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이덕환의 과학세상]노벨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

통합검색

[이덕환의 과학세상]노벨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

2021.10.13 09:06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 과학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길이 싸늘해졌다. 우리 과학자의 수상에 대한 기대가 올해도 물거품이 되어버린 결과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현택환 서울대 교수에 이어 올해도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클래리베이트의 ‘인용 수상자’에 선정되었다. 2014년의 유룡 KAIST 교수와 2017년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에 이어 4번째다. (올해 화학상을 수상한 베냐민 리스트는 2009년에 클래리베이트의 인용 수상자로 선정된 인물이다.) 너무 성급하게 절망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기초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예상을 빗나간 수상 업적

 

2021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생리학과 교수(왼쪽),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연구소 제공
2021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생리학과 교수(왼쪽),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연구소 제공

올해 노벨상은 코로나19 백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에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커리코 커털린 수석부사장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드루 와이스먼 교수가 생리의학상이나 화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노벨위원회는 mRNA의 학문적 가치에 대한 평가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모양이다. 올해 노벨 과학상의 수상 업적은 여러 면에서 뜻밖이다.


생리의학상은 촉각‧통증 수용체를 발견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에게 돌아갔다. 줄리어스 교수는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작용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캡사이신의 수용체가 뇌에 전달해주는 신호는 사실 42도 이상의 뜨거움을 느끼도록 해주는 촉각 신호였다. 매운맛은 혀의 미뢰(taste bud)가 아니라 구강세포를 통해서 느끼는 통증이라는 뜻이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뾰족한 바늘이 가하는 기계적인 힘이 활성화하는 이온 채널과 그 유전자 후보를 찾아냈다.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과 후각‧미각에 대해서는 이미 노벨상이 수여됐다. 빛을 인식하도록 해주는 로돕신 수용체를 발견한 스웨덴의 라그나 그라니트와 미국의 할단 하트린과 조지 왈드가 1967년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냄새를 인식하도록 해주는 후각 수용체를 발견한 미국의 리처드 악셀과 린다 버크는 2004년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와 관련된 G-단백질결합 수용체(GPCR)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낸 미국의 로버트 레프코위치와 브라이언 코빌카도 2012년 화학상을 받았다. 이제는 소리를 듣는 청각과 관련된 업적이 노벨상을 기다리고 있다.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프린스턴대·막스플랑크연구소·울프재단 제공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프린스턴대·막스플랑크연구소·울프재단 제공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조르조 파리시 사피엔자대 교수는 무질서한 복잡계 물질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냈다. 1977년 비평형 통계열역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리야 프리고진이 정립한 복잡계 과학(science of complex systems)을 수학‧화학‧생물학‧신경과학‧기계학습의 영영까지 확장했다. 기상학자의 수상 소식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은 대표적인 복잡계인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변덕스러운 날씨의 변화와 달리 기후 변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도 알아냈다. 

 

올해의 화학상은 비대칭 유기촉매를 이용한 유기합성 방법을 개발한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정통 유기합성 분야의 업적이 인정을 받은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유기합성에서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교차결합을 연구한 미국의 리처드 헥과 일본의 네기시 아이이치와 스즈키 아키라가 화학상의 마지막 정통 화학자였다. 그동안 화학상을 유전자 편집, DNA 손상 복구, GPCR 등의 생명과학 분야와 고분해능 현미경 등의 업적에 주어졌었다.

 

노벨상의 뒷 얘기

 

노벨화학상 수상직후 이를 축하하고 있는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팀. 노벨위원회 공식 트위터 캡쳐
노벨화학상 수상직후 이를 축하하고 있는 데이비드 맥밀런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와 연구진들. 프린스턴대 공식 트위터 캡쳐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화제 거리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프린스턴대가 올해 노벨상을 휩쓸었다. 선임 기상학자인 마나베 교수가 물리학상을 받았고, 화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맥밀런 교수가 화학상을 받았다. 올해 경제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죠슈아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중 카드는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프린스턴대의 물리학과와 경제학과는 지금까지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화학과의 교수가 화학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도 2명의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함부르크에 있는 기상학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낸 하셀만 연구원이 물리학상을 받았고, 뮐하임에 있는 석탄연구소 소장인 리스트 교수가 화학상을 받은 것이다.  특히 석탄연구소는 1912년 카이저빌헬름석탄연구소로 창립되어 1949년에 막스플랑크연구소로 편입된 유서 깊은 연구소이다.

 

2021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2021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교수는 1931년 일본 출생으로 도쿄대에서 1959년 기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에서도 연구를 했다.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파타푸티언 교수는 레바논의 아르메니아 가정에서 출생했고 대학 재학 중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레바논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역시 생리의학상을 받은 줄리어스 교수도 1900년대 초 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유대인의 후손이다. 

 

또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교수는 90세의 노익장이지만, 화학상을 수상한 리스트와 맥밀런 교수는 노벨상 평균 수상 연령보다 젊은 53세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맥밀런 교수는 한국과도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맺고 있기도 하다.

 

절망할 이유가 없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가 아직도 노벨 과학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과학자들이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하는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을 낭비하면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가혹한 비판도 있다. 흔히 '한국식 교육'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고, 관료주의적인 연구개발 제도와 환경도 절망적일 정도로 후진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도 한국에서는 결코 빛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패배주의적이고 가학적인 목소리도 있다. 


우리의 교육과 연구개발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작 60여 년 전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창립국가가 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문교부에 원자력과를 설치했던 1956년이 그 출발이다. 1958년에는 237명의 국비 유학생을 파견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은 오로지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이었다. 헌법 127조에도 그렇게 명시해놨다.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로 1달러로 1주일을 살아야만 했던 당시의 우리에게 '기술'은 절박한 선택이자 절묘한 선택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성장, 사회적 민주화, 산림녹화에 모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그동안 우리가 노벨상이 주어지는 ‘과학’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경제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이제부터 우리도 인류 공영을 위한 과학의 발전에 본격적으로 기여를 해야만 한다. 단순히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경제적‧사회적 성공은 당시 선진국들이 발전시켜놓은 기초과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도 어려운 이웃의 미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기초과학에 대한 성숙한 관심으로 승화해야 한다. 기초과학은 우리에게 세상을 환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창문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서 경제력을 키우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주는 덤도 기대할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6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