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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유네스코 과학보고서와 한국의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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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유네스코 과학보고서와 한국의 과학기술

2021.06.17 14:00
유네스코 제공
유네스코 제공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의 ‘S’가 ‘사이언스(Science·과학)’의 약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을 지정하는 유엔 산하의 기구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교육, 과학, 문화적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이 기구의 초대 사무총장은 과학자다. 유네스코의 설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도 과학자들이다. 유네스코가 유넥소(UNECSO)도 유네코(UNECO)도 아닌, 유네스코가 된 배경에는 과학적 이상을 가지고 치열하게 세상을 바꾸려 하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유네스코의 과학자들’ 중에서⁠


유네스코 과학보고서 2021


이달 11일 유네스코의 과학보고서가 공개됐다. ‘더 영리한 발전을 위한 시간과의 경주’라는 주제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2001년 11월 10일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로 지정한 후, 2005년부터 5년마다 기념일에 맞춰 발간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는 지금, 유네스코의 과학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유네스코의 이번 과학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①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모든 국가에서 최근 5년간의 발전은 디지털과 녹색경제로의 전환에 우선순위를 매겨왔다. 
② 이런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술을 산업으로 이전할 정책적 도구들을 설계하고 있다. 
③ 여전히 전세계 10개국 가운데 8개 국가는 국민총생산(GNP)의 1% 미만을 연구개발 예산을 지출하고  있고 해외 과학기술의 수입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④ 많은 국가들이 녹색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과학은 여전히 세계수준에서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⑤ 모든 정부는 이와 같은 이중적 전환을 위한 그들의 정책과 자원이 같은 방향을 향해 투자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서로 다른 경제구역에 속한 국가들이 모두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같은 전략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⑥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지식 생산의 체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⑦ 진화하는 정치 지리학적 풍경과 팬데믹이라는 상황은 무역과 기술에 대해 어떤 전략적 경제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혁신 리더국가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라는 시국 때문에 6개월 이상 발표가 지연됐다. 내용도 주로 디지털 전환과 녹색기술에 큰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그 설립부터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수습하고, 전쟁에 따른 국가 간 불평등을 상호원조와 상호관심의 정신으로 완화하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해왔다. 헌장의 첫 구절이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에 있다”라는 점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유네스코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가 간 불평등을 상호호혜의 정신에 입각해 교육, 과학, 문화의 교류와 지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설립된 국제기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도 유네스코 헌장의 정신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세계 과학발전의 그림자 


유네스코에 ‘과학’이 포함된건,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동물학자 줄리안 헉슬리와 생화학자이자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이 강력하게 주장한 결과다. 니덤은 유네코(UNECO)로 창설될 뻔한 이 국제기구의 발기인들에게 "과학의 발전이 전세계 국가에서 균등하고 균형있게 발전해야 인류가 풍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니덤 덕분에 유네스코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당시 유네스코 창립을 주도한 국가들은 문화를 통한 국제교류 증진이라는 다소 순진하고 치열하지 못한 실천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도 유네스코를 세계문화유산이나 지정하는 국제기구로 기억하는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네스코는 더이상 과학을 등한시할 수 없게 됐다. 유네스코를 국제 과학 교류의 중심으로 만들려고 하던 니덤의 이상은 반드시 유네스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의 과학 생태계가 국가별로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과학은 과연 세계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전세계는 과학분야 지출을 19% 늘렸다. 또 그 사이 과학자는 13.7%가 늘어나 이제 전세계에서 과학연구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900만명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한발짝 들어가보면 이렇게 늘어난 과학 분야 지출과 과학자 수는 주로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세계의 맹주를 겨루는 미국과 중국의 증가율이 전체 지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중국은 증가분에서 44%를, 미국은 약 19.4%를, 유럽연합은 11.%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증가율에서 4위를 차지한 나라는 한국으로 전체 과학분야 지출의 약 4.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과학기술 투자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 5개국 중 4개국은 여전히 GNP의 1%미만을 과학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4.53%를 과학에 투자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한국정부의 투자는 이미 세계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자국의 과학기술투자를 넘어 과학의 발전에서 소외된 저개발국가에 대한 박애적인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외국 과학기술자들을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다. 어렵게 받아들인 외국과학기술자들을 포용하려는 철학도 부족하다. 저개발국에 과학기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한국의 투자가 얼마나 자국과 경제발전 중심으로 이뤄져왔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과학기술로 존경받는 국가로 거듭나려면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은 저개발국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국가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모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과학기술외교 역량의 부족은 한국정부가 다시 한번 국가의 위상을 위해 진지하게 과학기술계와 논의해봐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유네스코 사이언스 리포트 2021 제공

팬데믹과 한국의 과학


코로나19는 과학기술에 대한 각국의 투자 결과를 시험받는 무대가 됐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차이는 백신 생산 능력을 갖췄냐는 점이다. 

 

백신을 선도하는 나라들은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초기 방역에서 쓴 맛봤다. 하지만 백신개발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를 보여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후반부를 백신 전쟁으로 이끌었다. 정부의 백신개발에 대한 투자는 지속성은 물론 규모에서도 선진국에 크게 뒤쳐진다. 백신 개 발에 사용하기 어려운 형식적 연구들에 투자해온 게 아닌가 싶다. 정부가 급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책정했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는 물론 인력조차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미지수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예산을 확보하는 한국식 대처법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 심판대에 오를 때가 됐다. 

 

한국은 과학분야에 대한 지출 규모가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과학기술 국가로 떠올랐다. 인구 100만명 당 과학기술인력의 규모에서 한국은 7980명으로 압도적 1위에 올라섰다. 지금도 미국은 4412명, 일본은 5331명, 중국은 1307명에 머문다 하지만 국내 과학계의 국제교류는 29.3점으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 과학기술에 국가의 명운을 내걸고 과학기술에 크게 의존하지만 정작 한국의 과학기술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위축돼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의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과연 국민이 얼마나 체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연구개발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게 관성화됐는데 이젠 연구자들의 목표와 국민의 기대가 일치하는지 따져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유네스코 과학보고서 중반부는 연구비 지출을 다루고 있다. 여기엔 ‘과학은 근대화와 동일시되었다’라는 챕터가 있다. 그 첫 단락과 보고서의 한국에 대한 챕터를 번역한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한국사회는 과학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 됐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사회는 진지하게 과학의 자리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난 5년간, 과학, 기술, 혁신은 경제적 경쟁력 그리고 근대화라는 의미와 동일시되어 왔습니다. 그 시기 동안 개발국들은 그들의 경제체계를 다양화하고 이를 좀 더 지식기반으로 만들려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아마 가장 극명한 예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희망’ 프로젝트일 것입니다⁠" -유네스코 과학보고서 2021,18쪽(온라인)”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연구개발의 밀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2013~2017년 거둔 국민총생산(GNP)의 약 40%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한 가지 우려는 연구개발비의 큰 증가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과학기술 경쟁력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유네스코 과학보고서 2021, 42쪽(온라인)"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출은 흐름상으로만 봐도 압도적인 세계1위다. 문제는 과연 이런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지출이 국민생활에 체감될 정도로 효율적이냐는 것이다. 김우재/유네스코 사이언스 리포트 2021 제공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출은 흐름상으로만 봐도 압도적인 세계1위다. 문제는 과연 이런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지출이 국민생활에 체감될 정도로 효율적이냐는 것이다. 김우재/유네스코 사이언스 리포트 2021 제공

 

※관련자료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C%A0%EB%84%A4%EC%8A%A4%EC%BD%94%EC%9D%98-%EA%B3%BC%ED%95%99%EC%9E%90%EB%93%A4/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764995.html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3372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37100
-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 과학계의 국제연구교류는 국제기준 최하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https://www.ace4u.kr/sub0502/articles/do_print/tableid/news/page/67/id/6185
-팬데믹은 과학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세계에서 과학에 투자할 수 있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에서 과학의 발전은 여전히 비균질적으로, 불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https://www.unesco.org/reports/science/2021/en
-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1021730681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1/80936/
- 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943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69559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유네스코 사이언스 리포트 2021 보기 
* 온라인 UNESCO Science Report 2021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377250

* UNESCO Science Report 2021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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