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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1)발사체·위성 종합솔루션 기업 꿈꾸는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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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1)발사체·위성 종합솔루션 기업 꿈꾸는 KAI

2021.08.04 06:00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가 누리호 비행모델의 조립을 진행중이다. KAI 제공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가 누리호 비행모델의 조립을 진행중이다. KAI 제공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첫 비행모델(FM)은 90% 이상 조립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발사대에 설치한 인증모델(QM) 시험이 정상적으로 끝나면 9월까지 전체 총조립을 마무리하고 10월에 예정대로 발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누리호의 조립을 총괄하는 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발사체생산팀 수석연구원은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0년 개발에 착수한 누리호가 올 10월 사업이 착수된지 11년만에 우주를 향한 장도에 오를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마지막 조립을 앞구고 누리호 총조립을 맡고 있는 현장의 KAI의 엔지니어들도 분주해졌다. KAI는 나로우주센터에 엔지니어 20명을 파견해 상주시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과 보조를 맞춰 누리호의 조립을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 땅끝에 해당하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생활한지 벌써 1년이 넘고 있다. 

 

KAI는 첫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와 연습기 겸 공격기인 TA-50, 수리온 등 다양한 항공기 제작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올초 발사된 차세대중형위성을 제작하면서 우주 분야에도 손을 대기 시작 했다. 하지만 우주발사체를 직접 조립해본 건 누리호가 처음이다. 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조립설계부터 공정 설계, 조립용 치공구 제작, 총조립을 맡고 있다. 처음 만들어본 우주발사체지만 누리호의 핵심 기술인 75t 액체엔진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제작한 시험발사체를 제작하고 비행모델과 인증모델을 조립하면서 빠르게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전화통화에서 "누리호의 발사를 통해 검증을 받겠지만 KAI의 우주발사체 총조립 기술력은 해외 우주기업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 누리호 인증모델을 발사대에 일으켜 세운 뒤 나로우주센터의 조립동은 전화 통화 외에 외부와 접촉이 사실상 금지됐다. 누리호 발사체의 테스트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최종 조립과 발사가 가까와지면서 조립 책임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작업에 임하고 있다. 

 

자료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t인 3단형 우주 발사체로 무게 1.5t의 인공위성을 고도 600∼800㎞인 지구 저궤도(LEO)로 실어나게 설계했다. 1단 로켓은 75t급 액체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추력을 내고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개, 3단은 7t급 액체엔진을 장착한다. 누리호 개발에는 2010년부터 모두 1조 9572억원이 들어갔다. 

 

KAI가 맡은 발사체 총조립은 단순히 모든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3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설계도를 보고 제작했지만 제각각 생산된 부품들이 조립 후 오차 없이 작동하도록 짜맞추는 일은 전적으로 KAI의 몫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누리호 엔진에 들어가는 수많은 배관은 굴곡진 배관이 많다보니 조립하기 쉽지 않다"며 “20년 이상 항공기 체계 개발에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공정을 고안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개발 선진국은 로켓 기술이 민감한 기술인 만큼 엔진은 물론 조립 기술도 이전하기를 꺼리고 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역시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지만 핵심인 1단 로켓 부분은 러시아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사용했다. 작업자들이 실수 없이 발사체를 조립할 수 있도록 누리호의 둥근 동체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조립할 수 있는 대형 링 형태의 작업대도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KAI는 누리호 발사체 조립 외에도 1단 추진제 탱크 제작도 맡았다. 지름 3.5m, 길이 10m에 이르는 산화제 탱크와 길이 6.6m의 연료 탱크는 누리호 개발 초기 제작 과정에서 결함을 좀처럼 해결하지 못해 개발회사가 교체되는 등 관계자들의 애를 많이 먹인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지난달 8일 경남 사천 KAI 종포공장에서는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한 탱크 2기가 도장 작업을 앞두고 거대한 몸을 뽐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공장에서 만난 김정현 KAI 발사체생산팀 차장은 “누리호의 세 번째 FM(비행모델)에 들어갈 탱크도 완성했다"며 누리호가 최소 세 기 이상 제작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공장 한쪽에는 이미 흰색으로 페인트칠이 끝난 두번째 비행 모델의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현재 납품이 결정됐지만 나로우주센터 공간이 협소해 출하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상태였다. 

 

사천=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경남 사천 KAI 종포공장에 놓인 누리호 FM3용 산화제탱크(오른쪽)와 연료탱크가 제작을 마친 채 도장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사천=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누리호에 들어가는 이들 탱크는 첨단 제조기술이 사용된다. 누리호는 극저온의 액체 헬륨 산화제와 케로신(등유)을 섞어 연료로 사용하는데 이런 이유로 탱크가 가볍고 초당 1t이 빠져나가는 압력 환경에 잘 견뎌야 한다. 

 

탱크 윗부분은 돔 형태를 띠는데 전체 탱크 제작 과정에서 이 부분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두께 15mm의 알루미늄 합금판 한층을 돔 모양의 틀에 놓고 대형 롤러로 밀어 두께 2mm로 얇게 만드는 ‘스피닝’ 과정을 거친다. 내부에 엄청난 힘을 가하다 보니 뒤틀림이 발생해 정확도를 높이는 게 난제다. 이 작업에는 지름 3.5m의 돔 형태 틀이 사용되는데 틀과 알루미늄 합금판 사이에 오차는 4mm 이내 불과하다.  KAI 연구자들은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열처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김 차장은 “탱크의 개발모델(DM)을 만드는데 1년 6개월이 걸렸는데 이 중 돔 형태를 만드는 데만 1년을 썼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탱크는 이렇게 만든 돔 형태의 합금판과 여러 개의 원통형 합금판을 이어붙여 만든다. 길이가 긴 산화제 탱크는 원통 5개, 연료탱크는 원통 3개가 각각 사용된다. 각각을 이어 붙이는데 한 번이라도 불량이 나오면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 한다. 탱크 내부에도 복잡한 장비가 들어간다. 연료의 출렁임을 방지하는 판인 '배플'과 연료가 빠져나가며 발생할지 모를 소용돌이(와류)를 방지하는 별 형태의 방지장치를 탱크 안쪽에 이어붙인다. 김 차장은 "내부에 먼지 하나라도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조립은 청정동에서 진행된다"며 "작업자들이 땀이 많이 나는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 쪼그려 앉아 볼트로 일일이 조립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누리호 개발에 착수했을 때만해도 총조립 기업이 공장을 세워 발사체를 단별로 나눠 조립한 뒤 발사전 나로우주센터로 옮겨 최종 조립하는 방안이 고려됐다. 이에 대한 비용 산정까지 마쳤지만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현재는 추진제 탱크 공장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원철 수석연구원은 "탱크를 제작하는 공장은 원래 단 조립 공장으로 조성하려던 공간"이라며 "향후 누리호가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다면 공장 주변의 빈 공간을 조립동으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천=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김정현 KAI 발사체생산팀 차장이 누리호 비행모델에 들어갈 추진체 탱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천=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KAI는 나로호 총조립을 맡았던 대한항공이 2014년 우주 사업을 포기하면서 발사체 총조립이라는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로 항공 분야 수요가 감소하고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KAI가 2월 공시한 지난해 매출은 2조 8321억 원, 영업이익은 1420억 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48.5% 줄었다. KAI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등 우주분야가 포함된 민수가 매출의 34%, 완제기 수출이 10%, 군수가 63%를 차지한다.

 

KAI는 이번 누리호 총조립 사업을 계기로 우주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직까지 우주 분야 매출은 2019년에 1244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5%가 되지 않지만 누리호 이후 발사체 양산 사업이 추진되면 향후 시장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KAI는 최근 세계 각국에서 민간기업이 다양한 영역의 우주개발에 진출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올해 2월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우주 분야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우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항공우주 분야의 크고 작은 벤처와 스타트업에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안현호 KAI 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군수와 민수사업에서 매출 7조원을, 무인항공기와 위성, 우주발사체 등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하며 매출 규모를 2030년 10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도 참석해 "2030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AI는 항공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주 분야에서도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KAI의 우주분야 매출은 위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KAI에 따르면 지난해 우주 분야 매출 구성은 위성이 83.8%, 발사체 9.7%, 달 궤도선이 6.4%를 차지한다. 

 

지난 1994년 다목적실용위성 1호 개발을 시작으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시리즈와 복합정지궤도위성 천리안 위성 시리즈, 한국의 위성 양산사업인 ‘차세대중형위성’ 사업에 참여하며 인공위성 분야에선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KAI는 1994년부터 시작한 위성 분야 사업에서 쌓은 우주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발사체와 탐사선 등 우주산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KAI 개발진이 차세대중형위성을 개발하는 모습. KAI 제공
KAI는 1994년부터 시작한 위성 분야 사업에서 쌓은 우주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발사체와 탐사선 등 우주산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KAI 개발진이 차세대중형위성을 개발하는 모습. KAI 제공

KAI는 무엇보다 지난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누리호 후속사업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누리호 후속사업은 4기의 누리호를 추가로 발사해 양산 체계에 돌입하고 누리호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사업이다. KAI는 누리호 총조립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차기 사업인 양산에도 참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창한 KAI 우주사업팀장은 “KAI는 누리호를 실제 조립하고 일했기 때문에 설계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양산을 구축하는 데 앞서나갈 수 있다”며 ”전체 구성품을 발주 내고 조립해 발사준비 서비스까지 하는 부분도 당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향후 누리호를 통해 발사하기로 결정되면서 한국이 만든 발사체에 한국이 만든 위성을 실어 국내에서 쏘아 올리는 첫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AI가 누리호 양산 모델 사업에 선정되면 발사체와 위성을 모두 제공하는 사례가 될 것이란 평가다. KAI는 이밖에도 2022년 발사될 예정인 한국의 달 궤도선 핵심 구성품 국산화에도 참여하고 있어 우주탐사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발사체를 서비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팀장은 “발사체 개발 자체는 항공기 개발과 비슷하다”며 “시장이나 고객의 요구를 정의하고 거기에 따라 제품 질을 향상시키고 문제가 없도록 하는 체계종합 기업의 역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경쟁력 확보는 숙제로 남아있다.  누리호를 세 차례 발사하기 위한 개발에 든 비용만 2조 원에 육박한다. 중형급 발사체인 누리호가 1회 발사비용을 다른 상용업체와 비슷하게 줄이지 못한다면 상업 발사 시장에서 경쟁력이 사실상 없다. KAI도 발사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수익성을 높이려면 해외 협력이 필요하다"며 "미국도 과거 러시아에서 싸고 성능 좋은 엔진을 들여와 서비스 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는 러시아 RD-180 엔진을 지난해까지 활용한 바 있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의 KAI가 제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서비스솔루션 방면으로 가야 하드웨어의 매출 또한 신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국내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항공기 분야에 많은 협력을 가지고 있는 해외 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KAI, 우주기술진흥협회
자료제공 KAI, 우주기술진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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