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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인간 영향으로 한강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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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인간 영향으로 한강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2021.07.03 06:00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팔당댐.  남양주에 위치한 팔당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팔당댐. 남양주에 위치한 팔당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강은 끊임없이 변한다. 범람과 물 빠짐을 반복하며 새로운 퇴적지가 생기고, 작은 물길이 새로운 지류로 탄생한다. 이전에 없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대개 수천 년, 또는 수만 년 이상의 지난한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그런데 최근 훨씬 짧은 기간인 수십 년, 심지어 수년 사이에도 강이 변하고 있다. 인류가 강을 무분별하게 활용한 결과다.


주변에 2000만 명의 인구를 품고 있는 한강도 예외가 아니다. 수천 개에 달하는 댐, 보, 교량, 하상유지공 등의 하천 횡단 구조물은 퇴적 지형을 뒤바꿔 놓고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 역시 한강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 인공물 │ 댐 건설이 강가에 풀과 나무를 늘리다

강을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인공물은 댐이다. 물을 가둬 댐 하류의 평균 유량을 줄이고, 그 결과 하류의 수위를 낮춘다. 땅이 드러난 곳이 생긴다. 여기에 씨앗이 뿌리를 내리면 풀과 나무 등의 식생이 생겨난다. 댐이 지어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육상화 현상이다. 2008년 전국 21개 댐의 하류 하천을 항공사진으로 분석한 결과 댐 건설로 모래섬(사주) 면적은 17%p 감소하고 식생면적은 두 배 이상 증가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 강에서는 댐이 없는 곳에서도 육상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친수가치 제고를 위한 홍수터 관리 기술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국가하천의 약 34%가 식생에 의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식생이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한강도 예외가 아니다. 한강의 지류인 강원도 섬강과 경기도 청미천의 2016년 초본 식생 면적은 각각 54.7%와 77.5%에 달했다. 2010년에 비해 각각 1.7배, 2배 증가한 수치다.

 

 

○ 기후변화 │ 극심한 봄 가뭄 찾아올지도

장기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는 한강 유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2013년 이동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기상학적 조건이 변했을 때 한강 지역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아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강유역 17개 중권역을 대상으로 미국 농무성 농업연구소가 개발한 유역모델인 SWAT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공하는 온실가스 시나리오(RCP)를 적용해 유량 변화를 예측했다. 이때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시나리오(RCP 8.5)와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시나리오(RCP 4.5)를 적용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RCP 4.5와 RCP 8.5 모두 평균온도가 상승하면서 2021~2040년에 비해 2081~2100년 증발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하는 비율은 RCP 8.5가 RCP 4.5에 비해 평균 약 3~5% 높았다. 특히 겨울과 여름 증발산량이 늘었다.


비나 눈으로 내린 물이 유역을 통과해 흘러갔을 때 그 양을 의미하는 ‘유출량’은 기후변화가 심한 경우(RCP 8.5)가 그렇지 않은 경우(RCP 4.5)에 비해 평균 10% 이상 감소했다. 유출량이 감소하면 하천 수질이 악화되고, 빗물과 함께 오염물이 유출돼 나오는 경우도 증가해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겨울에 눈 녹은 물도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됐다. 남한강 상류나 달천 유역은 원래 유출량의 상당량이 눈이 녹은 물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눈의 영향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시나리오 대로라면 겨울철 눈 녹은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한강 유역은 봄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올 수도 있다. 

 

 

○ 강우량 │ 강줄기까지 바꾼 식생 잠식
2010년(왼쪽)과 2016년 섬강을 비교하면 식생(녹색) 면적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어스 제공
2010년(왼쪽)과 2016년 섬강을 비교하면 식생(녹색) 면적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어스 제공

인공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변화도 강의 식생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보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1984~2011년 측정한 월 강우량 데이터와 2012~2018년 측정한 월 강우량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여름(5~9월)의 강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월 강우량은 이전 기간 대비 25%, 6월은 49%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강우량의 감소는 하천 주변 식생을 변화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버드나무 등 국내 하천 주변에 서식하는 식생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발아한다. 이들 식생은 하천 주변 공간 중 강물보다 어느 정도 높은 지역에서만 발아할 수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하천 주변에서 이들 식생의 발아가 가능한 지역을 찾은 뒤 이 지역이 물에 잠긴 기간을 확인했다. 그 결과 섬강 문막교 지점은 2012년 이후 봄에서 늦여름 사이(4월~9월) 한 번도 물에 잠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 전체가 잠기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은 씨앗과  1~2년 이내 발아한 초본이 물에 떠내려가는 일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는 씨앗의 발아를 늘리고 초본류의 성장을 촉진했다.


하천의 식생 증가는 다시 하천의 변화를 이끈다. 식생 분포가 늘면 상대적으로 강폭이 줄게 된다. 이는 홍수 위험을 높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섬진강에서 큰 홍수가 발생한 지역이 포함된 고달교~구례교 구간의 56%가 식생으로 덮여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천의 육상화로 인한 문제점은 또 있다. 하천의 폭이 좁아지면 유속이 빨라지고 서서히 강 바닥이 패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강이 깊어지는 만큼 지하수위가 낮아져 저수지나 정수장에 유입되는 원수가 부족해지고 그 결과 농경지 용수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하수│인간의 흔적이 더해지다

 

한강 수계에는 하수처리장 800여 곳에서 내뿜는 방류수가 매순간 모여든다. 2000만 명의 인구가 방류한 생활하수는 여러 과정을 거쳐 하천에 방류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해지지만, 이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못한 ‘인간의 흔적’이 한강 물에는 여전히 일부 남아 있다. 의약품 성분이 대표적이다.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한강 탄천과 중랑천 등 한강 지류에서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PDE)-5 억제제’를 검출했다고 5월 밝혔다. PDE-5 억제제는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성분이다.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2018년 4월 일주일 간 수집한 하천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강물 1L에 PDE-5 억제제가 탄천에서는 88ng(나노그램·1ng은 10억 분의 1g), 중랑천에서는 62ng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하수처리장을 지나기 전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의약품 성분이 현재의 하수처리기술로는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 교수가 2019년 서울 성동구와 강남구 하수처리장의 유입수와 유출수를 채취해 52종의 의약품 농도를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 결과 해열제, 항생제, 카페인, 항우울제 등 총 36종의 약품 성분이 하수처리장 유입수 및 유출수에서 검출됐다. 유출수에서는 강물 1L 당 의약품 성분이 최대 3 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 분의 1g)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하수처리 이전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이후 한강에서 타미플루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기 시작했다”며 “스위스의 하수처리장에서는 산화제를 넣어 일부 의약품을 걸러내고 있지만 타미플루처럼 새로운 의약품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문제다. 강으로 배출된 의약품들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널리 쓰이는 배터리 소재, 리튬도 최근 한강에서 발견됐다. doi: 10.1038/s41467-019-13376-y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은 한강 수계 22개 지점에서 리튬 농도를 조사해 북한강과 남한강에서는 국제 평균의 절반 이하이던 리튬 농도가 서울 구간에서는 6배까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리튬 동위원소를 분석해 리튬이 검출된 원인을 추적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리튬-7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리튬-6이 소량 존재한다. 하지만 배터리 등으로 활용할 때엔 리튬-6의 농도가 높아진다. 연구 결과 한강이 서울을 지날 때 리튬-7의 농도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류 교수는 폐배터리나 양극성 장애 치료제에 쓰인 리튬이 한강에 흘러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해수면 │바다가 강을 잠식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토지 손실을 막기 위해 미시시피 강 하구의 흐름을 바꾸는 인공수로를 건설해 퇴적을 유도하고 있다. 인공수로에서는 속도가 낮아져 퇴적이 잘 일어난다(위 왼쪽 표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토지 손실을 막기 위해 미시시피 강 하구의 흐름을 바꾸는 인공수로를 건설해 퇴적을 유도하고 있다. 인공수로에서는 속도가 낮아져 퇴적이 잘 일어난다(위 왼쪽 표시)

기후변화로 한강을 가장 극적으로 변화시킬 요인은 해수면 상승이다. 지난해 국립해양조사원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동안 한반도 해수면을 관측한 자료를 보면, 한반도의 평균 해수면은 매년 3.12mm씩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 해 전 발표한 평균 상승률(1989~2018년 기준) 2.97mm보다 높은 수치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한강은 하류 퇴적지부터 조금씩 바다에 침식되다가 잠기게 될 것이다. 김원석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미국 미시시피강 하구 퇴적 지형에 위치한 루이지애나주는 해수면 상승과 시추에 의한 침강 등으로 1년에 약 44km2씩 토지가 유실되고 있다”며 “강의 회복력이 충분히 높다면 강을 따라 내려오는 퇴적물이 유실된 부분을 메울 수 있겠지만, 미시시피강은 산업이 발전하며 댐이 여러 개 생겼고, 그 결과 퇴적물이 하류로 내려오지 못해 유실된 지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지만, 하천의 회복력에 따라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 양상과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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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7월호 [특집] 한강, 그 흐름의 기록

PART1 과거 │ 2만 년 전 한강은 황해의 초원을 달렸다

PART2 현재│ 산을 가르고 바다와 섞이고

PART3 미래 │인간의 영향으로 달리 흐르다

[인포그래픽 ] 남한 면적의 28%를 품고 흐르는 한강

Epilogue │섬강 민물고기의 혼인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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