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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정부가 쏟아내는 전문용어…10명중 6명 들어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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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정부가 쏟아내는 전문용어…10명중 6명 들어본 적도 없다

2021.10.08 07:36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낯선 단어들이 갑자기 당연한 상식처럼 사용되고 있다. 잠시라도 발표를 놓치면 단어의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동아사이언스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9일 한글날을 맞아 ‘쉬운 의과학용어 쓰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시한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에 쓰이는 의과학 용어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이렇게 답했다. 감염병 위기에서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고 감염을 예방하려면 새로운 용어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조사는 8월 5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남성과 여성 각각 500명, 또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로 250명씩 설문에 응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방역당국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2월 5일 진행한 시민참여형 브리핑과 6월 17일 상반기 백신 접종 계획 브리핑, 7월 5일 안전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에서 쓰인 용어 중 사용 빈도가 높은 상위 10개 용어에 대해 인지도와 이해도를 물었다. 백신을 맞은 후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백신을 저온에서 유통하는 체계인 ‘콜드체인’,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항체인 중화항체를 만드는 능력인 ‘중화능’, 환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값인 ‘감염재생산지수’ 등이다.

 

이 10개 용어 각각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평균 41.8%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용어 자체를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용어를 접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평균 21.3%는 용어의 의미를 모른다고 했다. 용어를 이해한다고 한 응답자 중 평균 19.3%는 용어가 어렵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숙지한 사람은 소수에 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중요한 방역 정책과 개인의 안전을 결정하는 민감한 시기에 새로운 개념의 과학적 지식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용어 선택과 순화에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한글학회장)는 “정부 당국에서 담당 관리가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유전체는 이해가 상대적으로 쉬운 우리말 용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8월 개정된 생명공학육성법에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정보를 뜻하는 용어를 ‘유전체’로 통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만 해도 유전체라는 말 외에도 외국어에서 온 ‘게놈’ ‘지놈’ 등이 같이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 용어 전환을 주도한 강창원 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쓰는 공문서가 전부 유전체라고 표기하기 시작하며 용어가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이광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권위 있는 학회나 조직의 해석, 정부의 규정 등이 있어야 좀 더 이해가 쉬운 용어들을 선택하거나 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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