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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과학]약물은 옛말…걸리지 않는 도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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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과학]약물은 옛말…걸리지 않는 도핑이 온다

2021.07.30 07:00
적혈구 수혈·유전자 편집·두뇌 도핑…교묘해진 도핑에 더 집요해지는 검사기술
도쿄 올림픽 도핑센터에서는 운동선수의 시료를 받아 도핑검사를 매일 실시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공
도쿄 올림픽 도핑센터에서는 운동선수의 시료를 받아 도핑검사를 매일 실시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공

이달 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에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약자를 국호대신 대신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일부 종목 선수들의 도핑 스캔들에 국가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징계를 받고 있어서다. 

 

도핑은 의도적으로 선수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감부터 컨디션 조절까지 선수들은 나름의 사용 목적을 둘러댄다. 하지만 한 대회를 위해 수년간 구슬땀을 흘리며 실력을 갈고 닦아온 선수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스포츠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번 올림픽 대회에도 도핑은 스포츠 과학자들 사이에 큰 이슈다. 이미 도쿄에 차려진 도핑센터에는 전세계 도핑 전문가들이 모여 하루 3교대씩 돌아가며 실험실에 붙어있다. 내달 8일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기간 내 모두 약 6000개의 시료를 선수로부터 체취해 도핑 스캔들을 막아야 한다. 

 

올림픽 대회에서 도핑이 처음 이슈로 떠오른 건 1960년 로마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회 첫 날 덴마크의 사이클 선수 크루느 에네마르크 옌센이 경기 중 숨지면서다. 부검 결과 흥분제 일종인 암페타민 과다 복용이 밝혀졌다. 약물 사용에 따른 폐해가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에 도핑 검사를 처음 도입했다. 

 

가장 흔한 금지약물 복용여부는 소변검사로 확인한다. 선수의 소변에는 약품 가운데 분자량이 작은 화학물질들이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녹아 있다. 소변에 유기용매를 섞은 뒤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소변과 유기용매가 두 층으로 분리된다. 이를 영하 30도의 냉각 장치에 넣으면 소변만 언다. 유기용매만 떼어내 휘발시키고 용매에 녹아 있던 금지약물 성분을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C-MS)’ 등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금지 약물은 20년 새 급격히 늘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들이 먹거나 맞아서는 안되는 금지 약물은 1999년 40여종에서 이달 29일 800종으로 늘었다. 이는 3년전인 2018년 열린 평창올림픽 때보다 300종이나 늘어난 수치다. 약물의 종류가 늘면서 빠른 분석속도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는 시료의 분석 속도가 초당 이온 600개 정도로 한 번에 150~200종의 약물을 찾아낸다. 


최근에는 미량의 약물로도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전에 사용되던 양의 5분의 1로도 약물을 검출하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C-MS) 기기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기존 질량분석기보다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이전에는 검출하기 어려운 약물 350~400종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분자의 질량을 소수 넷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정밀도를 보이고 있다. 

 

도핑 기술은 지금도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다. 도핑 검사에서 걸리지 않는 운동 능력을 올리는 유전자나 혈액을 몸에 주입하거나 뇌의 특정 부분에 전기를 가하는 뇌 도핑이 등장하는 등 점차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핑 약물이 마약이나 흥분제처럼 분자량이 작은 합성화합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 몸의 단백질 구조와 비슷한 고분자 화합물이 점점 늘고 있다. 인간의 성장호르몬과 동일한 형태를 가진 성장호르몬제가 대표적이다. 소변에서는 고분자 화합물의 농도가 낮아 검출이 잘 안 되므로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특정 단백질(항원)이 몸속에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단백질(항체)이 달라붙는데, 도핑에 이용되는 다양한 단백질(항원)의 항체가 혈액과 반응할 경우 도핑 양성 반응으로 판별한다. 이 방식은 적혈구만 골라 수혈 받아 산소운반능력의 극대화를 꾀해 지구력을 높이는 수혈 도핑도 잡아낸다. 

 

신체 역량과 관련된 DNA를 유전자 사이에끼워 넣는, 일명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론적으로 유전자 도핑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령 지구력과 순발력에 관여하는 '앤지오텐신 변환 효소(ACE)’ 유전자를 선수 유전자에 집어넣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ACE 유전자 가운데 지구력을 관할하는 II나 ID형 유전자형을 장거리 육상선수에, 순발력에 관여하는 DD형 유전자는 단거리 육상선수들의 유전자에 편집해 넣는 방식이다.  아직까지 유전자 도핑이 적발된 사례는 없지만 WADA는 이미 유전자 도핑을 금지목록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과학자들은 신체 부위의 세포를 조사해 유전자 도핑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선수의 뇌를 자극해 운동 능력을 잠시 끌어올리는 '브레인 도핑' 가능성이 언급된다. 실제 미국에서 스키점프 선수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균형 감각이 80% 상승했고, 사이클 선수의 경우 좀더 빨리 페달을 밟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브레인 도핑을 걸러낼 뚜렷한 검사법은 없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올릭픽에 전문가로 파견된 손정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장은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핑과의 쫓고 쫓기는 게임에서 검출법은 항상 뒤를 쫓아갈 수 밖에 없다"며 "도핑기술을 추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의 신체 상태와 변화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잡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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