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9) 한국에도 우주발사체 심장 로켓엔진 찍어내는 공장이 있다

통합검색

[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9) 한국에도 우주발사체 심장 로켓엔진 찍어내는 공장이 있다

2021.10.13 13:0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8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로켓엔진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누리호 세 번째 비행모델(FM-3)에 들어갈 1단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8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로켓엔진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누리호 세 번째 비행모델(FM-3)에 들어갈 1단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8일 경남 창원 성산구 성주동에 자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2층 작업대 사이로 로켓엔진 3기가 3m가 넘는 은빛 몸체를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21일 오후 4시 우주로 향할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에 들어간 75t 액체엔진과 같은 모델이다. 공구를 든 작업자들은 작업대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부품을 하나씩 세심하게 확인하며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옆에는 1m 가량의 엔진 하단부 노즐(분사구)을 붙여 한결 육중해진 엔진 두 기가 작업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편 작업대에는 누리호 3단에 들어갈 높이 1.9m의 7t급 액체 엔진 2기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리호의 심장을 만드는 이곳은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체 로켓 엔진 공장이다.  그간 개발한 로켓 엔진의 최종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누리호 최종 발사가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장에도 긴장감이 전해졌다. 누리호 엔진 조립을 담당하는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기관생산기술팀 기술2파트 차장은 “현재 조립 중인 엔진들은 누리호 세 번째 비행모델(FM-3)에 쓰일 엔진들”이라며 “21일 발사될 누리호 첫 모델에 들어간 엔진과 내년 2월 두 번째 발사될 모델에 들어갈 엔진은 모두 납품이 끝났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액체엔진 개발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주발사체다. 지난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핵심인 액체엔진을 러시아에서 들여와 사용했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t인 3단형 발사체로, 무게 1.5t의 인공위성을 고도 600∼800㎞의 지구저궤도(LEO)로 실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작됐다. 이 중 1단에 들어가는 75t 액체엔진은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도록 추진력을 내는 핵심 장치다. 3단에 이르는 누리호의 1단에는 75t 엔진 4기가 들어가고 2단에는 75t 엔진 1기, 3단에는 7t 엔진이 장착된다.

 

이날 작업대에 대기 중인 엔진에는 ‘75t급 1단 엔진 28G’, ‘75t급 2단 엔진 38A’라는 엔진명이 엔진별로 적혀 있었다. 공장을 안내하던 김 차장은 “마지막 부분의 숫자는 이 공장에서 엔진을 만든 횟수, G와 A는 각각 그라운드(지상)와 앨티튜드(고공)이라는 작동 환경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38A는 이 공장에서 38번째로 제작됐으며 고공에서 작동하는 75t 엔진이라는 뜻인 셈이다.

 

2단에 들어가는 75t 액체엔진을 조립하는 작업대는 공장 내에서도 가장 키가 크다. 작업대에 올라서자 1단 엔진을 조립하는 작업자들을 비롯해 공장 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1단과 같은 75t 액체엔진이지만 2단에 들어가는 엔진은 1m 이상 높다. 1단은 지상에서 불을 뿜지만 2단은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 불을 내뿜도록 설계된 결과 나타난 차이다. 김 차장은 “2단 엔진은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연소하기 때문에 화염이 옆으로 퍼져나간다”며 “1단에 들어가는 액체엔진보다 노즐을 길게 설계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기관생산부 생산기술팀 차장이 누리호 75t 1단 엔진 앞에 서 있다. 75t 1단 엔진은 높이가 3m, 지름이 1.9m에 달한다. 다른 엔진과 달리 따로 보관된 이 엔진은 13G 엔진으로 75t 엔진의 장기 보관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4년간 보관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기관생산기술팀 기술2파트 차장이 누리호 75t 1단 엔진 옆에 서 있다. 75t 1단 엔진은 높이가 3m, 지름이 1.9m에 달한다. 다른 엔진과 달리 따로 보관된 이 엔진은 13G 엔진으로 75t 엔진의 장기 보관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4년간 보관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국산 우주발사체용 액체엔진 개발에 착수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일찌감치 파트너로 지목됐다. 일찍부터 항공기용 엔진 개발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선 유일하게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을 생산할 능력을 보유했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선행사업으로 진행하던 30t급 액체엔진용 터보펌프 개발에 참여했다. 터보펌프는 액체연소 엔진에서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연소기에 공급하는 장치다.

 

여기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나로호 후속사업인 누리호 사업에서도 엔진 총조립과 터보펌프, 각종 밸브와 부속품 생산을 맡았다. 발사체의 방향을 틀고 제어하는 추력벡터제어시스템(TVC)도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이다. 지난 2018년 75t 액체엔진 시험발사체가 발사에 성공해 한국이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엔진 보유국으로 떠오르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75t 엔진 제작 능력도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이달 21일 발사될 누리호에 들어갈 엔진 6기는 지난해 5월 납품을 마쳤다. 내년 2월 발사가 예정된 두 번째 모델에 들어갈 엔진도 올 2분기 남품을 끝냈다. 이날 공장에서 본 세 번째 발사체용 엔진도 조립을 끝내고 이미 테스트까지 마친 엔진들이다. 공장에서 조립을 마친 액체엔진은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의 시험설비로 옮겨져 실제 성능 시험에 들어간다. 연소 시험을 진행한 뒤 일주일간 유분과 그을음을 씻어내고 다시 창원 공장으로 옮겨 연소시험에서 발생한 문제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날 작업자들은 앞서 이뤄진 연소시험에서 이상이 발생한 곳은 없는 확인한 뒤 다시 조립한 엔진에 대한 정비 작업을 진행했다. 꼼꼼하게 엔진 곳곳의 그을음을 찾고 잠시 빼놨던 부품을 끼워넣는 작업이 이뤄졌다. 김 차장은 “혹독한 진동 환경에 노출돼 불이 붙고 그을음이 생긴 부위에 대한 점검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며 "밸브는 잘 작동하는지, 전기 신호는 잘 받는지 첫 조립 때 진행한 검사처럼 그대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창원=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로켓엔진공장 작업대에서 작업자들이 엔진시험을 마치고 온 누리호 비행모델의 엔진을 유지보수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 개발에 전념한 베테랑 엔지니어를 누리호 엔진 개발에 집중투입했다. 하지만 처음 제작해본 우주발사체 엔진에는 문제가 많았다. 75t 엔진 제작에 참여한 임영훈 기술2파트 과장은 “막상 조립해보면 손이나 공구가 들어가지 않고 연결부가 어긋나는 부분도 많다”며 “공정을 세부적으로 나누면 400개 공정이 되는데 하나하나 할 때마다 다 막혀 그때마다 수리하고 새롭게 방법을 찾아내며 제작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거쳐 처음 조립에만 6개월이 걸리던 75t 엔진 제작기간은 이제는 3개월 이내로 줄었다. 이 공장에서만 1년에 최대 13기 이상 엔진을 조립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김 차장은 “액체로켓 엔진은 터보펌프가 1만 3000rpm(분당회전수)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중에도 누설이 전혀 없는 초정밀 가공과 조립이 필요하다”며 “조립하면서의 호환성을 확인하고 순서를 배치하는 조립공정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기술을 현재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진을 검증하는 시험설비도 직접 만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나로우주센터의 75t 엔진 연소시험설비와 7t 엔진 연소기 설비 등 추진 설비 제작에도 함께 참여했다. 현재까지 75t급 엔진 34기가 시험을 거쳤다. 지상과 고공을 옮겨 놓은 환경에서 총 184회 시험이 진행됐다. 엔진이 불을 뿜은 시간은 1만 8290초에 이른다. 7t급 엔진도 12기 엔진을 총 93회 시험했다. 1만 6925.7초간 불을 뿜었다.

 

김 차장은 “시험설비는 향후에는 75t 이상 추력을 내는 엔진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150t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이 진행되면 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진이나 구성품 개발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추진기관생산기술팀 기술2파트의 김종한 차장과 임영훈 과장, 윤종진 과장, 위성호 대리(왼쪽부터)가 누리호의 75t 액체엔진 로켓을 바라보고 있다. 창원=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5조 3214억 원, 영업이익 2439억 원을 거뒀다. 주로 항공기 엔진 호조에 힘입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5조 원을 넘었다. 반면 우주 관련 매출은 2200억원 규모로 4% 가량에 머물고 있다. 발사체 매출 비중도 아직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그룹 가치사슬에서 발사체 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 차장은 “우주 공간에 적합한 위성을 보내거나 사람을 보내는 등 다양한 산업에서는 결국 발사체가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존재가 된다”며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건 전체적 우주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우주 분야 투자를 가장 빠르게 확대하는 국내 기업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실제로 태양광과 함께 우주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발사체도 중요한 분야로 지정해 놓았다. 한화는 올해 3월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 계열사에 흩어진 우주산업 핵심 기술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라는 조직을 출범하고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의 우주사업 중점 추진 분야로 위성체 사업, 지상체 장비 사업, 위성활용 서비스 사업과 함께 발사체 사업을 올렸다.

 

올해 1월에는 인공위성 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며 위성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인공위성 통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시스템에 5700억 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후 한화시스템은 8월 영국 위성통신서비스 기업 원웹의 주식 25만 주를 3465억 원에 매입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달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 오버에어에 3000만 달러(약 346억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인수했다.

 

최근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되면서 발사체 사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액체엔진을 개발하는 동안 한화는 우주발사체용 고체연료 부스터 개발에 나섰다. 한화는 이후 진행될 누리호 양산사업에도 엔진제작 등에 참여가 유력시된다. 우주분야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누리호 양산사업에서 어느 정도까지 참여하느냐가 관심사일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누리호 사업이 2차례 발사를 끝으로 2022년 완료되면서 후속사업까지의 공백이 있는 것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누리호 발사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자산을 갖게 되는것인 만큼 후속사업도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당장의 경제성보다는 미래 기회를 선점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산업계가 담당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서는 이달 발사를 앞둔 누리호가 우주산업 혁신을 이끌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2일 사내방송을 통해 공개된 그룹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누리호를 언급하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누리호처럼 철저한 준비를 통해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한 가슴 뛰는 도전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사업 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자"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을 개척하기 위해 강력한 혁신을 이어가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2 + 1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