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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 교통사고가 연구의 꿈 되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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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 교통사고가 연구의 꿈 되살렸죠"

2021.07.09 07:00
신간 '우주 쓰레기가 온다' 펴낸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이 6일 대전 유성구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지구를 덮은 우주 쓰레기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니터에 보이는 점이 지구를 뒤덮은 우주물체로 초록색이 모두 우주 쓰레기다. 대전=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이 6일 대전 유성구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지구를 덮은 우주 쓰레기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니터에 보이는 점이 지구를 뒤덮은 우주물체로 초록색이 모두 우주 쓰레기다. 대전=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2009년 2월 10일 미국의 통신위성 이리듐 33호와 러시아 군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가 시베리아 상공 790km에서 충돌했다. 인류가 1957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이후 첫 ‘우주 교통사고’였다. 이리듐 33호는 1997년 발사된 현역이었던 반면 코스모스 2251호는 1995년 임무를 마치고 우주궤도에 남아 떠돌던 퇴역 위성이다. 두 위성의 충돌로 코스모스 2251호에서는 파편 1700여개가, 이리듐 33호에선 파편 800여 개가 쏟아져 나오면서 2500여개가 넘는 우주쓰레기가 발생했다. 이들 파편은 충돌 궤도에서 벗어나 고도 500~1300km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달 6일 대전 유성구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만난 최은정 천문연 우주위험연구실장(사진)은 “이 교통사고가 한때 잊었던 꿈을 되살려 줬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1998년 연세대 석사 학위 논문 주제로 당시로써는 드문 분야였던 우주쓰레기를 택했다. 인공위성의 충돌위험과 파편의 위험성을 분석했는데 공교롭게도 분석 대상이 이리듐 통신위성이었다.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파편 확산 예측 결과는 그로부터 11년 후 실제 첫 우주교통 사고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대학원 졸업 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거쳐 쎄트렉아이에서 위성 개발 엔지니어로 일하던 최 실장은 개인 자격으로 2009년 국제우주대회(IAC)에 이 결과를 발표했다. 최 실장은 "당시 해외 연구자들이 국가에서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냐고 물었다"고 했다. 우주쓰레기가 이미 국가에서 관리해야 할 문제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해외 학자들은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최 실장은 이후 위성 개발을 관두고 천문연으로 자리를 옮겨 위성의 사후 문제인 우주쓰레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 실장에 따르면 우주는 우주쓰레기들이 가득하다. 지금도 매일 그 양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합동우주작전센터(JSpOC)에  따르면 현재 지구 주변 우주 궤도에는 우주물체 2만3000여 개가 떠다니고 있다. 그중 실제 운영되고 있는 현역 인공위성은 10%에 머문다. 수명을 다하거나 고장난 위성, 발사체 페어링(덮개), 로켓 상단은 비교적 크기가 큰 쓰레기에 속한다. 위성끼리 충돌해 발생한 작은 파편도 우주쓰레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위성이 우주 환경을 견디지 못해 폭발해 버려 나온 파편과 부속이 전체 우주쓰레기의 40%를 차지한다. 최 실장은 “이마저도 10cm 이상 물체 중 발견된 것에 한정된 숫자”라며 “더 작은 우주물체는 1억 개가 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천문연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나타낸 인공우주물체들. 하얀색은 인공위성, 파란색은 우주발사체의 잔해들, 붉은색은 인공우주물체의 잔해들, 파란색과 붉은색이 모두 우주쓰레기들이다. 천문연 제공
천문연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나타낸 인공우주물체들. 하얀색은 인공위성, 파란색은 우주발사체의 잔해들, 붉은색은 인공우주물체의 잔해들, 파란색과 붉은색이 모두 우주쓰레기들이다. 천문연 제공

우주개발에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되면서 우주는 더욱 혼잡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쏘아올리는 인공위성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구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신위성 1만1925대를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계획을 착착 실행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1957년부터 지금까지 발사된 인공위성의 숫자인 1만1000여대보다 많은 숫자다. 영국의 원웹, 미국의 아마존도 최소 수백대에서 많게는 수천대 위성을 쏘아올려 전세계 통신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우주 교통사고 빈도도 그만큼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스타링크와 원웹은 올해 3월 30일 위성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 ‘적색 경보’를 미국 우주군으로부터 받았다. 원웹의 위성이 1200km고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550km 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과 58m까지 다가간 것이다. 다행히 충돌을 피했지만 스타링크가 충돌방지 궤도 조정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며 한때 위기감은 커졌다. 우주물체가 충돌할 때 발생한 수많은 파편이 다른 우주물체에 연쇄적으로 부딪혀 파편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케슬러 신드롬'에 대한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최 실장은 "우주 쓰레기는 우주에서만의 문제를 벗어나 지구에도 적잖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쓰레기가 멀쩡한 위성과 충돌해 고장을 일으키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국가간 통신 등 필수적인 기능이 마비된다. 몸집이 큰 고장난 위성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경우 낙하물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한국은 2018년 4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남태평양으로 떨어질 당시 주요 추락 후보지로 꼽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 실장도 당시 낙하 위성 추적에 참여해 수일간 밤을 새며 추락 궤도를 살폈다. 최종 발표에서는 오차 범위 30분 내로 추락 시간을 예측하면서 2시간 이상 추락 범위를 설정한 미국과 유럽보다 더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실장은 "2016년 톈궁 1호가 기능을 멈췄다는 뉴스를 보고 추락에 대비한 연구를 시작했고 2017년 말 결과가 나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우주위험을 분석해 내보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한 점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모든 우주물체를 감시하고 추적할 능력을 갖춘 국가는 미국 밖에 없다. 한국은 '아울넷'이라는 자체 광학 관측 시설로 한반도 상공의 우주물체를 감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미국에서 궤도 정보를 받아야 추적이 가능하다.

 

최은정 실장은 이달 1일 자신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우주 쓰레기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생각을 담은 ′우주쓰레기가 온다′를 출간했다. 대전=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최은정 실장은 이달 1일 자신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우주 쓰레기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생각을 담은 '우주쓰레기가 온다'를 출간했다. 대전=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최 실장은 이달초 그동안 우주쓰레기 연구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담은 책 '우주 쓰레기가 온다'를 냈다. 책을 준비하는 5년 동안 우주 분야에 급격한 발전이 일어나면서 책의 내용도 몇 차례 바꿔야 했다. 최 실장은 책에서 평소 생각을 담아 우주라는 공간을 '교통'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우주는 드넓어 보이지만 위성이 갈 수 있는 궤도는 한정돼 있다.  지구 저궤도라고 불리는 고도 250~2000km에 대다수의 위성이 몰려 있다. 고도 3만 6000km의 정지궤도는 위성이 경도별로 0.1~0.2도씩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최 실장은 "경부고속도로나 비행 항로처럼 우주도 지구 바깥에 무언가를 보내기 위해 물체가 다니는 공간"이라며 "위성 발사가 늘어나면 우주에서의 교통사고도 더 자주 일어나고 한 번 일어난 사고는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고속도로에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못 들어가고 민항기와 전투기가 다니는 길이 다르듯 우주라는 공간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나라가 이미 우주 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서도 미래 우주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우주쓰레기 저감을 위해 각국이 노력하자는 합의문이 채택됐다. 하지만 여전히 명확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유엔 산하 외기권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OUS)에서 2007년 우주쓰레기 경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지만 구속력은 없다. 최 실장은 "대부분 국가에서 위성을 발사하면 등록하기만 할 뿐 사후 처리 문제를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직 세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우주쓰레기 관리 분야를 한국이 개척하는 것도 우주개발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4년 우주위험에 대응하도록 우주개발진흥법을 개정하고 이듬해 1월 천문연을 우주환경감시기관으로 지정해 감시와 통보를 맡겼다. 일본이 2015년에야 우주감시를 법제화했다는 점을 보면 세계에서도 빠른 축에 속한다. 최 실장은 “한국은 우주개발에서 다른 선진국을 따라다녀 왔다”며 “우주감시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우주물체 관리와 처리 방안, 절차 등을 먼저 제시하기만 하면 선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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