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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최단 경로 놓고 다른 길 찾는 인간, 이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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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최단 경로 놓고 다른 길 찾는 인간, 이유 찾았다

2021.10.19 13:25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인간은 길을 찾을때 목적지의 방향에 맞춰 경로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이 내비게이션이 택한 최단 경로, 빨간색이 인간이 택한 경로다.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최단 거리는 직선이다. 그러나 복잡하게 길이 얽혀 있는 시내를 걸을 때는 일직선으로 가는 게 불가능하다. 이때 컴퓨터 내비게이션은 지도 속 거리를 일일이 계산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준다. 때론 골목골목을 오가는 복잡한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내비게이션과 다른 길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왕복할 때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한다.

 

인간이 내비게이션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가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파올로 산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도시연구 및 계획학부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인간은 경로가 길어지더라도 목적지 방향과 최대한 일치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계산과학’에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카를로 라티 MIT 도시연구 및 계획학부 교수도 내비게이션과 다른 길을 택하는 한 예였다. 라티 교수는 20년 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기숙사와 학과 사무실 사이를 오가던 중 갈 때와 올 때 다른 길을 택하던 것을 문득 깨달았다. 라티 교수는 “분명히 한 경로가 다른 경로보다 효율적이었지만 다른 길을 택하고 있었다”며 “이성적 사고에 평생을 바쳤다고 생각했는데 작지만 실망스러운 깨달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길찾기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두 도시인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내 보행자 1만 4000명의 이동 경로 55만 개를 기록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보행자는 최단 경로를 선택하는 대신 약간 더 멀어도 목적지와의 각도 편차를 최소화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많이 꺾는 경로가 실제로 더 짧아지더라도 목적지를 직진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경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산티 수석연구원은 “인간이 길을 찾는 모델이 최단 경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각도 변위를 최소화하는 것임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목적지가 북쪽에 더 가까운 북동쪽에 있다면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꺾은 후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거리상 유리하더라도 우선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후 동쪽으로 더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다시 길을 꺾어 목적지를 찾게 된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연구팀은 인간이 지도를 정확하게 머릿속에 담을 수 없는 만큼 기준점이나 랜드마크 등 주변에서 얻는 정보를 통해 공간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단 경로를 복잡하게 계산하기보다 두뇌 작업량을 줄여 다른 작업에 더 많은 힘을 할애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주변 지형이나 사물의 위치들보다는 방향을 기준으로 삼는 탐색법이 곤충에서 영장류까지 이르는 동물들에게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라티 교수는 “이 방법은 최단 경로를 만들진 않지만 최단 경로와 비슷하게 짧으면서도 계산은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라티 교수는 “스마트폰과 휴대용 전자제품이 점점 인간을 모사한 인공지능(AI)을 결합하고 있다”며 “우리 뇌가 사용하는 계산법과 기계가 사용하는 계산법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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