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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지식전쟁의 최전선으로]③대학원 평가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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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지식전쟁의 최전선으로]③대학원 평가를 시작하자

2021.07.02 06:00
2018년 신입생 금감으로 자진폐교한 대구미래대학 전경. 대구미래대 제공
2018년 신입생 금감으로 자진폐교한 대구미래대학 전경. 대구미래대 제공

한국 대학들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생수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진작에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겪고 보니 충격이 크다. 특히 사립대와 지역대학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학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당연히 대학 내부에서부터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10년간의 등록금 동결은 대학의 위기 대응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한국 대학의 85%를 차지하는 사립대는 대부분 등록금 의존율이 50%를 넘어간다. 따라서 입학생 감소는 수입 감소로, 수입 감소는 대학의 인적·물적 투자의 감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결국 대학 교육과 연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직원수를 줄이고 문을 닫는 대학이 속속 나타날 것이다.
 
대학이 단순히 교수와 직원들의 밥벌이 공간이라면 ‘그건 그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역할이 어디 그런가. 대학은 국가가 필요한 인력의 양성소이며 기초연구의 본산이자 응용 연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수많은 정책의 제안자 역할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의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도 한다. 대학은 한국 사회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대학의 위기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대학판 구조 조정이 필요한 때이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가 초점이 된다. 하지만 구조 조정은 미래를 위한 변화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가 한국 대학의 체질 개선으로 연결된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쇄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반드시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간 한국에서 진행된 수차례의 산업계 구조 조정처럼 공적 자원도 투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탈바꿈할 수 있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 미래 대학의 역할, 즉 대학으로 하여금 지식의 전달자 역할뿐 아니라 지식의 생산자, 지식을 생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연구의 수행, 연구자의 양성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이다.  

 

 

○ 대학원생들도 대학원을 가지 않겠다는 사회

 

대학이 가진 연구기능의 수행 주체이자 연구인력의 대부분을 길러내는 곳이 대학원이다. 그런데 상당수 대학의 대학원들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일반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2014년 89.2%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 81.8%까지 떨어졌다. 빈 자리는 주로 정원 외로 관리되고 있는 외국인 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국내 대학생들이 대학원에 가지 않을까? 2019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국내 이공계 석박사과정 전일제 대학원생 1330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당시 조사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입학시점으로 돌아가서 지금의 대학, 학과, 연구실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37%의 대학원생만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23%는 국내 다른 연구실, 20%는 대학원 입학대신 유학, 20%는 아예 대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대학원생들이 졸업연구와 상관없는 잡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또 교수들이 자신을 값싼 노동력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원생들도 많았다. 또 상당수 대학원생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몹시 곤혹스러워 했다. 교육 내용에서도 논문 작성, 연구 방법, 연구 윤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도교수와 제자의 종속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당시 조사는 안타깝게도 대학원생들 사이에 대학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퍼져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 갈만한 곳, 가고싶은 곳,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대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게 할 수 있을까. 대학원을 갈만한 곳,가고 싶은 곳, 입학한 뒤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게 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대학원 자체의 혁신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투자를 해야 한다. 그간 두뇌한국21(BK21)사업을 위시한 대학원 지원 정책들이 있었지만 이는 이미 잘 하고 있는 소수 대학원에만 혜택이 돌아가는데 그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대학원 전반적인 역량 강화의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려면 더 많은 대학원에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지원항목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대학원생의 기본 생활비를 보장하고 의료보험과 상해보험 가입도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연구지원 행정원을 채용하고 연구자에게 필요한 교육과 공동연구기반 시설을 운용한 인력 인건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대학원생들이 더 연구에 전념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석박사 졸업생에겐 전공을 살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의 인프라와 인력의 확보, 신임 교원의 연구 경쟁력 확보는 대학원 체질개선과 불가분의 관계다.  일반대학연구진흥금(GUF)은 연구를 위한 재정 지원의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2021년 6월16일 "[대학을 지식전쟁의 최전선으로]①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대학 연구 지원해야")

 

GUF는 선지원 후평가가 원칙이다. 그래야 더 많은 대학이 발전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전반적인 연구 역량 강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90% 이상이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부실화의 징후를 보이는 대학이 상당수 있음을 감안하면 모든 대학을 다 지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원을 전제로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나 대학기관평가인증 평가항목에는 연구에 대한 부분, 특히 대학원에 대한 부분이 들어있지 않다. 대학원을 평가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2016년 이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결정됐다. 정원 조정을 위한 목적이 크다보니 반발이 거셌고 대학원이 특수대학원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평가기준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포기했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원 조정 목적이 아닌 대학연구를 지원할 목적으로 평가대상을 일반대학원으로 국한해 관련 평가항목을 정하고 이를 현재 시행하는 대학평가에 포함하면 어떨까. 평가에 다양한 장치들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발전 의지와 역량이 있는 대학에게 재정 지원을 받게 하고 향후 성과를 평가해 지속적인 모멘텀을 유지한다면 대학의 연구역량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가지표에도 기존 지표 외에도 대학원생 설문조사에 나타난 불만사항을 개선하도록 관련 지표를 포함시켜 대학원의 개선 의지를 일깨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으로 현재 대학평가와는 별도로 대학원 인증제도를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대는 인증평가제도를 진작부터 시행하고 있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졸업생들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어 각 대학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대 인증평가는 한국 의대 교육에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원 평가도 1차적으로는 재정 지원의 기준을 잡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지만, 대학 경영진이 대학원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구체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학생들이 여전히 대학원 교육을 받겠다는 의사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연구실을 택하겠다는 대학원생들부터 다른 연구실이나 해외 대학 유학을 선택했던 이들을 포함한다. 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대학원 교육과 연구는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 만에 하나 이를 등한히 한다면 당장 4년 뒤 대학원 신입생 감소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학원이 부실해지면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대학의 역할 수행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기존 대학평가에 대학원 항목을 추가하든 ‘대학원인증제’를 시행하든, 이제부터라도 대학원 평가를 도입하고 시작하자. 최소한의 연구 역량과 개선노력을 보이는 대학원에 정부가 확실한 재정지원을 실시하자. 이를 통해 대학원의 개혁을 유도해 한국 대학의 연구 역량과 연구자 양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원 체질 개선을 통한 연구력 향상과 연구자 양성으로 ‘위기의 대학’을 ‘미래의 대학’으로 탈바꿈시키자.

 

이재호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기초연구연합회 운영위원
이재호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기초연구연합회 운영위원



※필자 소개

이재호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고 1995년부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perimental and Mo;ecular Medicine의 부편집인, 분자세포생물학회 세포주기분과학회장, 아주의대 학생담당 학장보, 연구담당 학장보, 교무부학장, 교수회 의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아주의대 의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기초연구연합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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