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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잘 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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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잘 쉬는 법

2021.04.17 09:00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급적 피로함을 느끼지 않게끔 관리할 필요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급적 피로함을 느끼지 않게끔 관리할 필요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창 바쁘게 지낼 때, 계속 이렇게 지내다 보면 큰일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만이라도 제대로 쉬어보자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쉬려고 하니 어떻게 쉬는 것이 제대로 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누워서 꼼짝도 안 하고 있으면 되는지, 아니면 몇 시간이고 TV를 보고 있으면 되는 것인지 양질의 휴식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일 중독자 답게 잘 쉬는 법을 논문으로 배워 보겠다며 연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① 몸이 힘들 때까지 일하지 않기


휴식을 시작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강한 생활습관, 즉 잘 먹고 잘 자는 등 사람답게 행동할 수 있게 돕는 기본적 요소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습관적으로 ‘나 지금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하는 것이 포함된다. 


일례로 미국 시카고대의 행동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시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을 마치는 기준은 ‘목표나 계획의 달성’이 아니라 누적된 ‘심신의 피로’인 경우가 많다. 즉 오늘 해야하는 일을 다 했을 때 일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도 몸과 마음을 깎아가면서 일을 하고, 이렇게 잔뜩 지쳤음을 느껴야 일을 다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기기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일하는 시간은 줄지 않고 있는 이유 역시 이렇게 실제로 한 일의 양과 상관 없이 쨌든 몸이 피곤할 때까지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들도 있다. 


특히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추세인 지금 할 일을 대략 마치고 나서도 컨디션이 괜찮다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일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소모품이므로(인지적 자원이나 정신력 또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가급적 피로함을 느끼지 않게끔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을 하면서도 한 두 시간 마다 꼭 일어나서 짧게라도 휴식을 취하거나 의식적으로 또 오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겠다. 

 

② 당분 충전, 잠 


다들 아는 이야기겠지만 뇌는 포도당을 연료로 굴러간다. 따라서 신경 쓸 일이 많아 에너지 소모가 심하면 정신력이 잠시 방전되어 다양한 수행이 떨어지는 자아 고갈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 설탕물 같이 단 것을 먹어주면 뇌의 고등한 기능들이 다시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혈당 수준이 떨어지게 되면 주의력, 논리적 사고력, 감정조절 능력뿐 아니라 사회성도 떨어진다고 하니 당분 섭취를 잊지 말자. 


‘잠’ 또한 스트레스를 줄여서 재충전을 돕는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의 경우 몸에 무리가 가는 것 외에도 컴퓨터로 치면 악성 코드 같이 그렇게 크지 않은 우리 뇌의 메모리를 잔뜩 잡아먹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양질의 수면을 취하고 나면 부정적 정서나 스트레스 반응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③ 운동, 자연 경관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1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도 현재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뿐 아니라 '앞으로의' 스트레스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예컨대 지난한 업무나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해두면 똑같이 힘든 일을 해도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또한 공원 산책 같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야외 활동들도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나아가 창의성을 높여주기도 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사지나 따듯한 목욕 같이 몸을 느긋하게 풀어주는 활동들도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됨을 느낀다. 

 

④ 긍정적 정서 느끼기


틈틈히 재미있는 짤이나 영상 등을 봐주며 웃음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일부러 웃어주거나 재미있는 영상 같은 것을 통해 긍정적 정서를 느끼게 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심혈관 반응 같은 신체적 지표들도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적 정서가 스트레스나 부정적 정서의 악영향을 '취소'하거나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각종 취미활동(덕질)이나 기분전환 거리들이 몸과 마음을 효과적으로 재충전해준다는 것이다. 

 

⑤ 만남(사회적 지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만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게 또 없다. 가벼운 일들뿐 아니라 배우자와의 사별 같은 큰 사건을 겪은 경우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고 응원을 받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1년후 더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일상으로의 복귀과 원활하게 일어나는 등 더 잘 견뎌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고충을 털어놓으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이후 실제 ‘도움’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문제와 혼자 싸울 때에 비해 에너지 소모와 스트레스 자체가 줄어들기도 한다. 손 잡기, 가벼운 껴안기 같은 스킨십 또한 물리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감기 등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발견들 또한 있었다. 관계는 여러모로 삶의 풍파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⑥ 머리 비우기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정리하는 글쓰기가 실제로 괴로운 생각을 멈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있었다. 이런 글쓰기를 하고 나면 악성코드 같이 정신력을 잡아먹는 각종 잡생각들이 줄어들어 작업기억용량(컴퓨터로 치면 메모리 같은 것)이 늘어나게 된다는 연구가 있었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는 것도 머리를 비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힘든 일 후에 잠시 TV를 보며 쉬면 소진되었던 에너지가 다시 회복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었다. 마음이 힘들 때 술을 찾거나 각종 중독 증상에 빠지는 것 또한 또한 머리를 비워 조금이나마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는 시도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명상’도 대표적인 머리 비우기 비법 중 하나다. 비슷하게 ‘몰입’ 또한 눈 앞의 일에만 집중하고 기타 잡다한 걱정거리를 떠올리지 않게 도와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 무리하지 않게끔 잘 챙겨주는 것이나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당분을 충전하는 것, 함께 걷는 등의 가벼운 활동 및 좋은 경관 즐기기, 긍정적 정서 느끼기, 만남, 함께 영화를 보거나 대화 삼매경에 빠져 다른 잡념을 떠올리지 않게 되는 것 등 아주 좋은 휴식과 재충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쁜 와중에도 계속해서 친구들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올 해도 어느덧 중반즈음으로 접어들어 마음이 지치기 좋은 시기가 왔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휴식의 형태가 다를 수 있으므로 내게 필요한 것은 어떤 휴식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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