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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GMO는 안 돼도 GEO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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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GMO는 안 돼도 GEO는 된다?

2021.10.14 09:27
영국의 로탐스테드연구소는 게놈편집으로 아미노산 아스파라긴을 덜 합성하는 밀을 만들어 현장 재배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리 아스파라긴은 조리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로 바뀌므로 이를 덜 만드는 게놈편집 밀은 좀 더 안전한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게놈편집 작물 현장 재배 조건을 크게 완화했다. 로탐스테드연구소 제공
영국의 로탐스테드연구소는 게놈편집으로 아미노산 아스파라긴을 덜 합성하는 밀을 만들어 현장 재배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리 아스파라긴은 조리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로 바뀌므로 이를 덜 만드는 게놈편집 밀은 좀 더 안전한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게놈편집 작물 현장 재배 조건을 크게 완화했다. 로탐스테드연구소 제공

‘하루 커피 한 잔이 사망위험 20% 낮춘다’

 

이번 주 월요일자 신문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커피를 적당량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지만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그런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33만 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가 처음 나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커피가 좋다는 걸 알지만 카페인에 민감해 한동안 점심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다 말았는데 다시 마셔야겠다.

 

사실 건강 이점이 아니라도 지구촌의 커피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 공급이다. 지구온난화로 커피 재배지가 줄어들고 있고 급격한 기후 변화와 병충해로 작황이 나쁜 해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이 이상기후로 커피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 결국 값이 오르기 마련이고 머지않아 서민들은 커피 마시기가 부담스럽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식량 작물도 흉년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밀, 옥수수, 콩(대두) 등의 시장 가격이 급등했고 지구촌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구는 늘고 있는데 작물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이니 코로나19가 지나도 지구촌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유력한 해결책이 GMO, 즉 유전자변형생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도입이지만 거부감이 만만치 않아 몇몇 나라를 빼고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생명과학기술의 또 다른 결과물인 GEO, 즉 게놈편집생물(genome edited organism)에 대한 인식은 좀 다른 것 같다. 

 

미국 칼릭스트는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게놈편집 고올레산 대두를 시장에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지방산 생합성 유전자 가운데 올레산을 리놀레산으로 바꾸는 효소인 FAD2와 리놀레산을 리놀렌산으로 바꾸는 효소인 FAD3를 고장내 올레산 함량이 높은 기름을 얻는데 성공했다. ‘BMC 식물생물학’ 제공
미국 칼릭스트는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게놈편집 고올레산 대두를 시장에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지방산 생합성 유전자 가운데 올레산을 리놀레산으로 바꾸는 효소인 FAD2와 리놀레산을 리놀렌산으로 바꾸는 효소인 FAD3를 고장내 올레산 함량이 높은 기름을 얻는데 성공했다. ‘BMC 식물생물학’ 제공

 

○ 자연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분자생물학 기법으로 생물 게놈을 건드린다는 건 마찬가지라 GEO를 GMO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유럽과 한국), 부분집합이 아니라 별개의 범주로 보는 시각도 있다(미국과 일본). 기존 GMO는 외부에서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식이지만(다른 종의 유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GEO는 생물이 원래 지니고 있는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활성(발현)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즉 전자는 자연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조작이지만 후자는 원리상 가능한 변화다.

 

지난달 29일 영국 환경식품농무부는 앞으로 GEO 작물을 야외 현장에서 재배할 때 위험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작물 품종 개발 연구에서 온실 재배만으로는 실제 결과를 예상할 수 없어 현장 재배는 필수다. 한 품종을 개발하는데 여러 단계를 거치므로 매번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사실상 연구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번 조치로 연구자들은 서류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덜게 돼 GEO 작물 연구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실제 이번 달에 영국의 들판에 아미노산 아스파라긴을 덜 만드는 GEO 밀의 씨가 뿌려질 예정이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는 GEO 작물 상용화와 GEO 가축 연구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GMO에 대한 정의를 재검토해 GEO를 제외하는 법률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도 GEO 작물이 재배되고 마트 매장에 올라올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2019년 처음 상용화돼

 

GEO 작물은 지난 2019년 처음 상용화됐다. GMO의 천국 미국에서 첫 GEO인 고올레산 대두가 상업 재배에 들어갔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칼릭스트가 만든 고올레산 대두는 2세대 게놈편집기술인 탈렌(Talen)으로 지방산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세 개가 작동을 하지 않는 상태다. 탈렌은 표적 염기서열에 따라 단백질 구조를 바꿔야 하는 꽤 까다로운 기술이라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정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3세대 게놈편집 기술인 크리스퍼는 상보적인 RNA 서열만 바꿔주면 돼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는 대두에서 메주와 두부, 콩나물이 떠올리지만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두 대부분은 기름을 짜는 용도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찌꺼기인 콩깻묵은 사료로 쓰인다. 콩기름은 가장 널리 쓰이는 식용유이지만 이중결합이 두 곳 이상인 다중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산패가 잘 된다. 따라서 부분 수소화반응을 통해 불포화도를 낮추지만 이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트랜스지방이 생긴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부분 수소화 기름을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GRAS)’ 식품목록에서 빼기로 결정한 바 있다.

 

콩에서 지방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먼저 포화지방산인 스테아르산이 만들어지고 이중결합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단일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과 다중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중결합 2개)과 리놀렌산(이중결합 3개)가 만들어진다. 대두 게놈에는 각각의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들의 유전자가 있다. 그 결과 콩기름 조성을 보면 다중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60%가 넘는다.

 

칼릭스트의 과학자들은 탈렌 기술로 올레산을 리놀레산으로 바꾸는 효소인 FAD2와 리놀레산을 리놀렌산으로 바꾸는 효소인 FAD3를 고장내 올리브유처럼 올레산 함량이 높은 콩기름을 만들기로 했다. 실제 이들 유전자가 고장난 식물이 만든 콩에서 짠 기름의 조성을 보면 올레산이 82%이고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은 각각 3%에 불과하다. 

 

 

○ 일본, 텃밭용 모종 판매 시작

 

사나텍시드는 지난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GEO 토마토 시칠리안루즈하이가바(Sicilian Rouge high GABA) 텃밭용 모종 세트의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모종 네 개체와 비료가 들어있는 세트 가격은 8250엔(약 9만 원)으로 꽤 비싸다.  사나텍시드 제공
사나텍시드는 지난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GEO 토마토 시칠리안루즈하이가바(Sicilian Rouge high GABA) 텃밭용 모종 세트의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모종 네 개체와 비료가 들어있는 세트 가격은 8250엔(약 9만 원)으로 꽤 비싸다. 사나텍시드 제공

사실 미국에서 GEO 콩 상업 재배 허가가 난 건 뉴스거리도 못되지만(그래서인지 당시 국내 언론은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일본에서 GEO 토마토 판매가 허용된 건 꽤 화제가 되는 것 같다. GMO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나 유럽처럼 여전히 폐쇄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음에도 GEO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육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관점이다.

 

일본 바이오기업 사나텍시드는 크리스퍼 기술로 아미노산 가바(GABA)의 함량을 4~5배 높인 토마토를 만들어 연초 재배 허가를 받았고 지난달 시판에 들어갔다. 가바는 혈압을 떨어뜨리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혈압이 높거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고함량 토마토를 먹으면 혈압조절과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GEO 토마토 텃밭용 모종 세트 인터넷 판매도 시작했다. 모종 네 개체가 들어있는 세트 가격이 8250엔(약 9만 원)으로 꽤 비싸지만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살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일반인 대상 GEO 작물 판매까지 별 반발 없이 이뤄진다는 게 놀랍다.

 

시칠리아 토마토의 붉은색을 뜻하는 ‘시칠리안루즈하이가바(Sicilian Rouge high GABA)’라고 이름 붙인 GEO 토마토의 개발 과정은 꽤 흥미롭다. 단백질을 만드는 20가지에는 포함되지 않는 아미노산인 가바는 정규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에서 만들어지고 이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가 GAD다.

 

그런데 GAD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즉 반응을 촉매하는 부분과 함께 억제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처럼 액셀과 브레이크가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반응을 억제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는 GAD 유전자 뒷부분에 있다. 따라서 그 부분 바로 앞에 게놈 편집으로 염기를 바꿔 종결 코돈을 만들면 이 지점에서 단백질 합성이 멈춘다. 즉 액셀만 있는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토마토에는 GAD 유전자가 5개 있는데 그 가운데 GAD2와 GAD3가 열매에서 발현된다. 따라서 두 유전자에 대해 각각 유전자 편집을 시도했고 그 결과 열매의 가바 농도가 7~15배 높아졌다. 그런데 GAD2는 잎에서도 발현되는 유전자라 활성이 지나치자 식물 성장이 저해됐다. 반면 열매에서만 발현되는 GAD3는 이런 부작용이 없었다.

 

사실 연구자들은 유전자편집 기술을 쓰기 전에 EMS라는 약물을 처리해 임의의 돌연변이를 유발해 GAD3가 고장난 변이체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EMS는 DNA를 손상시키는 약물로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지만 작물 개량 방법으로 쓸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얻은 돌연변이 4500여 개체를 하나하나 조사했지만 불운하게도 GAD3 유전자의 딱 맞는 위치에서 변이가 일어난 건 없었다. 표적을 지정해 건드리는 유전자편집 기술이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작물 재배 과정에서도 수시로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어쩌다가 GAD3의 반응 억제 부분 바로 앞에서 단백질 번역이 멈추는 변이체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뿐 아니라 겉모습은 별 차이가 없어 눈썰미가 있는 농부라도 변이체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커피 역시 게놈편집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트로픽바이오사이언시스는 지난 2018년 크리스퍼 기술로 카페인 생합성 경로만 선택적으로 차단한 커피나무를 만들었다. 기존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 제거 과정을 거치며 원두의 향기 성분 역시 손상되기 마련이지만 게놈편집 디카페인 커피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게놈 편집 디카페인 커피가 상용화된다면 좀 비싸더라도 원두를 구매할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도 GEO 작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일본처럼 큰 변화를 주기가 부담스럽다면 영국처럼 먼저 현장 재배라도 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품종 개발이라는 게 금방 이뤄지는 게 아니고 여러 차례 현장 적용을 통해 개량하기 마련이라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연구자들이 현장 재배를 맘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GEO 연구가 세계에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GMO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 편인 일본이 GEO에 대해서는 미국 편에 섰다. 전통적 육종 방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회사 사나텍시드는 크리스퍼로 아미노산 가바(GABA)의 함량을 4~5배 높인 토마토 시판에 들어갔다. 글루탐산에서 가바를 만드는 효소인 GAD에는 반응을 억제하는 부분이 달려있어(왼쪽 파란색 네모) 효소 활성이 조절되지만 게놈편집으로 이 부분이 발현되지 않게 하면 효소가 늘 활성화돼 가바가 많이 만들어진다(오른쪽). 사나텍시드 제공
GMO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 편인 일본이 GEO에 대해서는 미국 편에 섰다. 전통적 육종 방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회사 사나텍시드는 크리스퍼로 아미노산 가바(GABA)의 함량을 4~5배 높인 토마토 시판에 들어갔다. 글루탐산에서 가바를 만드는 효소인 GAD에는 반응을 억제하는 부분이 달려있어(왼쪽 파란색 네모) 효소 활성이 조절되지만 게놈편집으로 이 부분이 발현되지 않게 하면 효소가 늘 활성화돼 가바가 많이 만들어진다(오른쪽). 사나텍시드 제공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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