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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항체치료제 전성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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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항체치료제 전성시대 열리나

2021.07.06 15:30
1_2014년 흑색종 치료제로 FDA가 승인한 키트루다는 그뒤 폐암 치료제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면역항암제 시대를 연 항체치료제다. 국내에서는 2017년 사용이 승인됐지만 아직 폐암 1차 치료에서는 건보 적용이 안 되고 있다. 머크 샤프 앤 돔 제공
2014년 흑색종 치료제로 FDA가 승인한 키트루다는 그뒤 폐암 치료제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면역항암제 시대를 연 항체치료제다. 국내에서는 2017년 사용이 승인됐지만 아직 폐암 1차 치료에서는 건보 적용이 안 되고 있다. 머크 샤프 앤 돔 제공

지난해 신문에 실린 한 기고문을 읽고 의료 현실의 비정함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이 쓴 글로, 폐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가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통신비 2만 원을 지원한다는 안을 내놓자 실효성 논란이 일던 상황에서 이 회장은 “허가가 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2차 치료 단계에서만 건보 적용이 가능하다”며 “통신지원비의 절반이면 1차 치료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작은 면역항암제가 있음에도 현재 4기 폐암 환자의 1차 치료는 기존 항암제만 써야 하고 이게 효과가 없다는 걸 입증한 뒤에야 2차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다.

 

안타깝게도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은 1차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거나 중도에 포기한다. 폐암 환자가 처음부터 면역항암제를 쓰면 건보 적용이 안 돼 치료비가 1년에 1억 원 가까이 든다. 이 회장은 다행히 허가 이전 임상시험에 참여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통신지원비는 없던 얘기가 됐지만 그렇다고 건보 적용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이 말하는 폐암 면역항암제는 ‘기적의 신약’으로 불리는 펨브로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이다. 

 

36년 만에 100개 승인
198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처음 항체치료제를 승인한 이래 10번째 신약이 나올 때가지 15년, 50번째 신약이 나올 때까지 29년이 걸렸다. 그뒤 불과 5년 4개월 만에 50개가 추가돼 지난 4월 100번째 항체치료제가 승인됐다. 네이처 리뷰스 약물 개발 제공 
198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처음 항체치료제를 승인한 이래 10번째 신약이 나올 때가지 15년, 50번째 신약이 나올 때까지 29년이 걸렸다. 그뒤 불과 5년 4개월 만에 50개가 추가돼 지난 4월 100번째 항체치료제가 승인됐다. 네이처 리뷰스 약물 개발 제공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키트루다는 지난 1분기 국내 의약품 매출 1위에 올랐다. 매출 3위는 간암과 대장암 표적항암제인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이고 매출 4위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아달리무맙(제품명 휴미라)다. 이들 제품은 모두 항체치료제에 속한다. 바야흐로 항체치료제가 의약품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약물 발견’ 7월호에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0번째 항체치료제를 승인한 걸 계기로 항체치료제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의약품 매출 상위 20개 가운데 9개가 항체치료제로 이들의 매출액을 합치면 무려 750억 달러(약 85조 원)에 이른다. 항체치료제 가운데 1위는 휴미라(국내 4위)로 매출액이 196억 달러에 이르고 키트루다가 111억 달러로 2위다. 

 

흔히 항체치료제라고 불리는 단일클론항체 약물은 1986년 처음 FDA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나왔다. 장기이식거부반응을 줄이는 면역억제제 뮤로모납-CD3(제품명 오르토클론 OKT3)로, 면역계의 T세포의 표면에 있는 CD3 단백질을 항원(표적)으로 하는 항체치료제다. T세포 표면에 오르토클론 OKT3가 달라붙어 작용을 방해해 거부반응을 약화시킨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94년에야 두 번째 항체치료제 압식시맙(제품명 레오프로)가 승인됐다. 혈소판 응집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항원으로 하는 항체로 관상동맥의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장질환 위험성을 낮추는 약물이다. 참고로 이 사이 항체치료제의 성분명 끝에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의 영문 약자인 ‘mab(맙)’을 붙이기로 합의하면서 이후 약물들은 ‘ㅇㅇㅇ맙’으로 불린다.

 

지난 2001년 10번째 항체치료제가 승인됐고 29년 만인 2015년 말 50개를 채웠다. 그리고 5년 4개월이 지난 올해 4월 100번째 면역치료제로 자궁내막암 항암제 도스탈리맙(제품명 젬펄리)가 승인됐다. 그 뒤 3개가 추가됐는데, 지난달 승인된 103번째 약물이 현재 약효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항원(표적)이다.

 

항암제가 가장 많아
FDA 승인을 받은 항체치료제 100종의 80%는 전형적인 형태(맨 왼쪽)이지만 독한 약물과 결합된 형태(antibody-drug conujugates)(표적 부위로 약물을 데려가는 역할을 한다)와 두 가지 항원을 인식하는 형태(bispecifics), 항원 인식 부위만 있어 덩치가 작아 침투력이 높은 형태(fragments)도 있다. 네이처 리뷰스 약물 개발 제공
FDA 승인을 받은 항체치료제 100종의 80%는 전형적인 형태(맨 왼쪽)이지만 독한 약물과 결합된 형태(antibody-drug conujugates)(표적 부위로 약물을 데려가는 역할을 한다)와 두 가지 항원을 인식하는 형태(bispecifics), 항원 인식 부위만 있어 덩치가 작아 침투력이 높은 형태(fragments)도 있다. 네이처 리뷰스 약물 개발 제공

항체치료제 100개의 면면을 보면 대단한 게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몇 가지는 의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97년 림프종 치료제로 FDA 승인이 난 리툭시맙(제품명 리툭산)과 1998년 유방암 치료제로 승인된 트라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은 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표적항암제 시대를 연 블록버스터 항체치료제다. 

 

리툭시맙은 암세포가 된 B세포 표면의 CD20 단백질을 항원(표적)으로 하고 트라스투주맙은 유방암 세포 표면에 많은 HER2 단백질을 항원으로 하는 항체로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면역세포를 불러들인다. 수많은 암환자의 목숨을 구한 리툭시맙과 트라스투주맙은 지금도 항체치료제 가운데 매출액 5위와 7위에 올라있다.

 

1998년 크론병 치료제로 승인된 인플릭시맙(제품명 레미케이드)과 2002년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로 승인이 난 아달리무맙(제품명 휴미라)은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를 대표한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계가 과잉 반응해 자기 조직을 공격한 결과로 이 과정에 TNF(종양괴사인자)라는 작은 단백질이 면역계의 세포 신호를 담당한다. 따라서 TNF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를 만들어 농도를 낮추면 증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두 약물은 예상대로 약효가 뛰어났고 스테로이드밖에 기댈 게 없던 환자들에게 기적의 신약으로 받아들여졌다. 인플릭시맙은 여전히 항체치료제 8위에 올라있다. 4년 뒤 출시된 아달리무맙은 파지디스플레이라는 신기술로 만든 항체로 약효가 더 뛰어나고 부작용은 더 줄었다. 이 방법을 개발한 업적으로 그레고리 윈터는 20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선진국에서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계속 느는 추세라 아달리무맙은 항체치료제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014년 피부암인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된 펨브로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과 니볼루맙(제품명 옵디보)은 둘 다 T세포 표면의 PD-1 단백질을 항원으로 하는 항체로,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PD-1 단백질을 표적으로 함에도 작용 메커니즘은 표적항암제와 전혀 다르다. 

 

암세포는 PD-1과 결합해 T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게 유도한다. 이때 항체가 먼저 PD-1에 달라붙으면 암세포가 교란작전을 펼 수 없어 T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인체의 면역계를 깨워 암을 치료하므로 면역항암제로 불린다. 항체치료제 매출액 순위에서 펨브로리주맙과 니볼루맙은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있다. 1990년대 T세포에서 PD-1을 발견한 혼조 타스쿠는 이 업적으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승인된 항체치료제 100종을 질환별로 보면 암이 41개로 가장 많고 자가면역질환인 피부병이 9개, 류머티즘이 6개다. 감염질환도 7개로 이 가운데 에이즈와 에볼라 치료제가 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돼 몇 개가 긴급사용이 허가됐지만 아직 정식으로 승인된 건 없다.

 

○ 비만도 항체 치료 가능할까
미국 웨일코넬의대 연구자들은 지방조직에 있는 대식세포(tissue-resident macrophage)가 PDGFcc를 내놓아 주변 지방세포(adipocyte)가 중성지방(lipid)을 흡수해 저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DGFcc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αPDGFcc)를 만들어 생쥐에 투여한 결과 PDGFcc를 없애 지방 저장이 억제되고 지방 연소가 촉진돼 몸무게가 주는 것으로 밝혀져 비만 치료제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이언스 제공
미국 웨일코넬의대 연구자들은 지방조직에 있는 대식세포(tissue-resident macrophage)가 PDGFcc를 내놓아 주변 지방세포(adipocyte)가 중성지방(lipid)을 흡수해 저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DGFcc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를 만들어 생쥐에 투여한 결과 PDGFcc를 없애 지방 저장이 억제되고 지방 연소가 촉진돼 몸무게가 주는 것으로 밝혀져 비만 치료제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이언스 제공

현재 진행 중인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은 860여 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만 승인이 나더라도 2030년 이내에 200번째 항체치료제가 등장할 것이다. 항체치료제의 적용 범위도 넓어져 심지어 비만 치료제 후보도 있다.

 

지난해 11월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는 비만 항체치료제 임상 1상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제넨테크의 연구자들은 몸의 대사 항상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FGF21의 기능을 모방하는 항체를 만들었다. 

 

FGF21은 지방세포와 췌장세포, 신경세포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인 FGFR1/KLB에 달라붙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신호를 내보내게 한다. 따라서 외부에서 FGF21을 투여해 비만을 치료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몸 안에서 금방 파괴돼 반복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자들은 FGFR1/KLB에 달라붙어 FGF21 기능을 모방하는 항체를 선별해 비만인 사람들에게 1회 주사했다. 항체는 한 달 동안 체내에 머무르며 표적에 결합해 신호를 보냈고 그 결과 3주 뒤 몸무게가 2% 정도 줄었다. 설문 조사 결과 항체를 투여받은 사람들은 식욕이 떨어졌는데 특히 단맛이 많이 나는 수화물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다. 부작용으로는 몇몇 사람들이 메스꺼움을 보고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월 2일자에는 지방조직에 상주하는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분자인 PDGFcc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가 비만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동물실험결과가 실렸다. 선천면역계의 구성원인 대식세포는 면역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미국 웨일코넬의대 연구자들은 지방조직에 있는 대식세포가 지방세포의 지방 저장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지방 먹이를 먹은 생쥐의 지방조직 대식세포는 PDGFcc를 내놓고 이를 인지한 주변 지방세포가 중성지방을 흡수해 저장한다. 

 

PDGFcc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를 만들어 투여하자 지방 축적이 줄었고 대신 지방을 태우는 열생성이 활성화됐다. 반면 식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한 달에 주사 한 방이면 살을 뺄 수 있는 항체 다이어트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지난 5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회의에서 1차 치료로 키트루다 급여를 인정할지 논의했지만(2017년 이후 여덟 번째다) 결과는 또 심의 보류였다. 제약회사가 가격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1차 치료부터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이 됐나 보다. 이러다가 특허가 풀려 복제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OECD 경제 규모 상위 1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1차 치료 적용이 안 된다. 항체치료제 시대의 혜택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2012년 9월부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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