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이덕환의 과학세상] 서해안 조력발전에 대한 환상

통합검색

[이덕환의 과학세상] 서해안 조력발전에 대한 환상

2021.09.29 11:00
화성호는 우정읍 매향리와 서신면 궁평리 사이를 연결하는 화성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들어선 거대 인공호수이다. 구글어스 제공
화성호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와 서신면 궁평리 사이를 연결하는 화성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들어선 거대 인공호수이다. 구글어스 제공

탄소중립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경기도 화성호와 충남 부남호의 조력발전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서해안의 기록적인 조수간만의 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이다. 그런데 서해안의 완만한 대륙붕 지형이 조력발전에 불리하다는 확인된 사실은 외면해버렸다. 실제로 중부발전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절망적이다. 20년 동안 kWh(킬로와트시)당 전력 구입 단가를 태양광의 129원보다 훨씬 높은 14만3826원으로 고정해주더라도 고질적인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방조제에 조력발전 설비를 갖추는데도 6867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허울뿐인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

 

서해안은 지형적으로 매우 독특한 곳이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대단히 크고, 경사가 완만한 대륙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해안에 드넓은 갯벌이 발달한 것도 그런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신안·보성-순천·고창·서천 등 4개의 갯벌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조력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 화성호와 부남호의 조수간만의 차는 7.8미터에 이른다. 남해안의 2미터, 동해안의 0.3미터와는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고 서해안이 조력발전의 최적지라고 하기는 어렵다. 2011년에 완공된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한 해 동안 생산하는 전력이 500GWh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254MW의 조력발전 설비가 고작 60MW의 발전소 수준의 전력을 생산한다. 조력 발전설비의 실질 가동률이 23.6%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연간 552GWh의 전력 생산을 기대했던 수자원공사가 2014년 시공사를 상대로 59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하고 말았다. 결국 1966년부터 세계 유일의 조력발전소였던 프랑스 랑스(Rance)발전소의 설비용량(240MW)을 고작 6% 넘어설 뿐인 시화호조력발전소가 ‘세계 최대’라는 자랑은 부끄러운 것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에 위치한 시화호조력발전소 홍보이미지.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에 위치한 시화호조력발전소 홍보이미지

시화호조력발전소는 궁여지책으로 건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1994년 경기도 안산과 대부도를 방조제로 연결해서 만들어진 시화호는 56.5제곱킬로미터(㎢)의 거대한 담수호였다. 그러나 정부가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 관리에 실패하면서 ‘죽음의 호수’로 악명을 날리게 되었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7.4ppm까지 치솟았다. 결국 2000년부터는 수문을 개방해서 해수를 유입시키기 시작했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시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한 해수 유입로에 건설한 세계 최대의 발전소다.

 

시화호조력발전소의 실질 가동률이 실망스러운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었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밀물 때에만 발전기를 가동하는 ‘단류-창조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서해안의 완만한 경사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썰물 때에는 발전기를 가동할 정도의 수위차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밀물은 물론이고 썰물이 빠져나갈 때도 발전이 가능한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의 ‘복류식’보다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생적인 한계를 무시했다는 뜻이다. 시화호조력발전소가 자랑하는 ‘창조식’ 발전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조력발전에 눈독을 들였던 것은 처음이 아니다.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도 조력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었다. 충남 가로림만·아산만과 경기도의 인천만·강화에 초대형 조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했었다. 가로림만은 시화호의 2배 규모였고, 강화도·장봉도·용유도를 잇는 방조제를 활용하는 인천만에는 시화호의 5.2배나 되는 1.32기가와트(GW)의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건설비도 시화호의 10배를 훌쩍 넘어서는 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녹색성장을 위한 조력발전은 경제성을 보장할 수 없었고, 주민들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화성호와 부남호의 조력발전소도 경제성이나 환경성을 기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화호의 남쪽에 2002년 조성한 화성호는 17㎢의 담수호이고, 서산과 태안 사이의 부남호는 1995년에 조성된 35㎢의 담수호이다. 시화호보다 훨씬 작은 담수호에 조력발전으로 위해 해수호로 전환시키는 일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특히 부남호는 민가와 격리된 철새 도래지로 자연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재생 에너지의 환경성?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재생 에너지가 언제나 친환경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2017년 11월 포항시를 초토화시킨 규모 5.4의 지진은 친환경·재생 에너지라고 믿었던 지열 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인공적인 재앙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열발전소의 ‘주입정’으로 주입시킨 물이 수증기로 변한 후에 고스란히 ‘생산정’으로 올라오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상당한 양의 뜨거운 물이 지하의 토양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있던 땅속의 지질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공적인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지진도 적지 않았다. 스위스·독일·호주·프랑스·미국이 모두 그런 경험을 했었다.

 

특히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조력발전소의 환경성에는 더욱 심각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본격적인 조력발전소는 프랑스의 랑스와 우리나라 시화호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절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러시아·캐나다·영국 등의 많은 국가들이 모두 경제성·환경성 때문에 조력발전을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시화호의 조력발전에도 심각한 환경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조력발전소 근처의 유속이 10배 이상 증가하고, 퇴적물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내수면의 부실한 수질 관리의 피해가 연안으로 확산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2009년부터 시작했던 울돌목의 조류발전소의 경제성·환경성도 만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전기를 펑펑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환상은 확실하게 버려야만 한다.

 

화성호를 찾은 철새들. 화성시청 제공
화성호를 찾은 철새들. 화성시청 제공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6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