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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이공계 학위논문과 공동연구의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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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이공계 학위논문과 공동연구의 특수성

2021.05.12 15: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회 인사 청문회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그동안 인문・사회 분야에 한정되어 있던 학술 논문과 저서의 표절・위조・변조 등 윤리 위반 문제가 이공계로 확산되어 버렸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의 입장에서 학위논문의 학술지 발표와 공동연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코 개인 차원의 의혹으로 가볍게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이공계 대학원에서의 논문지도와 공동연구가 윤리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과학자의 공직 진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전 세계의 이공계에 정착된 대학원 교육과 연구의 독특한 특성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

 

학위논문의 학술지 발표는 의무사항

 

문학・역사・철학과 같은 전형적인 인문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서술(글쓰기)의 독창성이 강조된다. 논문에 포함된 학술 자료와 분석의 방법이나 결과보다 독창적인 서술이 훨씬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래서 인문학 분야의 학위논문은 학술적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학위논문의 내용을 학술지나 독립된 저술로 발표하는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도교수라고 해도 자신이 지도해준 대학원 학생의 독창적인 학위논문을 함부로 활용할 수 없다. 인용의 출처를 분명하게 밝히는 노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러나 자연과학・공학・의약학・농수산을 비롯한 이공계와 경제・경영・사회학을 포함한 응용 사회과학 분야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논문의 구체적인 서술보다 실험을 통한 관찰이나 이론적 분석이 훨씬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논문의 서술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구자의 이름이 붙여지는 것도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정량적 결과나 수학적 표현이다.


학위논문에 대한 평가의 방식도 다르다.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의 평가는 대학에서의 학위 수여를 위한 학사행정의 절차로 한정된다. 오히려 학위논문의 학술적 가치는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치는 학술지에 게재하는 공개적 절차를 통해서 평가된다. 오늘날에는 학위논문의 전부 또는 일부가 게재된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IF)가 일반적인 평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현대 과학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고,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 과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독특한 특성이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이공계나 응용사회과학 분야의 학과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학위논문의 내용을 학술지나 학술회의에 발표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위논문의 학술지 발표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학술지에 발표하지 못하는 학위논문은 대학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제 학위논문은 학사행정에나 필요한 절차로 그 의미가 축소되어버렸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심지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서 대학이 요구하는 학위 논문의 형식으로 편집한 학위논문도 허용된다.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을 학위논문으로 다시 고쳐 쓰는 노력조차 불필요한 낭비라고 여긴다.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 사이의 표절·중복게재 논란은 원천적으로 의미가 없어져버린 셈이다.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은 대학원 학생이 대학에 제출하는 학위논문과는 구분해야 한다. 학위논문을 제출하는 학생이 반드시 학술지 논문의 제1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학술지 논문의 저자 표시에서는 지도교수의 연구과제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해야만 한다.

 

신진연구자에게 절실한 공동연구

 

EKC2019에서 열린 글로벌 공동연구 성과와 협력분야 발표. KISTI 제공.
EKC2019에서 열린 글로벌 공동연구 성과와 협력분야 발표. KISTI 제공.

이공계 대학원 학생의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는 지도교수가 장기간에 걸쳐서 수행하는 규모가 더 큰 연구 과제의 일부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공계 분야 교수들의 공동연구는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권장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자신의 좁은 학문 영역을 넘어서 시대적 요구인 융복합을 실천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대세가 되었다.


대학에 새로 부임하는 신진 연구자들에게는 공동연구를 외면할 수 없는 더욱 절박한 이유가 있다. 본격적으로 대학원 학생을 지도하고, 연구 과제를 수행하려면 적지 않은 규모의 연구 설비와 장비가 필요하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대학이 신임 교수의 연구실에 투자를 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난 20여 년 동안 일방적으로 강화된 교수 평가에서 신임 교수들에게 유예기간을 허용해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신진 연구자들에게 충분히 시설과 환경을 갖춘 선배・동료들과의 공동연구가 유일한 생존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학과와 대학의 경계를 가릴 여유가 없다. 유능한 선배·동료들과의 공동연구 기회를 찾지 못하면 신진 연구자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물론 공동연구가 강조되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찬스’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학술지에 공동으로 발표하는 학술논문이 진정한 공동연구의 결과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실제로 미성년의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 때문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연구재단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학술논문을 일일이 승인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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