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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폐기된 기술에서 인류의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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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폐기된 기술에서 인류의 희망으로

2021.10.21 12:00
mRNA 백신의 길고 지루한 역사(3)

2021년 10월 11일 미국의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이 뉴스는 곧바로 전 세계에 전해졌다. 코로나19에 효과적인 백신이 나왔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백신접종을 극도로 꺼리는 일부 정치적·종교적 반대자들에 의해 정체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먹는 알약형 치료제는 2년간 이어진 팬데믹 상황에 지쳐버린 시민들과 각국 정부에겐 '게임체인저'처럼 등장했다. 이 치료제를 개발한 MSD는 1668년 독일에서 화학 및 제약회사로 시작한 머크 주식합작회사의 계열사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과학기술기업이다.

 

의사이자 과학자이던 로버트 멀론과 솔크연구소의 인더 버마 교수가 특허 분쟁을 벌인 리포솜 기술의 특허는 바이칼사가 가지고 있었다. 1991년 머크사는 바이칼사에 큰 투자를 감행하는데 함께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이용한 독감 백신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mRNA를 이용한 백신개발에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머크사는 물론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프랑스의 생명공학회사 트랜스진(Transgene) 역시 mRNA 백신개발을 잠정적으로 포기한다고 선언한다. 이익창출과 극한의 경쟁 속에서 약을 개발하는 거대제약회사가 기술개발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mRNA를 이용한 백신개발의 상품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20세기 말에 잠깐 등장했던 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의 희망은 포기되는 것처럼 보였다.

 

머크와 트랜스진은 모두 개발이 까다로운 RNA를 포기하고 DNA를 이용한 백신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DNA를 효율적으로 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한 플랫폼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백신 시장에 DNA 백신이 진출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DNA 백신의 개발도 진행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1990년대 DNA를 이용해 개발하던 여러 기술은 훗날 RNA 백신개발에 그대로 이용된다.

 

거대제약사들은 경제적 이윤창출을 이유로 mRNA를 이용한 백신 연구에 부정적이었지만 몇몇 과학자들은 mRNA를 이용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중 하나가 암면역학자인 엘리 길보아의 연구팀이다. 1990년대부터 mRNA를 이용해 종양치료를 연구해 온 길보아연구팀은 생쥐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고,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하기 위해 생명공학회사를 설립한다. 길보아가 생각했던 방식은,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하고, 이 세포에 인공적으로 합성된 종양 단백질의 mRNA를 주입한 후, 이렇게 처리된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사하는 기술이었다. 이 획기적인 방식은 전도유망해보였지만, 대규모의 백신 임상실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연구자의 고집 그리고 새로운 희망 


길보아 연구팀의 실패로 mRNA를 이용한 백신개발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였다. 2000년 초반으로 돌아가 당시의 과학자들과 제약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묻는다면, 대다수가 mRNA 백신이라는 기술에 코웃음을 칠 것이 틀림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황당하고 희망조차 없어보이는 기술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과학자들도 존재했다. 독일의 두 회사 큐어백과 바이오엔테크의 설립자 잉마르 호어와 우구르 사힌이 그런 유형의 과학자였다. 길보아의 연구가 실패한 그 지점에서, 그 둘은 오히려 mRNA를 이용한 백신개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들은 길보아처럼 세포를 추출해 mRNA를 주입하는 대신, 몸에 직접 mRNA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길보아는 이 당시를 회상하며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비록 길보아의 회사는 실패했지만, 젊은 연구자와 신생 바이오스타트업들이 mRNA 백신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처럼 mRNA 백신을 개발한 큐어백은 독일의 면역학자 잉마르 호어가 설립했다. 생쥐에 mRNA를 직접 주입해 백신을 개발하려던 그의 연구는 학회에서 노벨상 수상자에게 조롱을 받을 정도로 그다지 환영받는 연구주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큐어백은 저돌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심지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첫 시험주사를 큐어백의 최고과학담당임원(CSO)인 스티브 파스콜로가 맞았을 정도다. 파스콜로의 다리에는 지금도 당시 조직검사를 위해 떼어낸 상처가 남아 있다고 한다. 부부 면역학자인 오구르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는 투자를 받기 위해 훨씬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들은 1990년대부터 mRNA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독일의 대학에서 연구해왔다. 2007년이 되어서야 약 170억원의 시드머니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세운 회사 바이오엔테크는 현재 미국의 거대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mRNA 백신을 개발하는 주요 회사로 성장했다.

 

mRNA 백신의 개발자로 꼽히는 카탈린 카리코 현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드류 와이스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RNARx라는 생명공학회사를 설립한 것도 바로 이 즈음인 2007년이다. 그리고 이미 살펴본 것처럼 카리코와 와이스만의 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들이 받은 가장 큰 투자는 미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 연구비로 약 1억원에 불과했다. 카리코와 와이스만이 발견한 mRNA의 우리딘 염기를 치환해 면역반응을 피하는 기술은, 현재 가장 효과적인 mRNA 백신에 사용되고 있다. 특허를 피해 카리코와 와이즈만과 다른 방식으로 mRNA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카리코의 것보다 효율적인 방식은 없다. 그리고 이후 벌어진 사건들도 잘 알려져 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특허를 싼 값에 팔아넘겼고, 카리코는 대학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결국 바이오엔테크로 일자리를 옮겨야 했다.

 

지질전달체를 둘러싼 역경과 분쟁


mRNA 백신개발의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첫 번째가 위에서 다룬 mRNA라는 분자 자체와 관련되어 있다. mRNA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와 같은 물질로, 기존의 백신처럼 항원이 될 단백질을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건너뛸 수 있기 때문에, 백신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분명 매력적인 물질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만들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분자 자체가 불안정하고 몸에 주입했을 때 면역반응까지 일으키는 이 물질로 백신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고, 대형제약사가 몇번이나 포기한 전례까지 있었다. 하지만 mRNA를 이용해 간편한 백신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고 연구했던 과학자들 덕분에,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젊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유입됐다. 그리고 그 끈질긴 고집이 모여 카리코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학계와 산업계의 mRNA에 대한 편견을 연구에 대한 고집과 열정으로 녹인 사람들은 평범한 보통과학자들이었다. 

 

mRNA 백신개발에 숨겨진 또 다른 핵심기술은 이렇게 만들어진 mRNA를 세포내로 전달하는데 필요한 지질입자의 개발이다. 1980년대 리포솜을 이용해 이 아이디어를 증명했던 멀론도, 또 지도교수이던 버마 교수도 사실 지질 전달체 연구의 선구자이긴 하지만, 현재 mRNA 백신에 사용되는 리피드나노파티클(LNP)의 개발자는 아니다. 만약 mRNA 백신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만 교수 외에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과학자는 바로 이 LNP의 개발자일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생화학과 피터 컬리스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컬리스 교수의 연구 덕분에 카리코와 와이스만이 개발한 변형된 mRNA를 완벽하게 세포 안으로 전달하게 됐고 현재 전 세계에서 접종 중인 모든 mRNA 백신은 이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컬리스 교수가 개발한 LNP는 네 종류 지질의 혼합물이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이 조합으로 mRNA를 안전하게 세포내로 전달한다. 음 전하를 띤 mRNA를 중화시키기 위해 양전하를 띤 지질을 더했던 것이 쿨리스 연구팀의 성공요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우리 혈앨 속을 돌아다니는 지질을 최대한 닮은 지질분자들을 사용, 몸에 주사했을 때 독성을 줄인 것도 mRNA 백신의 성공을 가져온 핵심기술 중 하나다. 지질분자의 원형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다 끝난 것도 아니었다. mRNA와 LNP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정을 최적화해야 했고, 이 둘의 완벽한 조합을 찾는 일도 해결되어야 했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살아나고 있었다. 2012년이 되면 노바티스 같은 거대제약사가 LNP 공정에 뛰어들게 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직전까지 mRNA 백신은 의생명 분야에서 꽤 전도유망한 기술로 인지됐다. 

 

mRNA 백신은 결코 몇 년의 개발기간에 만들어진 기적도 아니고, 단 한 두명의 아이디어로 개발된 치료제도 아니다. 오히려 mRNA 백신은 끈질긴 보통 과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미 폐기됐을지 모를 버려진 아이디어에 가까웠다.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이 기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계의 편견과 제약업계의 철저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연구를 사랑하고 그 연구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소수의 보통과학자들의 공이 크다. 

mRNA 백신기술은 바이러스의 항원단백질을 코딩하고 있는 mRNA의 생산과, 이 mRNA를 안전하게 세포 내로 전달하는 리피드나노파티클 LNP의 합성으로 나누어진다. 이론적으로 DNA를 이용한 백신도 가능하지만 결국 핵산 염기서열을 이용해 성공한 기술은 DNA가 아닌 RNA였다. 그리고 이 기술의 개발에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미지자료 IBS 제공
mRNA 백신기술은 바이러스의 항원단백질을 코딩하고 있는 mRNA의 생산과, 이 mRNA를 안전하게 세포 내로 전달하는 리피드나노파티클 LNP의 합성으로 나누어진다. 이론적으로 DNA를 이용한 백신도 가능하지만 결국 핵산 염기서열을 이용해 성공한 기술은 DNA가 아닌 RNA였다. 그리고 이 기술의 개발에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미지자료 IBS 제공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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