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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1심 판결, 제품 위해성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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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1심 판결, 제품 위해성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2021.05.20 13:23
교수 7인 지난달 30일 한국환경보건학회지 게재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캡쳐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제공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아 대규모 피해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가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재판부가 제품의 위해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전문가 비판이 나왔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박동욱∙김지원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와 김성균∙조경이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최상준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권정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인은 지난달 30일 발간된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판결에 인용한 연구의 목적·한계·독성학·측정기술·노출평가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는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원료 물질인 CMIT와 MIT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97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 폐질환 및 천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 및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및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교수 7인은 이와 관련해 재판부가 근거로 활용한 2019년 환경부의 CMIT과 MIT 농도 연구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연구는 가습기살균제 권장 사용량(10㎖)의 1∼10배를 2ℓ 용량 가습기에 물로 희석해 넣은 뒤 공기 중에 있는 CMIT·MIT 농도를 측정했다”며 “CMIT·MIT 노출 위험은 특정 시점의 공기 중 농도뿐 아니라 가습기에 넣은 총량과 사용 시간·기간 등을 고려한 '누적 노출 용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연구는 담배 1개비에 든 유해물질의 공기 중 농도로 폐암의 위험을 판단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또 1심 재판부가 CMIT와 MIT를 사용한 제품이 천식과 폐 손상을 가져왔다는 인과관계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교수 7인은 “가습기 살균제가 제조·판매된 1994~2011년 CMIT·MIT는 각종 폐질환과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 사례가 있다”며 “유독성 물질이 주성분인 제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제품에서 CMIT·MIT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안정제로 첨가된 훨씬 많은 양의 질산마그네슘과 혼합돼 있다"며 "개별 물질의 특성만으로 공기 중 발생과 호흡기 흡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은 항소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부장판사)가 맡아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 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애경·이마트 관계자 13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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