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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불빛에 이끌려 부딪히는 철새들...조명 반만 꺼도 충돌 11분의 1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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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불빛에 이끌려 부딪히는 철새들...조명 반만 꺼도 충돌 11분의 1로 줄어

2021.06.09 07:00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 부딪혀 죽은 새들이다. 필드박물관 제공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 부딪혀 죽은 새들이다. 필드박물관 제공

미국은 봄과 가을이 철새가 이동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수천 마리의 새가 매일 밤 건물에 부딪혀 죽는다. 이를 막기 위해 건물의 조명을 반만 줄여도 충돌횟수를 11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벤자민 반 도렌 미국 코넬대 조류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과 데이비드 윌라드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미국 최대 컨벤션센터 중 하나인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 충돌해 사망한 새들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7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월라드 연구원의 40년 이상 이어진 작업 덕분에 가능했다. 윌라드 연구원은 1978년 필드박물관 근처 매코믹 플레이스에 새들이 부딪혀 죽는다는 것을 듣고 처음 조사를 시작했다. 매코믹 플레이스는 유리창으로 외벽을 꾸민 4개 건물이 연결된 구조다. 미시건 호수와 가까워 철새의 이동 경로에 있다. 윌라드 연구원은 이곳에서 40년간 4만 마리의 새 사체와 사망한 시각 등을 모아 필드 박물관에 보존했다.

 

매코믹 플레이스는 야간에 유리창에서 나오는 조명을 통해 새를 모은다. 이는 충돌 사망으로 이어진다. 구글 맵스 캡처
매코믹 플레이스는 야간에 유리창에서 나오는 조명을 통해 새를 모은다. 이는 충돌 사망으로 이어진다. 구글 맵스 캡처

조사 20년이 지나자 패턴이 발견됐다.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불이 꺼졌거나 휴일인 날, 공사 기간에는 다음 날 아침 새 사체가 발견되는 횟수가 더 적었다. 이러한 관찰을 토대로 연구팀은 맥코믹 플레이스의 창문 수와 기상 조건, 철새 경로 등을 토대로 통계 모델을 개발했다. 충돌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와 매코믹 플레이스의 조명에 따른 충돌을 분리해 파악해낸 것이다.

 

실제로 철새의 충돌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밤에 켜진 불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행사들이 거의 열리지 않자 새들의 충돌 사망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조명이 켜진 창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면 충돌횟수가 봄에 11분의 1로, 가을에는 6분의 1로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주 기간 동안 조명을 절반만 꺼도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발생하는 조류 사망을 59%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철새들의 충돌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시행하는 등 이를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 시카고 시는 ‘라이트 아웃’ 프로그램을 만들고 철새가 이주하는 주요 기간 건물 외부 조명을 끄도록 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뉴욕과 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도시가 철새가 주로 이동하는 때인 봄과 가을 야간 조명을 끄기로 약속하고 올해 실천에 옮겼다. 도시마다 철새가 통과하는 시기를 분석해 조명 소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해결책은 미국 도시들의 지리적 특성과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미국은 주로 철새들이 빌딩에 부딪혀 죽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도시가 철새가 이동하는 경로인 바닷가나 강가에 많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과 달리 계절적으로 죽은 새가 발견되는 빈도가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발견되는 새도 대부분 텃새”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유리창 충돌 등으로 사망하는 새들의 수가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쇠부엉이가 도로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한국에서도 유리창 충돌 등으로 사망하는 새들의 수가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쇠부엉이가 도로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김 실장은 “한국은 멧비둘기와 참새 등 주로 주간에 활동하고 야간에 움직이지 않는 새들이 충돌해 사체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야간 조명의 영향이 분명히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따로 떼어 분석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건물 유리나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 야생조류는 연간 800만 마리로 추측된다. 이중 건물에 충돌해 죽는 새는 연간 765만 마리로 추정된다. 국내 건물이 720만 채인 것을 감안하면 건물마다 최소 한 마리의 새가 부딪혀 죽는 셈이다. 도로 방음벽에 의해서는 23만 마리 정도가 매년 죽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조류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을 수립하고 야생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책 중 하나로 방음벽에 수직 간격 5cm, 수평 간격 10cm 점을 찍는 ‘5X10 규칙’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해 통과하려 하지 않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김 실장은 “건물 사망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방음벽에서 새가 죽는 경우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우선은 방음벽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점차 건물 등으로 충돌 방지 대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31일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 참여 조사 지침서’를 발간했다. 전체 건물 중 외부인이 조사하기 어려운 건물이 전체의 80%가 넘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통해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 지침서는 시민들이 새의 충돌을 조사하고 새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이를 기록하는 방법 등이 실렸다.

 

야생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방음벽에 점을 찍어놓은 모습이다. 국립생태원 제공
야생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방음벽에 점을 찍어놓은 모습이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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