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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누리호 발사는 ‘이벤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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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누리호 발사는 ‘이벤트’가 아니다

2021.10.26 16:36
 

연구자 A는 “너무 아쉽습니다”고 했고 B는 “좀더 (연구)해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고 했다. 21일 첫 발사에 나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결과 공개 직후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짧은 문자 인사에 되돌아온 짧은 소감들이다. 오랜 기간 발사체 개발에 몸담은 두 연구자의 소감은 어찌보면 상투적인 이야기였지만 어느 때보다 울림이 있었다. 누리호 발사는 국내 우주개발의 ‘끝’이 아니라 ‘과정’의 중요한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위성의 궤도 진입 성공이라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90년 개발에 착수해 1993년 6월과 9월 과학로켓 1호(KSR-Ⅰ)를 발사한지 28년여만이다. 핵심 임무에는 실패했지만 고도 700km의 태양동기궤도 ‘터치다운’에는 성공했다. 자체 개발한 독자 기술로 75t급 액체엔진과 클러스터링 기술은 물론 페어링 분리, 단 분리 등 중요한 관문들을 보란 듯이 해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과학자들의 땀과 눈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3년 1월 국내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한 지 8년을 훌쩍 넘겨 처음으로 발사되는 우주발사체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발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는데도 발사 생중계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며 ‘위성 분리 성공’ 자막만으로 ‘누리호 발사 성공 축하’ 메시지나 ‘우리도 우주발사체 갖는 건가요’ 등의 반응과 기대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문을 들고 나와 누리호 발사와 관련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정치성 이벤트로 보였나 보다. 한 일간지가 대통령 발표 당시 ‘누리호 과학자들을 병풍으로 동원’했다는 보도를 하자 청와대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등 엉뚱한 불똥이 튀었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른바 ‘숟가락 얹으려고 했다’는 소모적인 비판 여론이 인터넷 공간에서 삽시간에 일어났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뭘까. 누리호 발사 최종 성공에 한걸음 모자랐던 3단 7t급 액체엔진의 연소시간 부족 원인을 차분하게 찾고 내년 5월 2차 발사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분석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불필요한 정치 관련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청와대가 실제로 과학자들을 병풍으로 동원했는지는 현장에 있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실제로 과학자들을 병풍으로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누리호 발사 성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게다가 누리호 개발은 문재인 정부만의 성과가 아니다. 개발사업이 착수된 2010년 이전부터 기초연구와 사업 기획 등이 이뤄진 장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본질을 빗겨간 정치 이벤트 논란은 이런 이유로 ‘덧없다’.
  
누리호 발사를 전환점으로 국내 우주개발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로 고체발사체 활용이 가능해졌다.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에도 참여한다. 전략적 국토 안보를 위한 한국형위성위치확인시스템(KPS) 개발도 이뤄진다. 무엇보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300여개의 민간 기업들이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비상할 꿈을 꾸고 있다. 

 

누리호 발사 이후가 우주개발에서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누리호로 확보한 발사체 기술로 어떤 우주개발 전략으로 결실을 맺을 것인지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 우주개발의 과실이 저절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한 전문인력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인력은 약 250명 수준이다. 민간 기업체 인력 500여명까지 포함하면 1000명이 채 안된다.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은 발사체 연구인력만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삼 놀라운 비교다. 이공계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우주개발 꿈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고민해야 한다. 

 

과학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내어주지 않는 우주개발은 더욱 그렇다. 누리호 발사를 이벤트로 여기고 발사 이후에 대한 관심과 격려, 비판이 없다면 30년 가까이 쏟아부은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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