년 신경계가 형성되는 키메라 연구는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회 건국대 인간화돼지연구센터장 연구팀이 2019년 미니돼지 수정란에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주입하는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는 인체 부속물에서 얻는 iPS 세포는 교내 윤리위원회 심의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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