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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큐멘터리] 반도체 대신 금속으로 만든 트랜지스터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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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큐멘터리] 반도체 대신 금속으로 만든 트랜지스터 시대 연다

2021.10.13 14:00
포스텍 자기힘현미경 연구실


지난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는 ‘바일 금속에서 옴의 법칙의 위배(Violation of Ohm’s law in a Weyl metal)’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1827년 발표된 옴의 법칙은 전압과 전류, 저항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다. 그런데 190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옴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금속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김지훈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자기힘현미경(MFM) 연구실은 바일 금속 표면에서 전자의 움직임에 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연구실이 직접 구축한 자기힘현미경의 공이 컸다. 

 

자기힘현미경은 자성체를 입힌 탐침을 이용해 시료의 자기적 성질을 관측하는 첨단 장비다. 수십㎚(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수준의 시료는 자기 탐침이 가하는 자기력을 받고 이를 측정하면 시료의 자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자기힘현미경을 보유한 연구실은 대여섯 곳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자기힘현미경 연구실이 유일하다. 상업적으로 구매할 수 없어 자기힘현미경을 구축하는 일 자체가 도전적인 연구 주제다. 

 

김지훈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김 교수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리 현상을 규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힘현미경과 같은 독창적인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며 “4K(절대온도)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자기힘현미경을 구축했고, 이보다 온도가 낮은 0.5K에서 3차원으로 관측 가능한 극저온 벡터 자기장 저온 현미경도 2017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말했다. 

 

바일 금속은 2013년에야 학계에 처음 보고된 새로운 종류의 위상금속이다. 연구실은 자기힘현미경을 구축한 뒤 바일 금속을 관찰하다가 옴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금속은 항상 옴의 법칙이 성립하기 때문에 반도체처럼 전자 소자로 쓸 수 없다”며 “바일 금속의 특성을 연구해 전자가 불순물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게 만들면 금속으로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를 이용해 전압과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다. 20세기 디지털 혁명은 반도체와 트랜지스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으며,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김 교수는 “반도체 대신 금속으로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면 금속을 전자 소자로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며 “전자 소자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은 바일 금속과 같은 차세대 물질 연구 외에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 후보로 꼽히는 ‘마요라나 페르미온’을 자기힘현미경으로 관측하고 조작하는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마요라나 페르미온은 입자이자 동시에 반입자의 특성을 가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로 연구 중이다. 김 교수는 “마요라나 페르미온을 관측하고 조작하는 기초 연구가 이뤄지면 이를 토대로 향후 산업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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