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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어설픈 전문가들의 억지에 흔들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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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어설픈 전문가들의 억지에 흔들리는 사회

2021.05.26 12:00
질병관리청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 홍보포스터
질병관리청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 홍보포스터

방역은 ‘과학적’이라야 한다. 너무 당연한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전담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도대체 무엇이 ‘과학적’인지가 분명치 않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방역 지침이 모두 과학적인 것도 아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유족들에게는 절망적인 선화장・후장례를 강요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지침’은 과학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억지에 가까운 것이다. 방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신한울 1·2호기의 가동 승인에 대한 논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설픈 과학자들의 고집이 만들어낸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상황이다.

 

정부·전문가의 동문서답

 

정부·전문가와 국민이 서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백신의 경우가 그렇다. 정부·전문가는 백신의 접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을 강조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코로나19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의 경우에는 감염의 차단뿐만 아니라 증상의 악화도 막아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사실은 질병관리청의 자료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지금까지 1차 접종을 마친 379만 명 중에서 60세 이상의 감염 예방 효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60대가 89.5%, 70대가 91.3%, 80세가 90.3%에 이른다. 접종 후 감염자 중에서 사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60대 이상의 고령자에게 백신은 건강 지킴이이자 생명 지킴이라는 것이 질병청의 지적이다. 가정에서의 2차 전파에 대한 예방 효과도 45.2%나 된다.


국민들도 백신의 예방 효과를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접종 후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 때문에 불안하다. 백신 접종 후에는 어느 정도의 이상 증상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한다. 실제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근육통·두통 등의 경미한 일반 증상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망과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한 중증 이상 증상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단순한 통계적 사건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병청과 전문가들이 국민들의 개인적인 우려를 너무 쉽게 무시해버리고 있다. 자칫하면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지금도 그런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과학’을 앞세워 인과성 증명에 지나칠 정도로 인색한 질병청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질병청이 지금까지 심사한 359건 중 인과성을 인정해준 것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 명백한 아나필락시스에 해당하는 39건에 지나지 않는다. 접종 후에 나타난 급성 심혈관계·호흡기 증상으로 사망한 경우는 백신과 무관하다고 우기고 있다. 


인과성이 ‘없다’는 질병청의 단정적인 판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가 더 정확한 판단이다.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백신이 기저질환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을 강행한 책임은 온전하게 질병청에 있는 것이다. 어설픈 과학을 앞세워 질병청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백신의 부작용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당초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어설픈 전문가의 억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우리가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적 합리성이 최고의 가치로 인식되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강조된다. 충분한 자질을 갖춘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정확한 과학 지식을 근거로 국민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줘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설픈 전문성으로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과학자들이 적지 않다.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면 재앙적인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호들갑스러운 발언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방사성 삼중수소가 바다 밑으로 ‘침전’되어서 우리가 즐겨먹는 해조류·갑각류·광어·넙치가 오염된다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삼중수소를 희석시켜도 ‘총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원자력 전문가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오랜 기간 노출되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기준치’가 의미가 없다는 물리학자도 있다.


침전은 용액에 떠 있는 고체 덩어리가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을 말한다. 열 에너지를 가진 바닷물에서 물 분자를 구성하는 원소의 역할을 하는 삼중수소가 침전된다는 주장은 가장 기본적인 물리·화학 지식을 무시한 것이다. 오염물질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희석’시키는 기술은 오염에 의한 피해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완공해놓은 신한울 1호기의 가동을 승인해줘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6개월 동안 11번이나 회의를 개최했지만 원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위원들의 억지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원안위의 역할은 신한울 1호기가 기본적으로 건설 당시의 설계기준을 충족시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설계기준에 대한 엉뚱한 문제 제기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원안위 심사에서 자신의 과거 경력이나 권위를 자랑하는 행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불가리스라는 요구르트와 김치가 코로나19의 감염을 막아준다는 황당한 주장에도 과학자들의 억지가 담겨 있다. 불가리스 실험은 지방 거점국립대 수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수행한 세포 실험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한국의과학연구소의 이사장은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한 과학기술계 원로다. 환경공학을 전공한 원로 과학자가 자신이 편집하는 환경 분야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가 입을 통해서 감염되기도 한다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도 철저하게 무시해버렸다.


일부 과학자들의 억지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그런 억지를 무작정 확산시키는 언론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과 학회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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