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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수학으로 살펴본 일 후쿠시마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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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수학으로 살펴본 일 후쿠시마 오염수

2021.06.26 06:00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모습. 일본대사관 제공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모습. 일본대사관 제공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방사성 물질은 불안정한 핵이 안정해지기 위해 높은 에너지의 입자나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물질입니다. 바다로 유입된 방사성 물질은 수산물에 축적되고 인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농도 공식을 이용해 오염수의 농도를 직접 계산해 보면서 오염수 논란을 수학적으로 살펴봤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쪽 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 폭발사고가 나면서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당시 사고로 대기, 땅, 바다,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습니다. 이 오염수가 지하수와 만나면서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일부 제거한 125만t의 오염수를 1000여 개가 넘는 탱크에 보관해 왔습니다.

 

 

○오염수를 정화하는 ALPS 설비

다핵종제거장치(ALPS)는 오염수를 여과, 정화하는 설비입니다. 이 장치를 통과하면 세슘137, 스트론튬90 같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낮아집니다. ALPS에 들어가기 전 오염수에 녹아있는 세슘의 농도는 1리터(L)에 1만 베크렐(Bq)를 웃도는데, 정화 후에는 리터당 100Bq 아래로 내려갑니다. 리터당 100Bq은 배출되는 물속에 포함된 세슘의 농도가 인체에 대한 안전성을 충족한다고 일본이 정한 기준입니다. 


일본 정부는 ALPS로 오염수에 들어있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 내보내면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본경제산업성이 4월 13일 발표한 ‘ALPS로 처리한 물을 다루는 기본 정책’에 따르면 ALPS 처리 후 저장된 오염수의 29%만 기준치를 충족하고 나머지 71%는 몇몇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합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처리된 오염수를 다시 한번 처리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 ALPS로는 사라지지 않는 삼중수소

 

일본의 주장처럼 두 번 여과하면 방사성 물질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ALPS로 여과할 수 없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삼중수소(트리튬)입니다. 삼중수소는 일반 수소보다 3배 무겁습니다. 그리고 일반 수소와 달리 방사능을 띱니다. 


이 삼중수소는 언제나 전기적 성질을 띠지 않은 물 분자에 포함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전기적 성질을 띠는 방사성원소를 걸러내는 ALPS로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슘137과는 달리 ALPS를 통과한 후에도 삼중수소의 농도는 일본의 기준치인 리터당 6만Bq 아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 구하기

 

학교에서 배운 농도 공식을 활용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농도를 구해 봅시다. 농도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용질은 어떤 용액에 녹아있는 물질을 말하고 용매는 용질을 녹이는 매체를 의미합니다. 두 용액이 섞였을 때는 양이 적은 쪽이 용질이고, 많은 쪽이 용매입니다. 소금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소금물이 총 100g 있고 여기에 소금이 10g 녹아있다면 물은 용매고 소금은 용질입니다. 공식에 대입해서 소금물의 농도를 구하면 10%입니다.


마찬가지로 오염수의 농도를 구하려면 용매인 물의 양과 용질인 방사성 물질의 양을 알아야 합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보통 한반도 주변 바다물에는 삼중수소가 리터당 0.2Bq이 검출됩니다. 이 말은 바닷물 1L 속 삼중수소는 1초에 0.2회 방사성 붕괴를 하고, 이는 1초에 방사선을 0.2개씩 내뿜을 만큼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주변 바닷물 1L 안에는 몇 개의 삼중수소 원자가 있을까요. 방사성 물질에 따라, 그리고 그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1초에 일어나는 방사성 붕괴 횟수는 다릅니다. 삼중수소는 약 5억 6000만 개가 있을 때 1초에 방사성 붕괴가 1회 일어납니다. 즉, 어떤 물 1L에 삼중수소 5억 6000만 개가 있을 때 삼중수소는 리터당 1Bq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바닷물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리터당 0.2Bq이므로 1L당 삼중수소의 양은 5억6000만 개의 5분의 1 정도인 약 1억1000만 개가 들어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원자는 매우 작아 많은 수를 한 묶음으로 정해 단위를 정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단위가 몰(mol)입니다. 1몰은 원자를 포함한 입자의 개수가 6.02 X 10의23승 개라는 뜻입니다. 일반 수소 원자의 경우 1몰의 질량이 1g입니다. 삼중수소 원자 1몰의 질량은 3g입니다. 산소 원자는 1몰이 16g입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2:1로 결합한 보통 물은 수소 2개, 산소 1개로 이뤄져 1몰은 18g 입니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보통 물 분자에 있는 수소 원자 두 개 중 하나가 삼중수소 원자로 대체된 ‘삼중수소수’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삼중수소수 1몰의 질량은 20g이 됩니다. 삼중수소 1억 1000만 개가 든 삼중수소수의 질량을 x라고 두면 비례식 '6.02 X 10의 23승 개 : 20g=1억 1000만 개 : x’를 세울 수 있습니다. 이때 x는 약 3.65x10마이너스15승g입니다. 

 

 

그럼 소금물의 농도 공식을 이용해 우리나라 바닷물에 있는 삼중수소수의 농도를 구해 보겠습니다. 삼중수소 1억 1000만 개가 들어 있는 바닷물 1L의 질량은 1000g이고 이는 용매의 질량입니다. 이것을 농도 공식에 대입하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삼중수소의 퍼센트 농도는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의 삼중수소 농도
일본은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1500Bq/L로 낮춰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수학동아DB
일본은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1500Bq/L로 낮춰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수학동아DB

그럼 이번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의 농도를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이 저장하고 있는 125만t의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는 총 860조Bq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염수 안의 삼중수소는 1초에 860조 번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860조 개의 방사선을 내보내는 셈입니다. 그럼 860조Bq을 질량으로 나타내면 얼마일까요? 삼중수소수 1몰에는 삼중수소 3g이 녹아 있습니다. 삼중수소수 1몰의 질량은 20g이고 이를 Bq로 따지면 1080조Bq이죠. 860조Bq는 1080조Bq의 80% 정도이므로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수 무게도 80% 정도인 16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매인 오염수 125만t과 용질인 삼중수소수 16g을 공식에 대입하면

 

입니다. 따라서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의 삼중수소수 농도는 한반도 주변 바다의 삼중수소수 농도보다 350만 배가량 더 높습니다.

 

그런데 125만t의 오염수가 전혀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방류돼 바닷물과 섞이면 삼중수소수의 농도는 낮아집니다. 계산을 위해 후쿠시마 앞바다를 가로, 세로 100km 길이에 깊이 100m인 직육면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물은 부피 1m³ 일 때 질량이 1000kg(=1t)이므로, km를 m로 바꿔 바닷물 양을 계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따라서 농도는, 아래의 식으로 약 100만분의 1.25배 낮아집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배출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 가능 기준은 1L에 6만Bq입니다. 현재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약 69만 Bq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 125만t에 깨끗한 물을 많이 타는 방식으로 희석해서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인 리터당 1500Bq로 낮춰 방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희석에 필요한 깨끗한 물의 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오염수를 연구하는 사람들
일본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한 지 229일이 지났을 때의 확산 상황을 나타낸 그림이다. 독일 킬대학교 연구팀은 2012년 오염수가 처음 방출될 때의 농도가 1이면 제주에 도착할 때쯤엔 농도가 1천조분의 1이 된다고 밝혔다. 독일 킬대학교 연구팀 제공
일본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한 지 229일이 지났을 때의 확산 상황을 나타낸 그림이다. 독일 킬대학교 연구팀은 2012년 오염수가 처음 방출될 때의 농도가 1이면 제주에 도착할 때쯤엔 농도가 1조분의 1이 된다고 밝혔다. 독일 킬대학교 연구팀 제공

에릭 베흐렌스 독일 킬대 핼름홀즈 해양연구소는 2012년 7월 9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지’에 후쿠시마에서 태평양에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확산 과정을 모의실험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29일이 지나면 오염수가 제주도에 도달합니다. 방출될 때의 농도가 1이면 제주에 도착할 때쯤엔 1조분의 1로 낮아진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연구 중입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바다 근처에서 주기적으로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모니터링합니다. 채취한 바닷물 속 방사성 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실 연구원들입니다. 연구팀은 2020년 10월에 방사성 물질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개발했습니다.


김현철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실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을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법을 개발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점점 안정한 물질로 바뀌려는 성질이 있는데, 스트론튬90은 점차 안정되면서 이트륨90으로 변합니다. 또 스트론튬90은 만들어진 지 약 2주가 지나면 이트륨90과 동일한 농도로 존재합니다. 이 성질을 이용해 연구팀은 이트륨90을 측정해서 스트론튬90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스트론튬90은 바닷물 속에 화학적으로 비슷한 성분이 많아 측정이 어렵고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트륨90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 박사는 “오염수가 방류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신속하게 분석해서 데이터를 만들어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자동핵종분리장치’를 이용했습니다. 이트륨90만 선택적으로 잡아내는 물질을 이 장치에 설치하고 해수를 통과시키면 이트륨90을 쉽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원래 방식대로 하면 2주가 걸릴 일을 단 이틀 만에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김현철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실 책임연구원 인터뷰
바닷물 속 스트론튬90 신속분석법을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종명 원자력환경실장(좌)과 김현철 책임연구원(우)
바닷물 속 스트론튬90 신속분석법을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종명 원자력환경실장(좌)과 김현철 책임연구원(우)

 Q. 해당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있는 원자력환경실은 해양뿐 아니라 토양, 대기, 식품 등 우리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을 감시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환경 속에서 방사성 물질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원자력환경실은 2012년 정도부터 스트론튬90뿐 아니라 다양한 방사성 핵종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환경을 감시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요?
옛소련에서 1977년 일어난 체르노빌 사건은 우크라이나에서 1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스웨덴 포스마크 원전에서 환경을 감시하는 부서가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신호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방사능 문제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에 주기적으로 환경을 감시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Q.최근에 하고 계신 연구는 무엇인가요? 
방출하는 방사선 종류에 따라 핵종은 알파, 베타, 감마로 나뉩니다. 이때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핵종은 다른 핵종도 존재한다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 중 방사능을 감시할 때 알파 붕괴를 하는 핵종에서는 플루토늄, 베타 붕괴를 하는 핵종에서는 스트론튬90, 감마 붕괴를 하는 핵종에서는 세슘137을 주로 분석하죠. 이중 스트론튬90은 기존보다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많이 단축했고, 나머지 두 물질에 대해서도 분석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해수 중 방사성 물질 분석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오염수 추적을 위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의 발명으로 K-방역이 화제가 됐습니다. K-방역의 3원칙은 ‘검사-역학조사-치료’입니다. 오염수 문제도 ‘빠른 검사-정밀한 추적-신속한 대응전략 수립’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수 중 방사성 물질을 분석하는 시간을 단축하면 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죠. 이는 오염수 추적의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원자력환경을 감시하면 신속하게 사고를 탐지해서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환경을 감시하고 환경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원자력환경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관련기사

수학동아 6월호, 후쿠시마 오염수,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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